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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3/07 (11)
깊이에의 강요

박경리 대하 소설. 마로니에북스. 드디어 다 읽었다. 사람에겐 다른 사람을,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판단할 자격이 없다는 걸 내내 생각했다. 선악시비를 가리는 것도 부질없다 싶고, 안타깝지 않은 인생이 없었다. 관수 형님이 제일 매력적인 인물이었어."강한 놈도 약한 놈도 없어질 때 끝이 나겠지. 지금 당장에는 왜놈이 강한 놈이고 조선은 약한 놈이다." 석이는 어두운 땅을 내려다본다. "옛날 같았이믄 나도 그렇게 생각했을 기고, 오늘 같이 허간가 하는 그 늙은이한테 무릎 끓는 따위의 병신 짓도 아마 안 했을 기다. 우짜믄 니보다 내 편에서 조가 놈 목통을 졸라서 직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런 것들은 다 밥풀이다." “…… " “니는 나보다 나이사 어리지마는 배운 것이 많고 책도 많이 읽었고, 그만큼 생각는 ..

김지승. 난다. 나는 일기를 쓰지 않은지 오래 되었지만 이렇게 누군가의 일기는 일기를 쓰듯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수련소 시절 손바닥만한 노트에 빼곡하게 일기를 썼었다. 성과 속이 맹렬하게 섞여서 휘몰아치던 시절의 내 일기는 끊임 없이 빈틈을 메워가는 글쓰기였고, 첫서원을 한 후 수녀원 소각장에서 남김 없이 태워졌다. 장렬한 전사 혹은 속죄의 번제. 가끔 그때의 내가 그립다. 서원을 했으니 모조리 태워서 하늘로 올려보내고 싶을 만큼, 다시 없을 솔직했던 나의 일기. 그 시절 나의 일기는 정말 '짐승 일기'였을지도... 이 일기는 혼자만의 조용한 짬이 날 때 조금씩 읽었다. 병을, 고통을 통과하며 쓴 일기는 투명하고 감출 게 없다. 작가와 견줄 만큼의 아픔은 아니었지만, 아플 때마다 이 책은 내게 말없는..

홍한별. 위고. 코로나에 걸렸던 동안엔 집중이 도저히 안 되어서 글을 한 줄도 읽을 수가 없었다. 낫고 난 후의 첫 책이다. 집중이 떨어져서 책을 잘 읽지 못하게 될까봐 앓는 동안 잠시 두려웠었는데 정말로 글을 읽을 수가 없었다… 책을, 언어를 조금씩 놓게 될까봐 코로나 후 다시 읽는 첫 책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서 ‘사전’에 관한 책을 골랐고, 캠프 가서 아이들이 물놀이하고 게임하는 동안 어떻게든 짬짬이 읽었다. 그리고 짬짬이 나를, 나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잃어가는 언어와 가졌다 여겼던 언어, 나만 안다고 안심했던 가면 안의 민낯과 차곡차곡 노력해서 얻고 싶었던 멋진 가면… 을 낱낱이 가려보고 싶기도 했지만 괜히 나 자신이 애잔해서, 책을 덮은 후 뛰노는 아이들을 한참 흐뭇하게 바라봤다. 부족한 줄 ..

마태오 복음 13장에는 7가지 비유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중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는 분량이 적기도 하지만 각각의 비유로 나눠져 있지 않고 하나의 제목으로 묶여 있습니다. 왜일까요.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아, 발견한 사람은 잘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삽니다. 보물만 사는 것이 아니라 보물이 묻힌 밭도 함께 말입니다. 또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아, 발견하면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습니다'. The kingdom of heaven is like treasure hidden in a field, which someone found and hid; then in his joy he goes and sells al..

이번 주 주일 복음은 다들 잘 아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입니다. 우리는 이 복음을 읽을 때 주로 내가 어떤 땅인가를 묵상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번 주일엔 ‘씨 뿌리는 사람’에 대해서 묵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길바닥일 때도 있고 돌밭일 때도 있고 가시덤불처럼 가시투성이일 때도 가끔 좋은 땅일 때도 있지만 씨를 뿌리시는 그분은 멈추지도 지치지도 않고 내게 씨를 뿌리십니다. 말씀이신 그분(씨)은 말릴 틈도 없이 내 마음에 떨어져 내리고, 새들에게 먹힐 줄 알면서도,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할 줄 알면서도, 햇살에 타버려 없어질 줄 알면서도, 가시덤불에 숨이 막힐 줄 알면서도, 그 어떤 조건도 마다하지 않고 기어이 땅에게 자신을 맡기십니다. 내가 좋은 땅일 때만 내게 오시는 것이 아니라는 거지요...

또한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 (마태 9,17) 새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일 리는 없고 젊거나 신상, 낯설거나 낡지 않은 것이 '새 포도주'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깨닫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새 포도주가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쳐 맛과 향이 조화를 이루게 되면 '좋은' 포도주가 되는 것인데, 그 과정을 생략하고 '좋은 포도주'로 건너뛰며 살아온 건 아닌가 싶었다. 어쩌면 시간을 견디고 변화를 겪지 않은 새 포도주는 숙성되지 않은 포도주일 뿐. 나 역시 새 포도주일 뿐이었는데 좋은 포도주라고 착각하며 시간을 앞당기려 하거나 나를 몰라준다고 여겼었구나. 하지만 새 포도주가 좋은 포도주가 되도록 늘 새 부대의 모습으..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평상에 뉘어 그분께 데려왔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마태 9,2) #dailyreading 지붕을 뚫어서라도 병자를 예수님께 데려가려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를 낫게 하셨다. 지붕을 뚫으니 빛도 쏟아져내렸다.

이번 주 복음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각 부분마다 의지에 관해 묵상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25-26절은 예수님의 기도이지만 하느님의 의지(영역: gracious will)를 떠올렸습니다.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감추시지만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는 하느님의 선하신 뜻. 스스로 알고 있다고 자처하는 이들은 깨닫기 어렵지만 철부지νηπίοις[nēpiois, 네피오이스]는 드러내 보여주시는 분 덕분에, 보여주시고자 하는 하느님의 의지 때문에 오히려 잘 받아들입니다. 네피오이스는 실제로 어린 아이가 아니라 '경험없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어린 아이와 같이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의 제자들' 혹은 '순박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어렵고 힘든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옳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