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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 (43)
깊이에의 강요
미사를 드리고 내려오는 길, 조금 멀리 하트 모양의 잎이 떨어져 있었다. 우리 수녀원에 저런 모양의 잎도 있었나 싶어 얼른 달려가 잎을 주웠는데... 윗부분이 썩어가면서 하트 모양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어떤 사랑이든, 그냥 만들어지겠나 싶더라.
"그분은 우리를 다 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실 것이다."(RB 72,12) 지난 30일 간의 여정을 돌아보니 마음에 두 가지가 깊이 남아 있다. 하나는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나머지 공동체 형제들’의 모습이고, 또 하나는 베네딕도 성인의 '진짜'에 대한 갈망이다. 평일의 성대한 때 늦게 오는 수도자를 기다리며 천천히 기도를 바치는 장면에서부터 공동체 형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깨끗한 마음을 만들어 달라는 51편을 그 형제와 ‘함께’ 바치기 위해 공동체는 자비를 간청하는 68편을 느리게 노래한다. 잘못에 대한 교정의 단계를 밟고 있는 형제가 있으면 함께 기도하고 함께 일하고 함께 식사하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공동의 일에 공백이 생기게 되고 늘 함께 살아가던 형제와 떨어져 있어야 하므로 그 허전함..
하느님께로부터 분리시켜 지옥으로 이끄는 쓰고 나쁜 열정이 있듯이, 악습에서 분리시켜 하느님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끄는 좋은 열정이 있다. 그러므로 수도승들은 지극히 열렬한 사랑으로 이런 열정을 실천할 것이다. 즉, 서로 존경하기를 먼저 하고, 육체나 품행상의 약점들을 지극한 인내로 참여 견디며, 서로 다투어 순종하고, 아무도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되는 것을 따르지 말고 오히려 남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따를 것이며, 형제적 사랑을 깨끗이 드러내고, 하느님을 사랑하여 두려워할 것이며, 자기 아빠스를 진실하고 겸손한 애덕으로 사랑하고 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더 낫게 여기지 말 것이니, 그분은 우리를 다 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실 것이다. 열정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을 뜻한다...
'아빠스는 어떠한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장을 묵상을 하는데, 내게는 너무 먼 이야기이기도 하거니와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믿어질 만큼의 무거운 아빠스의 자질들이 하도 고되다 싶어 묵상이 잘 이어지지 않았다. 갖추어야 하는 자질 하나하나를 적어보며 묵상해 가는데 무언가가 자꾸 마음에 떠올라 실은 마음이 괴로워졌다. 아픈 기억들이 자꾸만 올라오고 못다한 말이나 후회되는 행동들, 이해받지 못하고 해명하지 못한 일들, 특히 나를 아프게 한 말들이나 행동들이 자꾸만 기억 속을 맴돌았고 나는 너무 힘들어졌다. 돌아가면 다시 겪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르니 두렵기도 하고 그만 놓아버리고 싶기도 했다. 돌아가면 하고 싶은 말도 자꾸 생각났다. 이런 분심들을 어쩌지 못해 결국 다 붙들고 앉아 묵상 시간을 채울 수 밖에 없..
"여행하게 될 형제들은 모든 형제들과 아빠스에게 기도를 청할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의 일의 마지막 기도에는 참석하지 못한 모든 이들을 기억할 것이다." (RB 67,1-2) 수도자의 여행은 이렇게 공동체의 기도로 파견되고 그들은 여행 중에서도 공동체와 함께 하고, 돌아와서는 전례 중에 모든 사람들에게 기도를 청한다. 어디를 갈 때 공동체 모두가 기도를 해주는 경험은 참 소중하다. 비록 몸은 잠시 수도원을 떠나 있더라도 마음은 언제나 수도원에 머물고 있는 정주의 삶. 뒷부분은 여행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당시의 수도원은 봉쇄 개념이 더 엄격했고, 지금처럼 사도직 활동이 없었기 때문에 외출이나 여행에 대해서도 당연히 더 엄격했음은 당연하다. 나는 이 장을 묵상하면서 예전에 내가 선교파견을 위해 ..
"수도승의 생활은 언제나 사순절을 지키는 것과 같아야 하겠지만 이러한 덕을 가진 사람이 적기 때문에, 이 사순절 동안에 모든 이들은 자신의 생활을 온전히 순결하게 보존하며, 다른 때에 소홀히 한 것을 이 거룩한 시기에 씻어내기를 권하는 바이다." (RB 49,1-3) 수도승들은 악습을 멀리하고, 눈물과 함께 바치는 기도, 독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통회의 절제에 힘쓸 때 이 권고가 합당하게 이루어지기에 평소 섬김의 분량 곧 특별한 기도와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절제를 더 늘려야 한다. 우리는 매년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수요일이 되면 성당에 모여 재의수요일 전례를 한다. 규칙서 49장을 읽고, 원장수녀님의 훈화도 듣고, 사순시기를 위해 미리 준비한 자신이 늘릴 섬김의 분량 즉 특별한 기도와 먹고 마시는 ..
베네딕도 성인은 수도승의 하루를 바퀴살처럼 시간 전례를 순서대로 세워둔 후 나머지 시간을 채워나가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하고 시간을 차지하는 일이 '육체노동'과 '성독'이다. "한가함은 영혼의 원수이다. 그러므로 형제들은 정해진 시간에 육체노동을 하고 또 정해진 시간에 성독을 할 것이다."(RB 48,1) 수도자로써 교회와 세상을 위해 공적으로 바치는 시간 전례가 바퀴가 돌듯 꾸준히 돌아가고, 개인적 기도라 할 수 있는 성독과 육체 노동으로 균형을 맞춘다. '자신의 손으로 노동함으로써 생활할 때 비로소 참다운 수도승들이 되기 때문'(8절)이라는 베네딕도 성인의 말씀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수도자들은 노동을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외부 사도직에서의 노동은 조금 다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기본적 일상..
수도원의 문지기는 말을 주고받을 줄 알고 인격이 성숙하여 함부로 나돌아 다니는 일이 없는 현명하고 연로한 사람(1절)이어야 하며 방문자들이 언제나 응대할 사람을 찾을 수 있어야(2절) 한다. 또한 "누가 문을 두드리거나 가난한 사람이 외치거든 즉시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하거나 또는 "강복하소서"하고 대답하고,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온갖 양순함과 사랑의 열정으로 재빠르게 응대할 것이다."(RB 66,3-4) 사람이 올 때마다 한결 같이 즉시 '응답'할 자세를 갖추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피곤한 날에도 그리스도는 오시는 법이니 그 장소에 늘 머무르는 것만으로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문지기는 기본적으로 '열어서' '들어오게' 하며, 물질적인 것이든 영적인 것이든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