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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아빠스에 대해 묵상을 하다가... 본문

'아빠스는 어떠한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장을 묵상을 하는데, 내게는 너무 먼 이야기이기도 하거니와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믿어질 만큼의 무거운 아빠스의 자질들이 하도 고되다 싶어 묵상이 잘 이어지지 않았다. 갖추어야 하는 자질 하나하나를 적어보며 묵상해 가는데 무언가가 자꾸 마음에 떠올라 실은 마음이 괴로워졌다. 아픈 기억들이 자꾸만 올라오고 못다한 말이나 후회되는 행동들, 이해받지 못하고 해명하지 못한 일들, 특히 나를 아프게 한 말들이나 행동들이 자꾸만 기억 속을 맴돌았고 나는 너무 힘들어졌다. 돌아가면 다시 겪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르니 두렵기도 하고 그만 놓아버리고 싶기도 했다. 돌아가면 하고 싶은 말도 자꾸 생각났다. 이런 분심들을 어쩌지 못해 결국 다 붙들고 앉아 묵상 시간을 채울 수 밖에 없었는데,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아빠스의 자질들을 다시 읽으며 묵상을 다시 해보려다가 분심의 이유를 알게되었다. 나는 비록 부족한 사람이지만, 내가 사도직 소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마음으로, 이런 태도로 대하려고 노력했는데 (나의 부족 탓이겠지만) 존중 받지 못했거나 오해 받았던 기억들이었다. 누구도 내 마음을 모를 것 같았던 그때, 나는 얼마나 아파했었나. 그 시간을 묵상하면서 피정 중에 다시 반복하고 있자니 슬픔까지 밀려왔다. 제자들에게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요한 6,67)하고 물으셨던 예수님께서 내게도 "지금 너의 자리에서 떠나고 싶으냐?"하고 물으시는 것 같았다.
베네딕도 성인도 수차례 고사했던 비꼬바로 원장 자리를 결국 간청에 못이겨 수락한 후 그들의 나태한 수도생활을 바로잡고자 하다가 불만을 품은 이들이 성인을 독살하려는 음모까지 겪었다. 뿐인가. 그의 성덕이 날로 높아지자 그를 시기한 이로부터 독이 든 빵을 받은 적도 있지 않은가. 기록되지 않았을 뿐, 비참한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싶었다. 성인이 겪었을 말못할 고난의 일들을 생각하면서 다시 규칙서를 읽는데, "만일 말썽부리거나 순종하지 않는 양무리를 위해 목자가 열성을 다 기울이고 또 그들의 병든 행위들을 고치는데 온갖 정성을 다 바쳤다면, 그들의 목자는 주님의 심판정에서 무죄한 사람이 되어 예언자와 함께 주님께 '당신의 정의를 내 마음속에 감춰두지 아니하고, 당신의 진실과 당신의 구원을 말했사오나, 그들은 나를 무시하고 천대했나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B 2,8-9)라는 구절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내 마음이었고, '그들은 나를 무시하고 천대했나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하신 베네딕도 성인이 너무 고마웠다. 물론 이것은 주님을 향한 기도이기에 다른 곳에다 하소연한 것이 아니라 기도 중에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말씀 드린 것이리라. 성인도 얼마나 이 성경 말씀을 되뇌었을까.
한동안 들끓던 분심도 좀 가라앉고 아픈 마음도 좀 진정되어 묵상을 끝낸 후 성인이 인용한 성경 말씀이 궁금해져서 찾아봤다. 앞부분은 워낙 잘 접하는 시편이라 익숙한데 이 뒤에 '그들은 나를 무시하고 천대했나이다'라고 솔직히 말하는 구절이 있었나 싶었고, 내심 줄이라도 그어놓고 힘들 때마다 기도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알고보니 시편 40,11과 이사 1,2을 나란히 붙여서 인용되었던 것이었다. 아이고, 사부님, 여기서 한 줄, 저기서 한 줄 각각 들고오셔서 하나로 이어 저렇게 기도를 하셨다니요^^ 비통했던 마음이 한순간 스승의 유머 때문에 다 녹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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