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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마태오의 우물/마태오 9장 (17)
깊이에의 강요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마태 9,37-38) 일꾼은 밭주인의 선택이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그렇게 선택되었다. 그러니 내 주위의 사람들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혼자 푸념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판단할 일은 아니다.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어, 그것들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게 하셨다." (마태 10,1) 열두 제자가 하는 일은 앞부분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9,35)의 반복이다. 일꾼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
또한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 (마태 9,17) 새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일 리는 없고 젊거나 신상, 낯설거나 낡지 않은 것이 '새 포도주'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깨닫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새 포도주가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쳐 맛과 향이 조화를 이루게 되면 '좋은' 포도주가 되는 것인데, 그 과정을 생략하고 '좋은 포도주'로 건너뛰며 살아온 건 아닌가 싶었다. 어쩌면 시간을 견디고 변화를 겪지 않은 새 포도주는 숙성되지 않은 포도주일 뿐. 나 역시 새 포도주일 뿐이었는데 좋은 포도주라고 착각하며 시간을 앞당기려 하거나 나를 몰라준다고 여겼었구나. 하지만 새 포도주가 좋은 포도주가 되도록 늘 새 부대의 모습으..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평상에 뉘어 그분께 데려왔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마태 9,2) #dailyreading 지붕을 뚫어서라도 병자를 예수님께 데려가려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를 낫게 하셨다. 지붕을 뚫으니 빛도 쏟아져내렸다.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둘 다 보존된다. (마태 9,17) #dailyreading 오늘은 ‘둘 다’에 멈춘다. 둘 다 보존되려면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아야 한다는 것, 둘 다 보존되려면… 새 포도주만 소중해서가 아니다. 둘 다 보존하기 위해서이다, 헌 부대라고 버려지지 않도록. 내가 헌 부대일 때 무조건 밀어붙이지 않으시고, 내가 새 부대가 될 때까지 새 포도주이신 분은 기다리신다. 그러니 우리는 헌 부대일 때도 그분 손길 안에 있고 세 부대일 때도 그분과 함께 할 수 있다. 헌 부대일 때도, 새 부대일 때도.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마태 9,14) 사순절이 시작되었다. 재의 수요일 첫 단식과 기도의 지향은 우크라니아의 전쟁과 세계 평화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암담해서 묵상도 기도도 쉽지 않았다. 나의 기도, 나의 단식, 나의 희생…이 그들에 비해 너무나 사소하고 시시하다 싶어 괴로웠다. 그리고 이 괴로움마저도 너무 사소했다. 그들은 강제로 온 삶을 단식, 단식이 아니라 ‘수난’이었다. 단식에도 빈부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가난한 자의 단식, 권력자의 단식, 혜택을 입을 수 없는 자의 단식, 맘껏 말할 수 있는 자의 단식, 스스로 죄인이라 고개 숙여 고해하던 세리의 단식, 스스로 의롭다며 고개를 들었던 바리사이의 단식… 며칠 정도 굶어도 괜찮을 정도의 노동을 하는 사람, 지..
저희와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마태 9,14) 그저 밥을 굶고 고행하는 것이 단식이 아니라 절제와 희생을 통해 예수와 그분 사랑을 더욱 느끼고 실천하는 것이 단식일 것이다. 열심한 나머지 예수 없는, 예수와 무관한 단식을 할 수도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마태 9,13) 예수님 말고 나는 어떤가. 하느님으로부터는 자비를 원하면서도 타인에겐 희생을 바란 적은 없었나. 나 자신에게조차 가혹한 희생을 강요한 적은 또 없었나.
놀라운 가르침을 주시는 분의 제자들은 왜 단식을 하지 않는지 궁금해 했던 요한의 제자들. 정결례를 말하며 다그치던 바리사이들이나 율법학자들의 질문과 뉘앙스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들은(루카 5,33 참조) 예수님을 나무라기 위해 질문했고, 요한의 제자들은 훌륭한 수덕의 한 방법인 단식을 왜 알려주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예수님은 신랑과 무관한 단식(단순히 먹고 마시지 않는 고행)이 아니라 신랑 때문에 하는 단식의 새로운 의미(새 천 조각이요 새 포도주이다)를 알려 주신다. 나의 낡은 곳에 새 천조각을 덧대어 꿰매더라도 찢어지지 않으려면 씨실과 날실이 튼튼하고 단단하게 서로를 붙들고 있어 무엇이 나를 당기거나 밀어도 내가 나의 평상심을 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새 옷은 되지 못하더라도 외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