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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요한의 우물/요한 21장 (7)
깊이에의 강요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주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님이시라는 말을 듣자, 옷을 벗고 있던 베드로는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들었다.(요한 21,7) #dailyreading 이미 한 번 물에 빠져서 살려달라 외쳐보았던 베드로가 다시 물에 뛰어들었다. 물에 빠져 죽음의 공포를 맛보았던 그가 이번에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오히려 겉옷을 두르고 뛰어들었다. 이는 믿음이 한 일이다. 물에 빠진 자신을 건져내신 분, 배반한 자신을 믿고 용서하신 분의 믿음이 한 일이다. 그분이 의심을 품고(마태 14,31) 맹세까지 하면서 당신을 모른다고 부인했던(마태 26,74) 베드로를 믿으셨기에, 그분의 믿음이 이제 베드로의 믿음이 되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아침을 먹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제자들 가운데에는 “누구십니까?” 하고 감히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분이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한 21,12) 두려워 도망친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믿기도 어려워, 예수님께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은 또 먼저 다가오신다. 그리고 배가 찢어질 만큼 고기를 잡도록 해 주시고 베드로는 그제서야 예수님을 알아 본다. 이 복음에서 예수님과의 만남이 이쯤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걸 묵상한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찾으셨고 물고기를 많이 잡게 해 주셔서 베드로가 예수님을 알아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뭍에서 기다리시는 예수님, 결국 제자들이 당신을 찾아오도록 기..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 (요한 21,10) #dailyreading 아낌 없던 베풀 줄 알았던 선행, 밤새워 올린 기도, 갈고 닦아 처음으로 바쳤던 다짐이 분명 필요했지만 ‘그때의 나’가 ‘지금의 나’는 아니다. 열심했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었고 그로 인해 지금 이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지금 내 손에 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나는 빈 손이다. 예수님을 우리에게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하신다. 그러니 보잘 것 없더라도 방금 행한 선행을, 서툴더라도 방금 올린 기도를, 설익었더라도 방금 새롭게 다짐한 서원을, 방금 잡은 고기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실의에 빠져 다시 옛날로 돌아간(물고기를 잡으로 간) 제자들을 먼저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부활을 믿지 못하고 눈 앞에 계신 예수님을 알아보지도 못한 제자들을 타박하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밤새 아무것도 잡지 못한 제자들이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은 물고기를 잡도록 도와주시지요. 거기서 끝나지 않고뭍에서 제자들이 당신께 오기를 기다리셨습니다(예수님을 찾지도 못하는 제자들을 먼저 찾아오시고, 제자들이 다시 당신을 찾을 수 있도록 하신다).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10절) 예수님이 계셨던 물가 숯불 위에는 이미 물고기와 빵이 익고 있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방금 잡은 고기를 들고 오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신께서 인간을 통해 하신 그 일로 그 인간을 새롭게 먹이시려는 ..
“우리도 함께 가겠소.”(요한 21,3) 실망과 좌절, 허탈감에 빠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을 텐데 그들은 함께 가기로 마음 먹었다. 넷 말고는 어부도 아니었을 텐데 함께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 ‘함께’ 하기로 마음 먹고 행동에 옮겼기에 수많은 물고기를 잡고 부활의 증인도 되었다. withyou의 가톨릭 버전이라고나 할까. 흩어지지 않고 함께 가기로 마음 먹을 때, 내 갈길보다 함께 갈길을 찾을 때 우린 이전의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부활의 삶으로 초대된다. 함께 있는 그들을 부르시는 부활하신 예수. 예수는 실망하거나 떠나지 않고 부활을 제대로 알아듣는 모범생 같은 제자들 모습보다 온전히 알아듣지도 못하고 실망과 두려움이 범벅이 된 심정으로도 서로를 위해(남아 있을 너를 위해, 혼자 남..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네가 젊었을 때에는 스스로 허리띠를 매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다. 그러나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팔을 벌려야 허리띠를 묶을 수 있다. 십자가를 져야 시작된다. 순서가 그렇다.
"Bring some of fish just caught" (Jn 21,10) 이미 숯불 위에 물고기와 빵이 있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방금 잡은 고기를 들고 오라고 말씀하신다. 방금 잡은 고기. 당신께서 인간을 통해 하신 그 일로 그 인간을 새롭게 먹이시려는 예수님은 "이미" 드렸음을 핑계로 준비 없이 식탁으로 나아가는 "나"를 반성케 한다. 방금 잡은 물고기를 들고 예수님께 가지 않으면 신선한 은총 역시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요 며칠 십여 년 전에 섰던 리포트를 워드 파일로 저장해 두려고 작업을 하면서 읽고 있는데, 리포트를 읽다보니 '내가 이런 마음도 먹었었구나.' 싶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죄인의 기도'라는 제목마저도 얼마나 거창한지. 마음먹은 바대로 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