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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마태오의 우물/마태오 2장 (10)
깊이에의 강요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주님께서 모든 민족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 날이고, 동방박사들이 별의 인도를 따라 아기 예수를 찾고 경배 드린 것을 경축하는 날입니다. 아울러 이방 민족을 대표하는 동방박사들의 방문으로 그리스도께서 온 세상의 빛으로 계시됐음을 나타냅니다. 제대 앞 구유가 동방 박사들로 가득 채워져서 이천년 전의 마굿간 모습으로 완성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 장면을 이렇게 들려줍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마태 2,10-11) 공현 대축일이 되면 제의방 수녀가 잊지 말고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따..
이번 성탄은 대림절 시작때부터 별을 떠올렸다. 덕분에 어떻게든 그 별을 따라가 보려고 애쓴 대림시기를 보냈다. 별. 그분의 별. 공현 대축일 복음을 읽으며 다시 별을 생각한다. 동방박사처럼 별을 보고 따라나서는 삶이 아니라 이제는 내가 별이 되어야 함을 받아들이며... 나는 그분이 오셨음을 알리기 위해 빛나는 별, '그분의 별'(2절)이어야 하고,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그분께 경배(2절)'하도록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하며, 내가 가고 싶은 길이 아니라 그곳이 어디일지라도 그분을 향해 '앞서가야'(9절)' 하고, 앞서가며 길을 내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일들을 또한 받아들여야 하며, 열심히 그 길을 가는 중이었다 해도 그분이 있는 곳 위에 이르러서는(9절) 지체 없이 나의 길을 '..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마태 2,12) 삼왕은, 아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아기를 경배하기 위해 별을 따라 나섰지만(행동했지만)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는 아기는 당연히 왕궁에서 태어나리라 생각했다. 그 생각은 아마 흔들리지도 않았으리라. 당연한듯 예루살렘에 도착해서 묻는다,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은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그분을 경배하러 왔습니다." 나 역시 '이 길'로 가면, '이 곳'에 가면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있었던 정도가 아니라 많았다. 내가 생각한 길, 아무리 심사숙고 하고 경험을 토대로 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확신했던 길은 가끔 다른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흔들리지 않고 걸었어도 가끔 길도 잃었다..
헤로데는 박사들에게 속은 것을 알고 크게 화를 내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보내어, 박사들에게서 정확히 알아낸 시간을 기준으로,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마태 2,16) 루카스 수녀가 그린 그림 때문일까, John Rutter의 새 캐롤 Joseph's carol 때문일까, 올해 성탄은 요셉 성인을 자꾸 묵상하게 된다. 오늘 복음도 요셉의 꿈에 나타난 천사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13절)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는 천사의 말에 요셉은 일어나 밤에 아기와 어머니를 깨워 먼 길을 떠났다. 얼마나 고단..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마태 2,2) 주님, 제 삶이 매일 당신을 찾아나서는 삶이 되게 하소서. 나의 생각,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오직 당신이 보여주시는 별을 따라서, 머리나 입이 아니라 내 발로 매일매일 당신을 찾아나서고 당신을 만나 경배하게 하소서.
요셉은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갔다.(마태 2,21) 성가정 축일인 오늘, 의미 있는 사진을 올려본다. 엄마 아빠 아이, 구색 맞추듯 구성원만 맞춘 공동체가 아니라, 하느님이 맺어주신 이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가정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어나가는 공동체. 상대의 고단함을 알아채고 배려할 줄 아는, 타인의 필요도 채우지만 나의 필요를 등한시하지 않는, 서로의 키를 맞출 줄 아는...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마태 2,13) 악함에 맞서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의 고난을 생각한다. 믿는이들의 삶은 나 자신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지키는 삶이다. 그리하여 서로를 지키게 되는 삶이다.
조그만 하느님, 아주 작은 빛 아기 예수가 조용히 세상에 태어나셨습니다. 세상은 그분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고 제 삶에 충실하던 일부 사람들만이 그분 오심을 가까스로 알아채고 그분의 탄생을 조촐하게 기뻐했습니다. 하늘의 환성에는 비할 수 없는 속삭임 같은 환영의 자리, 기쁨의 자리. 가장 작은 마을, 가장 작고 누추한 곳에서 구원의 뜻이 드러났습니다. 어느 한 민족, 한 백성 시대에 머물지 않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구원이 전해짐이 드러났습니다. 가장 작고 가장 연약한 모습을 한 이 아기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도, 자신을 맞아주지 않아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아도, 심지어 자신을 미워하고 죽이려 해도 구원 의지를 거두지 않고 오히려 사랑을 주겠다 합니다. 하지만 그분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높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