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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루카의 우물/루카 15장 (9)
깊이에의 강요
작은아들이, ‘아버지, 재산 가운데에서 저에게 돌아올 몫을 주십시오.’ 하고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루카 15,12) 오늘 묵상은 작은 아들의 이 말에서 멈췄다. 당당하게 요구한, 아들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이 말이 아버지에겐 얼마나 가슴 아픈 말이었나. 내게 당연하고 당당했던 수많은 말들이 그분께도 그들에게도. 내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먼서도 자꾸 까먹는다.
쨈 뚜껑이 굳어서 잘 열리지 않을 때 어떤 방법을 쓰시나요? 저는 아침식사 때 내린 커피가 남으면 보온병에 담아 두는데 가끔 뜨거운 커피를 부은 다음 바로 닫아버리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팽창했던 공기가 압축되어 내부 압력이 낮아져서 나중에는 아무리 힘을 줘도 뚜껑을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힘이 조금 더 세면 뚜껑을 누르는 압력 또한 커서 마찰력이 증가해서 뚜껑이 잘 열리기도 합니다만 수녀원에서는 센 힘이라고 해봐야 도토리 키 재기입니다. 저는 그럴 때 고무장갑을 끼고 뚜껑을 엽니다. 수술용 비닐장갑도 괜찮습니다. 이도 저도 없을 땐 고무 밴드 두어 개를 뚜껑에 빙빙 둘러놓고 열면,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열리게 됩니다. 더 센 힘으로 마찰력을 크게 한 것이 아니라, 고무라는 물질에 의해 마찰력을 높였기 때문..
일어나 아버지께 가서 이렇게 말씀드려야지.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저를 아버지의 품팔이꾼 가운데 하나로 삼아 주십시오.′(루카 15,18-19) #dailyreading 배은망덕이라던가 파렴치 같은 단어는 일단 접어두고 오늘은 작은 아들을 따라가 본다. 결국 모든 것을 탕진한 그는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하나를 떠올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버지. 아무 계획도 없이 유산을 받아 들고 집을 떠났던 작은 아들은 방종한 생활을 하며 자기 재산을 전부 허비한 후 그제서야 '계획'을 했다. "일어나 아버지께 가서 이렇게 말씀드려야지.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저를 아버..
The Prodigal Son. Pierre Puvis de Chavannes 일어나 아버지께 가서...(18절) 오늘은 이 말씀에 집중한다. 그는 모든 것을 다 탕진하고 나서야 제정신이 들어 ‘일어나 아버지께 갈’ 생각을 한다. 필요한 것들이 많을 땐 아버지 곁에 머물다가 원하는 것을 얻고난 후엔 아버지 곁을 떠난다. 돌아가시지도 심지어 편찮으시지도 않은 아버지의 유산을 미리 요구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했다는 생각 조차 없다. ‘내가 원하는 것’말고는 그 어떤 생각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작은 아들이? 아니면 내가... 무분별한 행동으로 가산을 탕진하든 수없는 죄로 내 영혼이 바닥이 나든, 우린 바닥까지 내려가서야 누군가를 찾는다.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싶을 때조차 내 안에 남아 있는 그분, 그분에 대..
오늘은 인물들의 움직임을 따라가 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가까이 모여드는 사람들. 그들 움직임의 끝은 예수님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입니다. 잃어버린 양을 찾아나서는 한 사람. 그의 움직임의 끝은 양을 어깨에 메고(이것 역시 '함께' 있음) 집으로 가서 이웃들을 불러 '함께' 기뻐하는 장면입니다. 어떤 부인의 움직임의 끝 역시 마찬가지이지요. 가까이 가서 함께 음식을 먹고, 찾아서 어깨에 메고, 이웃을 불러 함께 기뻐하고... 찾아가기도 하고 초대하기도 합니다. 당신이 오시기도 하고 당신께 가까이 다가가기도 합니다. 그리곤 '함께' 합니다. 누가 죄인인지 묻는 것으로는 묵상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매번 제가 죄인이라 묵상이 힘들어서이기도 하지만, 누가 보느냐에 따라 죄인이 되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