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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달력 한 장 (152)
깊이에의 강요
시드니 스미스 글, 그림. 김지은 옮김. 결국시작할 용기도, 이어갈 사랑도, 견딜 힘도, 내 안에서 길어 올릴 수 있다.오늘은 '기억'을 통해서 길어올린다. 아이의 기억 속으로 따라 들어가다보면내 안에 용기와 사랑과 힘이 고인다.엄마와 마주보았던 아이는이제 스스로 창밖을 바라보고 섰다.그리고 얼굴을 돌려 내게 묻는다."기억나요?"
김금향 글. 정진호 그림. 키즈엠. 섣불리 판단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지만 살아가면서 자꾸만 내 판단을 너무 믿기도 하고 일단 옳다 싶으면(옳지 않을 수도 있는데도) 멈추거나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다. 주인공 아이는 내가 책을 넘길 때마다 표정이 변했다. 아이는 당연히 스스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존재이지만 부모에 의해, 어른에 의해 짓지 않아도 될 표정을 짓게 되는구나 싶었다. 그동안 내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표정을 짓게 만들었나. 어쩌면 나 역시 '그랬구나'(다른 의미로) 싶기도 했다. 결심만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며 내 얼굴을 보고 안도할 수 있도록, 내 태도를 보고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내 말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나에게서 하느님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도록 오늘도 애써봐..
장재은 그림책. 사계절. 아름답고 섬세한 그림만큼 혐오와 차별이 그들의 일상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타오씨가 만드는 작은 부품들은 전체를 연결하고 지탱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지만 비슷비슷하고 흔한 한낱 부품으로 치부되듯 우리도 그들을 한낱 부품처럼 발밑에서 구르는 부품처럼 무심하게 혹은 함부로 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타오씨는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 일하면서 불량을 줄여나가는데 우리는 무심하게 혹은 함부로 불량 부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권정민. 사계절. 귀여움에 속지 말자,우리가 측정하는 그 모든 것은자기 비난, 우월감을 일으키는비교와 차별일 뿐. 나이건 남이건측정따윈 그만하고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다시 한 번 말하는데,귀여움에 속지 말자. 책이 던지는 질문에 비해냥님들이 너모너모 귀여우시다.
정진호 그림책. 위즈덤하우스. 나도 얇아지고 싶다. 끝없이 길어올리고 끝없이 밀어내는 생각 말고, 얇고 투명한 생각. 켜켜이 쌓이더라도 무겁지 않은, 겹겹이 두르더라도 두텁지 않은, 나는 행복한가.
정진호 그림책. 사계절. 우리는 각자 우뚝 서 있지만 도미노처럼 '연결되어' '조금' 떨어져 있을 뿐이다.그 거리라는 것이 물리적 거리든 인터넷상 거리든 심리적 거리든 말이다. 그래서 누구 하나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그 진동의 여파까지도 공유할 수 밖에 없는 관계로 살아간다.당장은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그 무게를 나도 감당해야 하는 사이로. 함께 넘어지지 않으려면 혹은 함께 넘어진다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일깨움을 넘어서는 이야기.
오승민 그림책. 문학과지성사 '언니는 잊지 않았을 거야. 오동나무 아래 내가 있다는 걸.' 인형의 눈으로 본 우리나라의 전쟁. 그 참상을 겪었던 이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가도, 붉고 푸른 자욱들을 모두 덮고 지우도록 오동나무가 자라고 꽃이 펴도, '해가 뜨고 달이 지고 비와 바람이 천천히 점옥이 얼굴을 지워'도, 이 책이 한가운데 꽁꽁 품고 있는 그 장면은 절대 지워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래야 한다. 전쟁을 겪은 부모님과, 친척들과 함께 살아온 나는 살면 살수록 그 아픔의 실체를 오히려 실감한다. 이제 그분들 대부분이 돌아가셨는데도 전쟁의 아픔이 문득문득 묻어나던 그 순간은 오히려 살수록 더 잘 알.수.있.었.다. 책이 너무 예뻐서 더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