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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마태오의 우물/마태오 25장 (6)
깊이에의 강요
교회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마지막으로 연중시기를 끝내고 대림시기를 시작합니다. 곧 판공성사를 보셔야 하는데요, 오늘은 판공성사 이야기로 시작할까 합니다. 판공성사를 보실 때 유념하셔야 하는 것 중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고해소 안에선 나의 죄만 분명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해소에 들어가기 전까진 내가 죄를 짓게 된 경위와 나의 어쩔 수 없었던 죄를 유발한 타인의 원인 제공이 수천 가지, 수만 가지가 되지만 고해소라는 곳은 기본적으로 '나의 죄'를 고해하는 곳입니다. 쉽게 말해 내가 누군가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타인의 원인 제공이 아무리 많았다 해도 내가 고해소에 들어가는 이유는 그를 고발하거나 나의 억울함을 성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그를 미워했기 때문이지요. 고해소에서 시어머니 죄..
이번 주 복음은 탈렌트의 비유입니다. 하늘 나라는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종들을 불러 재산을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종들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다섯 탈렌트, 두 탈렌트, 한 탈렌트를 받았고, 주인이 여행을 떠난 동안 각각 다섯 탈렌트, 두 탈렌트를 더 벌었는데 한 탈렌트를 받은 사람은 땅을 파고 그 돈을 숨겼습니다. 이 복음을 묵상하시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시나요? 왜 나는 다섯 탈렌트가 아닌가, 돈을 꼭 더 벌어야만 칭찬 받을 수 있는가, 그대로 둔 것이 그렇게 잘못인가, 이런 생각을 해보진 않으셨는지요. 하지만 오늘은 이런 질문들에 앞서 가장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 여행을 떠나면서 종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맡긴 주인의 마음을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내 손에 있는 돈이 남보다 적은지 많은지..
두려운 나머지 물러가서 주인님의 탈렌트를 땅에 숨겨 두었습니다. (마태 25,25) 두려운 나머지 주인이 맡긴 돈을 숨겼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오래 생각했다. 주인의 뜻보다 내 몸 상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일까 싶다가 이 삶을 살면서 더 이상 마음을 다치고 싶지 않은 나를 봤다. 재산을 맡기는 것과 같다. (마태 25,14) 터무니 없이 작은 돈을 맡기지 않았다. 재산을 맡긴다는 것은, 그저 돈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믿는다는 말이다. '믿는다'는 말이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마태 25,3-4) 등은 모두가 가지고 있었으나 다섯은 기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신랑이 올 때 길을 잘 나설 수 있도록, 넘어지지 않고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그분 얼굴을 알아볼 수 있도록... 내 등은 빈 등인가, 기름을 채운 등인가...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마태 25,9) 오늘 아침엔 조배 시간 내내 이 구절을 곱씹었다. Go instead to the merchants and buy some for yourselves. 한글로 읽을 땐 간단하게 다가온 ‘가서 사라’는 말이 영어로 읽어보니 가는 노력, 사는 수고가 달리 다가온다. 게다가 조금 매정하게 들리는 이 말을 곱씹다 보니 심지 않고 거두려는 심보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어리석은 이들이라 불리던 사람들은 준비 없이 있다가 다급해지자 거저 나눠 달라고 부탁한다. 그들에게 돌아온 말은 ‘No, for there may not be enough for us and you. Go instead to the merchants and buy some for yoursel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