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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정통 추리소설의 정수라는데, 내겐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너무 얽혀있는 건 아닌가 싶었던 책이다. 어렵다기보다는 복잡해서 오히려 더디게 읽게 된달까. 하지만, 나같은 사람은 따라가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재미는 있다. 파헤치는 이들의 끈질김만큼 범죄를 저지르고 탐하는 사람들의 집요함도 대단했다. 너무나도 기발하신 히가시노 게이코^^
강지나 지음. 돌베개 10년에 걸쳐 작성된, 가난을 짊어진 아이들의 성장 기록. 이 책은 실상을 폭로하는 데서 그치지 않으니 우리가 그저 ‘돈’, ‘도움’이라고 쉽게 말하거나 탓하지 못하게 만든다.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던져야 할 단 하나의 물음이 담긴 책’이라는 은유 작가의 소개말에 깊이 공감하며 읽었는데, 당장 내 발 밑에 구멍이 뚫리진 않았지만 우리는 함께 무너지고 있음을 알아채고, 아이들 아래 뚫린 구멍에 눈을 돌리는 일이 이젠 ‘도움’을 주는 일이 아니라 ‘나의, 우리의 일’이라는 걸 다시 알려준다. p.0 "공정한 어떤 잣대로 재봐도 미국 최고의 아동살인범은 가난이다. - 테리사 푸니시엘로(미국 복지권리운동 조직가)" p.38 "경제학자로서 평생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연구해온 아마티아센은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단편집이라 생각 없이 펼쳐서 스토리의 흐름에 떠밀려 좀 읽다가 “어..?”하다가 끝나는 이야기들. 누구는 책을 덮자마자 인간에 대한 공포가 밀려왔다는데 난 오히려 씁쓸함이 밀려왔다.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내면의 어둠. 그 어둠을 스스로 더욱 짙고 깊게 만드는 인간들, 인간들… 이 작가의 책을 읽을수록, 흡입력이 아주 좋으면서도 재밌게만 읽히지 않는 것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장점 중 장점이란 생각이 든다. 죄를 짓는 사람이나 속고 속는 사람이나 사건을 풀어나가는 사람들 모두 흔히 말하는 ’매력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인물이 아니라는 것도 이 작가의 품성을 드러내는 것 같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하빌리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나오는 세상이 좋다. 특출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럭저럭 보통인 사람들, 혹은 자신의 삶에 열심인 사람들이 해결해 나가는 세상. 지고한 선이 아니라 한 발 한 발 선으로 다가가려고 애써보는 사람들의 세상. 복고풍이 아니라 실제로 1988년 작품인데, 번역은 30년도 넘게 지난 현대어여서 (그 차이가 좀 궁금하긴 했는데) 오히려 명랑한 미스터리가 되었다. 하루키 시리즈는 언젠가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아 멈췄는데 게이고 소설은 가능한 오래도록 하나하나 다 읽고 싶다.
프랑수아 모리아크. 정수민 옮김. 가톨릭출판사. 신앙 고백이자 사랑 고백이었다. 이토록 찾고, 이토록 그리워하고, 이토록 찾는 마음. 하나하나 더듬어보며 더 가까이 다가가는, 그래서 삶에 아로새기는 사랑. 제목처럼, 이 책은 정말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였다. p.106 "유다는 스승의 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했다." p.117 "아버지의 뜻을 행하지 않는 이는 자신이 이를 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의 뜻을 행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도 자신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 뜻을 어긴다. 완벽하게 길을 가는 매우 '진보적인 사람이나 혹은 그렇다고 믿는 이들의 오만함은 세상 사람들의 허영심을 훨씬 능가한다." p.119 ~ p.120 ""이 말을 들으시고 예수님께서는 감탄하셨다."(루카 7..
최진영. 한겨레출판. 몇 겁을 살아온 듯 아이는 단단했다. 겉으론 아이가 부서진 것처럼 보였지만 그럴수록 부서지는 것은 우리요, 우리의 세상. 작가의, 아이의 솔직함이 무시무시했다. 그 소녀의 이름은… 진짜였는데 가짜로 사는 이들이 부르지 못해서 계속 가짜로 산다.
최은영. 문학동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던가. 선산을 지탱하는 굽은 나무들의 이야기였다. 그 모든 것을 온 몸에 아로새긴 탓에 부서지고 휘었지만 끝까지 지켜내는 이야기. 그리고 그 휜 나무들의 말. 결국 세상을 지켜내는 말. 결국 세상을 살려내는 태도.p.24 ""앞서 얘기한 학생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죠. 그것도 말을 끊어가면서."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 웃음기가 걷힌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p.28 "그녀가 지적할 수 없는 부분에서 은근하게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상대는 이런 지식을 알지 못하리라고 확신하듯 '~거든요'라는 종결어미를 즐겨 썼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p.31 ~ p.32 "그녀는 어떤 사안에 대한 자기 입장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