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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열린책들. 릴라와 레누와 또 다른 이들과 함께, 나역시 떠났지만 매여 있던 순간과 머물렀지만 헤매던 순간을 떠올리자니 서글프기도 했고 인생의 신랄함에 가련하기도 했다. 이들은 어디까지 가야하는 걸까.
데이비드 리빙스턴 스미스 지음. 장영재, 김재경 옮김. 웨일북. 타인을 인간 이하로 보는 비인간화에 대한 거의 모든 역사를 다룬 책. '자기도취적 집단 차별과 잔혹한 폭력성이 나타나는 심리학적, 사회학적, 인류학적 설명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하나의 원인에 초점을 둔 단편적 주장이 아니라 거대한 진화사적 관점에서 포괄적 설명을 시도'(감수의 글)한 책이다. 살면서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사람이 사람을 저렇게 대하나 싶은 일이 얼마나 많나. 개인에서부터 소규모 집단, 국가나 민족으로까지 이 무자비한 비인간화는 상대를 거침 없이 무너뜨리고 잡아 뜯고 짓밟는다. 책을 통해 답답함도 해소하고 무엇보다 그 연유를 알고 싶었지만, 내가 얻은 답은 명확한 연유가 아니라 비인간화는 거의 태초부터 인간의 역사와 함께 했다는 ..
은희경 산문집. 난다. 초보가 된다는 것은 여행자나 수강생처럼 마이너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지점에서 나를 바라보게 된다. 나이들어가는 것, 친구와 멀어지는 것, 어떤 변화와 상실, 우리에게는 늘 새롭고 낯선 일이 다가온다. 우리 모두 살아본 적 없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초보자이고, 계속되는 한 삶은 늘 초행이다. 그러니 '모르는 자'로서의 행보로 다가오는 시간을 맞이하는 훈련 한두 개쯤은 해봐도 좋지 않을까. 뭐랄까, 책을 읽다보니 작가님과 은근 친해지는 느낌이랄까, 밥 한 끼 나눈 사이 같달까, 얼굴 한 번 마주한 적 없지만 소소한 일로 가끔 멘션을 주고 받는 sns(페북 아님. 인스타 아님) 친구 같달까… 물론 상상만으로 그칠 일이지만, 괜히 이런저런 공통점을 만들어서 가까운 사이..
정지아 지음. 창비. 피하지 않고 온전히 겪어낸 사람만이 무게를 덜어낼 수 있는 이야기. 살아냈기에 웃으며 할 수 있는 말. 누군가는 킥킥 웃어가며 재밌게 읽었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올해의 책이라고 했다. 제목이 얼마 전 유행했던 드라마 제목과 비슷해서 내심 시원찮을 거라(작가님, 죄송합니다...) 생각하고는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뒤늦게 시작해서 나혼자 빠져들었다. 내 부모는 평등한 세상이 곧 다가오리라는 희망을 품고 산에서 기꺼이 죽은 사람들을 늘 부러워했다. 쭉정이들만 남아서 겨우겨우 살고 있노라, 한탄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런 삶이 부러워 미웁기도 했던 것이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마음을 짐작은 할 것 같았다. 저녁 반주로 소주를 걸치시고 말없이 노을을 ..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한길사. 2부는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676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었는데 '공평하지 않다와 '고유하다'를 헷갈려하며 읽다보니 시간은 후딱 지났다. 하지만... 수녀인 내가 읽기엔 다소 괴롭기도 했는데(60년대 나폴리의 문화는 정말이지...), 세상은 우리네 여자들에게 참 지독했더라.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수련소 시절,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가 '한 번에 한 가지만 하라'는 것이었다. 기도 시간에는 딴 거 말고 기도만, 휴게 시간에는 휴게만, 일자리 시간에는 일에 집중할 줄 아는 법을 수련소 때 배웠다. 기도가 아무리 좋고 또 하고 싶어도 일하는 시간이나 공부하는 시간에도 기도하려 들면 이도저도 안 된다는, 휴게 시간에 일을 더 하려고 하면 결국 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다는 말이었다. 처음엔 당연한 말이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고 수도삶을 정립해 나가는데 꼭 필요한 일이었다. 글을 쓰는데 제때 쉼표를 찍고 마침표를 찍는 일처럼,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문장을 시작하는 일처럼 그렇게 중요한 일. 책을 시작하고 미밴드를 빼고 다시 시계를 ..
캉탱 쥐티옹 글, 그림. 박재연 옮김. 바람북스. 여느 평범한 하루를 어제처럼 그저께처럼 살다가 문득 깨닫게 된다. 내가 진짜 누구인지, 나의 첫사랑이 시작되었음, 지금부터는 홀로 걸어야 한다는 것... 그 이후로는 나의 낮과 홀로 남은 밤은 다르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성장기록이지만 조금 쓸쓸했다.
엘리자베스 A. 존슨 지음. 김영선·김옥주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저자의 후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우리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부흥의 파도가 해변에 와서 부서지며 흩어지는 은유로 현대 그리스도론의 발전을 살펴보았다. 우리 세대에 신학은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인성을 되찾고 있으며, 그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회상하고,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해방의 힘을 깨닫고 있으며, 세상의 사람들과 지구 전체를 구원하기 위한 그의 힘의 넓이와 깊이를 연구하고 있다." Consider Jesus. 예수를 깊이 생각하는 이들은 예수 뿐만 아니라 예수가 사랑한 세상도, 예수가 사랑한 사람들 모두도 깊이 생각했다. 사랑을 할수록 사랑이 깊어지고 넓어지듯 신학도 깊이 생각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