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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마르코의 우물/마르코 10장 (11)
깊이에의 강요
이번 주 복음에는 소경 바르티메오가 나옵니다. 눈먼 거지였던 바르태메오가 나자렛 예수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큰 소리로 예수님을 불렀고, 잠자코 있으라는 사람들의 꾸짖음도 예수님을 원하는 그를 막지 못했습니다. 그의 큰 외침은 결국 예수님께 가 닿았고, 그 목소리를 들으신 예수님을 불러 세웠고, 예수님은 그를 당신 앞으로 불러오라고 말씀하십니다. 바르티메오는 예수님께서 부르신다는 말에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 갔습니다. 신기한 것은 눈이 보이지 않는 그가 헤매지도 않고 예수님께 갔나 봅니다. 복음서는 사람들이 그를 도와줬다는 이야기도, 그가 예수님께 가다가 넘어졌다는 이야기도 전하지 않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곧장 예수님께 가서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청했고, 자신의 믿음이 자신을 구원했다는 예수님..
"아무리 우아한 칼집에 꽂는다 해도 칼은 칼이다." 가끔 생각해보는 문장입니다. 제 아무리 우아하고 정교하고 아름다운 칼집이라 해도 그 안에 품고 있는 것은 칼인 법이지요. 아무리 부드러운 표현 안에 감추었다 해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위해 꺼낸 말이라면, 아무리 정중한 표현 안에 감추었다 해도 남을 깎아 내리기 위해 꺼낸 말이라면, 아무리 근심 어린 표현 안에 감추었다 해도 염려가 아니라 의심이라면, 아무리 순박한 표현 안에 감추었다 해도 다른 의도를 품고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말이라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것은 드러난 말이 아니라 숨겨진 진심입니다.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질문을 하는 이유는 '시험'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모세가 그렇게 기록한 '이유'를 알려줍니다. 껍데기 안에 든 것이 무..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마르 10,28) #dailyreading 베드로가 나서서 말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얼마나 뜬금 없는 말인가 싶어 몇 번을 읽었다. 나서서-그렇게 급한 일인가- 말하다니, 보시다시피-이렇게나 자신이 있었나-라니, 모든 것-과연-을 버렸다니… 몇 번을 되뇌다 보니, 이 말은 참말로 무서운 말이구나 싶었다. 얼마나 철없는 말인가도 싶고 얼마나 겁없는 말인가도 싶고. 베드로의 이 말을 끝내 내 기도로 만들지 못하고 예수님의 말씀으로 넘어갔다. 예수님의 말씀도 몇 번을 읽었다. 그리고 예수님 말씀에서는 반복되는 말들이 있었다. ‘때문에’와 ‘받을 것이다’ ‘때문에’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 (마르 10,37) 영광을 받는 방법은 영광 받는 사람의 옆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영광 받을 만한 존재가 되는 것. 누군가의 옆을 차지하여 얻어 누리는 것은 결코 내 것일 리 없다. 누구와 있어도 또 혼자있어도 당당하고 평화로울 수 있도록, 오롯하게 자기 자신이 되자.
"누구든지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혼인하면, 그 아내를 두고 간음하는 것이다. 또한 아내가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혼인하여도 간음하는 것이다." (마르 10,11-12) 이 말씀은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라는 바리사이들의 질문에 대해 제자들이 다시 물었을 때 하신 답이다. 물론 바리사이들에게는 바로 이렇게 답하지 않으시고 모세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너희의' '완고함' 때문이라는 것을 먼저 분명하게 말씀하신 다음 유대 전통에 능숙했을 그들에게 창조 이야기를 꺼내셨다. 하느님은 어느 한쪽을 우월하게(나머지 한 쪽이 마치 물건처럼 '버려도' 되는 존재가 아님) 만드신 것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고, 그들은 하느님이 맺어주신 하나이며(하나로 맺어진 후에는 누군가가 떨..
너희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모세가 그런 계명을 기록하여 너희에게 남긴 것이다.(마르 10,5) 모세가 이혼장을 써 주라고 한 것은 이혼을 장려하기 위해서나 혼인의 가치를 무시해서가 아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이유 역시, 하느님의 말씀을 이제와서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사랑에 있어 무책임하고 일시적이며 일방적이고 파괴적인 이들로부터 그 상대방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즉, 물건처럼 취급되며 사고 팔렸던 여인들에게, 변덕을 부리는 남편들의 하찮은 이유로 물건보다 못하게 버려졌던 여인들에게 살아갈 길을 터주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이 복음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다시 진지하게 묵상하고 하느님의 인간 사랑을 기억하며 현시대에 적용해보아야 하는 복음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이혼은 하느님이 맺..
파도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파도가 오는 때를 신중하게 기다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바닷가에 서서 같은 파도를 기다리지만, 파도는 일직선으로 공평하게 오지 않고 조금씩 다른 높이와 시간에 다가옵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가장 좋은 때에 힘껏 파도 위에 오릅니다. 왜 내 파도는 저 사람보다 높지 않냐, 왜 내가 원하는 파도를 보내지 않냐 투덜거리지도 않고 자신이 원하는 때가 아니라 파도가 밀려오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일단 올라타고 나면 파도가 가는 방향을 따라 움직이지요. 파도와 무관하게 내 멋대로 움직인다면 순식간에 바다 속으로 빠져버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파도를 잘 타는 방법의 첫 번째는, 파도를 잘 기다려서 파도에 몸을 맡기는 거지요. "스승님, 저희가 스승님께 청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