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깊이에의 강요

마르 10,35-41(레지오 훈화) 본문

마르코의 우물/마르코 10장

마르 10,35-41(레지오 훈화)

하나 뿐인 마음 2015. 10. 17. 06:59

파도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파도가 오는 때를 신중하게 기다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바닷가에 서서 같은 파도를 기다리지만, 파도는 일직선으로 공평하게 오지 않고 조금씩 다른 높이와 시간에 다가옵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가장 좋은 때에 힘껏 파도 위에 오릅니다. 왜 내 파도는 저 사람보다 높지 않냐, 왜 내가 원하는 파도를 보내지 않냐 투덜거리지도 않고 자신이 원하는 때가 아니라 파도가 밀려오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일단 올라타고 나면 파도가 가는 방향을 따라 움직이지요. 파도와 무관하게 내 멋대로 움직인다면 순식간에 바다 속으로 빠져버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파도를 잘 타는 방법의 첫 번째는, 파도를 잘 기다려서 파도에 몸을 맡기는 거지요.

 

"스승님, 저희가 스승님께 청하는 대로 저희에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스승을 따르기 위해 제자가 되는 법인데, 오늘 복음에서 야고보와 요한은 스승을 따르기보다 스승님더러 자신들의 뜻을 따라오라고 합니다. 이것은 마치 주님의 기도를 드릴 때, '나의 뜻이 땅에서 뿐만 아니라 하늘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라고 바꾸어 기도하는 것과 같지요. 기도하면서 원의가 없을 수는 없지만, 궁극의 선택을 하느님께 맡겨드릴 때 우리는 기도 생활을 계속해 나갈 수 있습니다. 파도의 시간을, 파도의 크기를 내 맘대로 정할 순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도 마시고,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내 오른쪽이나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정해진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예수님의 이 대답은 참으로 당연합니다. 기도의 결과는 하느님 아버지의 몫이고 아무리 예수님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하시진 않습니다. 단순히 아버지라서가 아니라, 아버지를 온전히 믿으시기 때문이지요.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결과가 가장 좋은 결과라는 것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으시는 거지요. 예수님의 대답만큼 기도의 결과도 참으로 당연한 겁니다. 누구의 마음대로 결과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은총은 은총이 필요한 이들에게 내리는 법이지요.

파도가 지나가고 나면 잠시 쉬면서 다음 파도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우리가 하나의 기도가 지나가면 다음의 기도를 또 기다려야합니다. 일단 파도를 타려고 마음 먹었다면, 바다에 있는 동안(살아가는 동안) 파도를 타고, 파도가 지나가면 좀 쉬다가 다시 파도를 타고... 우리의 삶도 이러해야 합니다. 인생에 파도가 밀려들 때 잘 기다려 파도를 타고, 파도가 지나가면 쉬어가며 즐기다가 다시 다음 파도를 타고...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