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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마태오의 우물/마태오 4장 (10)
깊이에의 강요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마태 4,19-20) #dailyreading 오늘은 곧바로 그물을 버렸던, 곧바로 그분을 따랐던 제자들을 묵상했다. 예수님이 부르셨을 때 어떤 이들은 호수에 어망을 던지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아버지와 함께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적어도 복음만으로는 그들이 예수님을 바라보았다거나 예수님을 따르고 싶어했다는 정보는 얻을 수 없다. 그저 살아가고 있었을 뿐이었던 그들을 덜컥 부르셨고 그들은 곧바로 어망을 쥔 손을 빈 손으로, 그물을 손질하던 시간을 빈 시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빈 손, 빈 시간, 무엇보다 곧바로… 예수님을 따라야 하는 때는 이렇듯 내 편에서, 그게 무엇이든 준비를 갖추었을 ..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예수님께서는 온 갈릴래아를 두루 다니시며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 가운데에서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마태 4,17. 23) 요한이 잡혔다는 말을 들으시고 갈릴래아로 가신 예수님. 잠시 물러나신듯 했지만 예수님께서는 가장 보잘것없는 땅, 거칠고 척박한 땅 즈불룬과 납탈리, 이민족들의 갈릴래아로 가셔서 소외된 이들, 가난과 고통으로 아파하는 이들 사이에 자리를 잡으셨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셨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에두르지 않는 회개 선포. 예수님은 사람들도 회개 앞에서 에두르지 않도록, 머뭇거릴 이유들을 하나하나 없애주셨다. “온 갈릴래아를 두루 다니시며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마태오 복음사가는 유다교 관습과 율법에도 정통한 인물로서 이방 지역에 살았던 유대교 그리스도인, 이른바 디아스포라 유다계 그리스도인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태오 복음에는 신약에서 구약의 예언이 이루어지고 있음이 자주 언급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전도를 시작하는 부분과 제자 네 명을 부르시는 부분인데,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번 주는 이 두 부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이사야 예언자의 말을 묵상해 보려고 합니다. “즈불룬 땅과 납탈리 땅, 바다로 가는 길, 요르단 건너편, 이민족들의 길릴래아,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15절..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마태 4,16) #dailyreading 빛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빛이 우리에게 왔기 때문에 우리는 빛을 볼 수 있었다. 그 빛은 우리가 그저 쳐다보라고 오신 게 아니라, 우리가 빛이 되라고 빛으로 오셨다. 우리를 하느님처럼 되게 하시려고 예수님이 우리처럼 되셨다. (아타나시오)
우리끼리 주고 받는 말 중에 수녀가 되어서 어릴적 꿈을 이루고 산다는 말이 있다. 수녀가 되려고 마음 먹었을 땐 누구나 한번쯤 가졌던 자신의 어릴적 꿈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가(물론 시종일관 수녀가 되고 싶어해던 소녀가 아가씨가 되어 입회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서원을 하고 살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어릴적 단순하면서도 명징했던 꿈을 살고 있더라는 말이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소녀는 교리시간을 즐겁게 준비하는 수녀로, 현모양처가 되고 싶었던 꼬마 아가씨는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 식사당번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북한 이주민 자녀들을 돌보며 현모양처로 살아갈 수도 있고, 수녀가 되어 간호사가 되는 사람도 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나의 꿈은 책방 주인 혹은 다큐멘터리 나레이션 작가였지만 그보다 더 어릴..
예수님 앞에 유혹자로 단단히 맘먹고 섰던 악마가 실은 가장 매여 있던 부분은 바로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악마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하면서 예수님을 빈정거렸지만 실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가장 부러워하며 질투하진 않았을까요. 돌마저 빵으로 바꾸어야 하느님의 아들이 되리라 여기는 악마가 딱합니다. 세상이 돈과 힘만으로 돌아간다고 여기는 세상의 수많은 어리석은 사람들처럼 참으로 딱하기 그지없습니다. 빵으로 육신의 생명을 유지하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영적 생명을 돌볼 줄 아는 자가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복음은 믿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힘이기 때문입니다(로마 1,16). 높은 곳에서 몸을 던져도 죽지 않는..
마태 4,1f 악마는 하느님의 아들이기 때문에 배고플 땐 돌마저 빵으로 만들어 버리라 유혹한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시기 때문에 그리하지 않으신다. 당신이 처한 상황을 위해 돌의 존재를 마음대로 바꾸시지 않으신다는 말이다. 또한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는 말씀 안에는 빵이 필요 없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필요하되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 포함된다. 즉 다른 것으로도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인간임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나아가 빵을 택함으로 놓칠 수 있는 것, 빵을 포기하더라도 절대적으로 놓쳐선 안 되는 무엇이 있음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생존을 위해서 내가 원하는 것이 있고, 또 원하든 원하지 않든 꼭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