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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마르코의 우물/마르코 3장 (16)
깊이에의 강요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뻗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마르 3,5) 아픈 사람이 있었고, 예수께서 먼저 그를 불러내시고, 손을 뻗을 수 있도록 말씀하시고, 그가 스스로 손을 뻗어, 다시 나았다. 당신을 고발하려는 걸 알면서도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시기 위해 “손을 뻗어라” 말씀하시는 예수. 두렵고 떨리지만 자신을 둘러싼 악의적 분위기를 이겨내고 결국 예수님께로 손을 뻗은 사람. 율법과 관습을 뛰어 넘어 인간을 보듬으시는 예수. 아픔과 두려움을 뛰어 넘어 예수께로 가는 인간. 이것은 기도이다. … 오전에 마무리했던 묵상이 오후에 다시 이어졌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구원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청하는 것이 기도..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마르 3,8-9) #dailyreading 오늘따라 다른 구절 다 제쳐두고 ‘거룻배’에 자꾸 눈길이 갔다. 몰려온 군중 앞에서, 당장 손길이 필요한 이들 앞에서 손을 내미시기보다 먼저 (어쩌면 몸을 돌려) 거룻배에 오르신 예수님. 다가온 군중들과 오히려 조금 거리를 두신 예수님. 당신을 밀쳐 대지 않도록 땅에서 떠나 물 위로, 배 위로 … 그리고 나는 오늘따라 왜 자꾸만 이 장면에 머무는가, 머물고 싶은가 생각했다. 피하고 싶고 가능하면 마주치지 않고 싶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웃을 자신이 없어 당분간만이라도 마주..
예수님의 친척들이 소문을 듣고 그분을 붙잡으러 나섰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미쳤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마르 3,21) 넘어진 사람을 보면 먼저 일으켜 세우는 일이 당연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힘겹게 걷는 이를 보면 짐을 덜어주려는 마음이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살다보면 이 당연한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감정의 군더더기가 없어야하고 어쩌면 그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생각도 단순한 편이 낫다. 상대를 안다는 생각은 하소연도 외면하게 만들고, 덜 아문 상처나 해결하지 못한 감정이 남아 있으면 스스로 초라해질 만큼 손 한 번 내밀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이럴 땐 마음 속 진짜 이유를 잘 들여다보고 나를 다독여주는 일이 먼저일 수 있다. 군중들이 꾸역꾸역 집으로 모여드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마르 3,35) 하느님의 뜻과 내 뜻이 부디 같은 방향이길, 내 뜻을 고집하며 그 분 길을 가노라 착각하지 않길.
예수님의 친척들이 소문을 듣고 그분을 붙잡으러 나섰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미쳤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마르 3,21) 확인은 커녕 소문만으로도 붙잡으러 나서는 사람들.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법학자들이, "그는 베일제불이 들렸다."고도 하고, "그는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도 하였다. (마르 3,22) 선한 행동을 보고서도 그 의도를 의심하는 것. 사람들을 가르치고 낫게 하는 예수의 행동은 나무랄 게 없으니 보이지 않는 의도라도 들먹이며 어떻게든 트집 잡는 마음.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왔다. (마르 3,13) 늘 그분께서 먼저 부르셨다는 걸 뒤늦게 깨닫기도 하지만, 부르심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한 발 더 다가선다. 제대 앞에서의 세례. 나의 서원. 제대 앞으로 나아가 성체를 모시고 또 기도하기 위해 그분께 한 발 더 나아간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마르 3,9) 나환자들도 맨손으로 어루만지는 분이시지만 군중의 섣부른 행동으로 치유와 선포가 중단되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시기도 했다. 손잡아야 할 때, 진정시켜야 할 때, 늘 이게 어렵다. 나보다 상대를 고려하고 또 고려할 때 겨우 조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