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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 (학생) 나, 너, 우리의 하느님! 언제나 저희들의 기도를 귀 기울여 들으시고 당신 가까이 불러 주시어 당신의 것으로 삼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사랑하는 가족과 익숙한 성당을 잠시 떠나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서로를 더 가까이 만나고 우리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만나 뵙고자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들을 해방시켜 주신 것처럼 신앙학교를 떠나며 드리는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시어 더 자유롭고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을 섬기고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해 주소서. ● (교사) 아이들이 신앙학교를 통해 하느님을 찾고, 만날 수 있도록 저희들을 주님의 도구로 써 주시고 당신이 저희를 사랑하신 것처럼 저희도 아이들을 사랑하게 하시고 구름기..
수도자의 길로 나가는 것은 주님의 부르심 때문입니다. 그 길은 편한 길이 아닙니다. 편한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 길은 자기 멋대로 나가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뜻대로 나가는 것입니다. 그 길은 혼자 나가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과 함께 나가는 것입니다. 그 길은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와 함께 나가는 것입니다. 그 길은 자기 자신을 위하여 나가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 이웃과 세상을 위하여 나가는 것입니다. 그 길은 자기 힘으로만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도움을 받아야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길은 사랑과 행복을 포기하고 나가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길은 잃어버린 때가 있더라도 다시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길로 나갈 수 있는 힘은 하느님이 ..
올해는 머뭇거린 시간이 많았다. 상처 입을까봐, 상처 줄까봐, 넘칠까봐, 모자랄까봐, 기억에 남을까봐, 기억조차 없을까봐... 무조건 직진 스타일은 아니지만 많이 흔들리지 않고 내 길이다 싶으면 안돌아보고 가는 타입인 줄 알았는데 많이 망설였다. 몸이 내맘과 달리 아픈 날이 많아서였나. 새해엔 이 성탄 날 하늘처럼 곧게 가자. 툭툭 잘 털고, 허허 웃으면서 내 길을 가자.
띵똥이 울려 나가보니 안나 할머니가 신문지로 잘 포장한 상자를 들고 서 계셨다. 구두 한 켤레와 영양 크림 하나, 그리고 짧은 편지. 한국 가서도 '이건 문 안나(할머니)가 준 신발이구나.'하며 기억해 달라고 덧붙이시면서 신발을 안겨주셨다. 선물은 고마운만큼 늘 부담스럽지만, 안나 할머니의 편지는 참 사랑스럽고 고마웠다. "온제나 미소로 마자 주시는 수녀님 감사함니다." 맞게 쓰신 단어도 고쳐서 맞춤법은 살짝 틀리긴 하셨지만, 얼마나 따뜻한 마음인지. 별 것 아닌 내게, 늘 넘치는 사랑, 열심히 사는 것 말고는 갚지 못할 사랑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더니,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신부님들 모셔서 듣는 강의는 마른 우물 같지. 물이 차오르길 기다려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으니 물 찰랑거리는 소리가 아니라 바가지 바닥 긁는 소리만 들린다. 근데 그 소리가 사람들 환호에 묻혀 본인도 못들으시네. 사제 뿐만이 아니라, 수녀도 스님도 마찬가지다. 버젓한 강의만이 아니라 교리나 작은 규모의 성경모임 하다못해 레지오 훈화 몇 줄도 내 안이 비어있으면 그 공허한 공간을 울려대는 바닥 긁는 소리만 가득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