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아무리 큰 자선을 베풀고 바르고 멋진 생각을 한다해도 나의 잘못을 애초에 없는 것으로 만들진 못한다. 나의 실수는 나의 실수이고 내 잘못은 내 잘못이다. 온 세상을 구했다 해도 내 잘못은 뉘우침, 진정한 사과, 용서로 되돌려진다. 내 상처가 아무리 크다 해도 타인의 상처를 쉽게 보아선 안되는 이유도 같다. 그나저나 이 그림 참 좋다!

시간이 날 때마다 어린 왕자를 몇 줄씩 읽는다. 언제부턴가 나는 설명 없이는 어떤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는지. 그 지점부터 다시 시작할 수야 없지만, 조금난 더 더디게 어른이 되고 싶다.

인간은 어리석어 탈이 나봐야 소중함을 느낀다. 샤워실에서 미끄러져 손가락을 다쳤더니 왼쪽 손가락들 고유의 기능들이 새삼스럽다. 하나하나 얼마나 소중한가. 아침부터 경비원을 모조리 해고했다는 '그 아파트' 소식에 심란하다. 우리가 잃은 건, 인간성인가!

타인에게 조언으로 해 주었던 말들. 막상 나에게 문제가 닥쳤을 때 나는 얼마나 나의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예전엔 종류 별로 안가리고 이것 저것 잘 읽는 편이었는데 점점 까다로워진다. 내가 서서히 책을 가려 읽고 싶어하고, 나와 맞지 않는 책을 멀리하고 싶어한다는 걸 깨달아가면서 나의 인간 됨됨이와 관계 폭까지 생각해보게 되는 하루.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시끌시끌한 기사들 속에서 이틀째 '잃을 게 없는 자의 자유'를 누리는 중.

분노는 당장 큰 폭으로 산을 오를 수 있게는 하겠지만, 분노만으로는 산맥 같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다.

부질 없는 거 그토록 질기게 찾아 헤매다가, 막상 죽음을 눈 앞에 두게 되면 그 후회와 두려움의 크기가 얼마나일지... 가볍게 살아야 죽음의 순간에도 마음 가볍게 두 다리 뻗고 눕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