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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루카의 우물/루카 16장 (3)
깊이에의 강요
이번 주 복음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부자와 라자로 이야기입니다. 성경은, “가난한 이가 죽자 천사들이 그를 아브라함 곁으로 데려갔다. 부자도 죽어 묻혔다. 부자가 저승에서 고통을 받으며 눈을 드니, 멀리 아브라함과 그의 곁에 있는 라자로가 보였다.”라고 전합니다. 이때 부자가 한 말을 들어보실까요?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자로를 보내시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제 혀를 식히게 해 주십시오.” (루카 16,24) 저승에서조차 라자로를 ‘시켜도 되는’ 존재라 여기는, 타인을 소홀히 대하던 그 부자의 태도가 저승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사실 복음은 부자가 횡령의 죄를 지었다거나, 남에게 해를 가했다는 말을 전하지 않습니다. 아주 담담한 어조로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
게다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루카 16,26) 할 수 있을 때 해야 하는 법이다. 건너갈 수 있을 때 건너가고, 돌이킬 수 있을 때 돌이키고. 미뤄도 가능했던 시절이 없진 않았지만 다시 해 볼 기회는 점점 없어진다. 어젠 오랜 만에 병자봉성체를 다녀왔다. 피할 수 없는 그 때가 왔을 때, 품위 있는 모습이고 싶다.
주인의 재산을 낭비하여 쫓겨날 처지가 된 집사는 자신을 위해 재산을 조금 더 빼돌린다던가 퇴직금을 좀 더 받아낼 묘수를 찾지 않고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그들의 빚을 일부 탕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알게 된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했습니다. 여전히 자신의 재산이 줄어들고 있었지만 주인은 가난한 이들의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집사 또한 자신을 지켜주는 것은 결국 더 많은 돈이 아니라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에게는 가난한 이들에게 재산을 빌려주는 것이 애초의 목적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재산이 줄어드는 것에 노하지 않고 어떤 이유에서든 가난한 이들의 숨통이 트이도록 도운 집사의 행동을 영리하다 여기며 칭찬하는 주인의 마음을 짐작해 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