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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모든 피조물을 사랑으로 창조하신 하느님, 저희 가족에게 반려동물 OOO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OOO와 헤어져 아파하는 저희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고 이별의 슬픔보다는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살아가게 해주소서. 저희가 반려동물 OOO를 사랑했듯이 당신이 생명을 주신 모든 존재를 더욱 아끼고 사랑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 폭시를 그리워하며
○ 삼위일체이신 사랑의 하느님 아버지, 90년 전, 손수 이 땅에 성전을 세우시고 저희를 불러 모으시어 이끄시고 보살펴 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 이제 저희는 본당 설정 90주년을 준비하며 아버지의 뜻에 맞갖은 00성당 공동체로 거듭나고자 하오니 자신을 돌아보며 진심으로 성찰할 수 있는 지혜와 새로운 변화로의 초대에 응답할 수 있는 용기와 모든 일에 있어 당신께 의탁할 수 있는 겸손을 주소서. ○ 사제는 공동체를 받들며 신자들의 삶을 거룩하게 이끌도록 하시고, 평신도는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일상을 거룩하게 살아내게 하시며, 수도자는 공동체를 위해 낮은 곳에서 봉사하며 거룩함 안에 머물게 하시어 ● 진실한 사랑으로 가난하고 소외당하는 이웃을 보듬는 나눔의 공동체,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낮추고 깨끗..
+ 아기 예수, 우리를 위해 오셨네. 예수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올해는 새롭고 낯선 곳이 아니라 익숙한 이곳으로 다시 오게 된 이유를 오래도록 생각했습니다. 성탄을 기다리며 이제는, 작고 가난하고 순결하신 아기 예수님께서 나에게, 세상에 오신 이유를 생각합니다. 그분의 작아지심이 우리의 교만을 깨뜨리도록, 그분의 가난이 우리의 사치를 막아서도록, 그분의 상냥함이 우리의 무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프란치스코 교황) 아기 예수를 위한 빈자리를 삶과 마음속에 잘 마련하셔서 은혜로운 성탄 맞으시길 기도합니다. 2021 주님 성탄 대축일
이곳에 온지 이제 스무 날 정도가 지났다. 떠나온 곳과 머물러야 하는 곳에 대한 생각이 겹치는 시간. 종신서원을 갓 하고 언제 부르시든 그 즉시 모든 것을 내어 놓아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왔던 이곳에 다시 와서 살고 있다. 떠나온 성당의 십자가를 ‘낮은 자들의 십자가’라 생각했었다. 애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찾아지지 않고, 오래 응시하기 위해서는 목이 아파야 하고, 나 편한대로 살다가는 있다는 것마저도 잊을 수 있는 십자가. 쳐다보려면 애써야 하고, 오래 마주보려면 불편하고 때론 아파야 했던 그 십자가는 아주 높이 달려 있기에 자신이 그분 아래에 있음을 인정하고 고개를 들어 우러러 볼 줄 아는 사람들에게 드러나는, 낮은 자들의 십자가였다. 그리고 이곳 십자가. 키가 큰 사제들은 십자가를..
시간이 다 되었다. 안다고 생각했던, 그러나 알지 못했던 3년. 지난 3년을 돌아봤다. 이곳에 와서 제일 많이 생각했던 건 ‘수도자란 무엇인가?’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 질문들은 신자들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다. 온전히 나의 문제였으니까. 두 번째 생각은, 열심히 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는 것. 그동안 나는 열심히 달렸었다. 교리를 열심히 준비하면 예비신자들이 귀기울여 들어줬고 열심히 프로그램을 준비하면 아이들이 신나게 즐겨줬고 열심히 알려주면 열심히 들어주는 신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나는 좀 다른 경험을 해야했다. 열심히 해도 되지 않는 것들, 아무리 달려도 지금은 닿을 수 없는 것들… 코로나 때문에 성당이 문을 닫았을 땐 텅 빈 성당을 지키며 속수무..
+ 하느님을 힘으로… 사랑하는 레오야, 이제 곧 예수님의 몸을 모시는 첫영성체를 하게 되는구나. 평생 처음으로 예수님을 너의 마음 속에 모시는 날, 깨끗하고 착하고 바른 마음으로 예수님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단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몸 속에, 마음 속에 한 번 들어가신 이후에는 아무리 우리가 예수님과 멀어지고 싶어도 멀어질 수가 없단다. 레오 안에 자리를 잡으신 예수님은 이제 영원히 너를 떠나지 않으시기 때문이지. 다만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예수님이 자신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가끔씩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예수님은 한 번도 우리를 떠나가시지 않아. 레오가 이 사실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영원히 예수님과 함께 은총 넘치는 삶을 살아가길, 예수님께서 언제 어디서나 우리 레오를 은총으로 보살펴 주시고 착한 마음을 품고..
기쁘고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분주하고 소란스럽기도 했던 성탄 밤이 깊어지고, 미사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많은 사람들이 식당으로 빠져나갔다. 묵묵히 자리를 정리하고 청소를 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아무도 남지 않은 성당.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혼자 있으니 그 큰 빛이 주님이 되었음은, 십자가의 성 요한이 말한 어둔밤과 내적 침묵 없이는 깨닫기 어렵겠구나 싶었다. 온기마저 서서히 식어버린 성전 구유 앞에 서서, 내 남은 생애 동안 당신과 무관한 삶은 살지 않겠노라 고백했다. 멀리서 오셨으나 부디 내 안에 거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