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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루카의 우물/루카 1장 (14)
깊이에의 강요
마리아는 천사의 뒷모습을 어떤 심정으로 보았을까... 오늘은 이 마지막 문장에 자꾸 눈길이 갔다. 오늘은 내 심정이 성모님보다 천사 같았다고나 할까. 나도 천사처럼 조용히 할 일을 다 하고 나면, 하느님의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다 지켜보지 못한다 해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군더더기 없이 하느님의 말씀을, 두려워하는 이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에게 하느님의 섭리를 자잘한 내 말과 내 생각을 고운 채에 걸러내고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골라내어 건낸 후, 전한 말씀이 이루어낼 그 모든 일들을 품은 채 미완성이 아니라 확신 속에서 묵묵히 돌아서서 떠날 줄 아는 삶. 그렇게 다가서고 그렇게 돌아설 것.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루카 1,34-35) #dailyreading 나는 하지 못해도(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그분은 하신다(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묵상과 함께 떠올린 말씀. “안젤로야, 너를 너무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교황 요한23세께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일기장에 자주 적으셨다는 이 말을 오늘은 내 마음에 새겨본다. “성심아, 너를 너무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곰곰이 생각하였다.(28절)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34절)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38절) 복음을 묵상하다가 본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천사의 말 말고, 성모님의 대답(반응)만 따로 떼어서 읽고 또 읽어봤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이런 태도로 이런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꼭 두렵고 떨리는 중대한 선택이 아니더라도 내키지 않아 한마디 말도 하고 싶지 않다거나 한사코 미루고만 싶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무엇인가.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내가 하고 싶은지 아닌지’, ‘지금도 이후도 안전하고 평화로울 수 있는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지’ 염려하다가 그 일이 이루어져야하는 진짜 이유는 ..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루카 1,46-47) 워크숍 중에 이 꽃을 보고 오늘 말씀을 떠올렸었다. '영혼'이 찬송하고 '마음'이 기뻐 뛰는 삶. 평생을 한곳에 머물며 소리 없이 피고 지지만 찬송하고 기뻐 뛸 수도 있겠다 싶었다. 노래를 불러야만 찬송인 것이 아니고, 소리 치며 두 발로 달려야만 기뻐 뛰는 것이 아니니 하고 싶은 일도 가고 싶은 곳도 물론 있지만 세상과 교회, 공동체의 필요에 응답하며 지금 여기에 머무는 내 삶도 분명 그렇다 싶었다. 찬송과 기쁨은 영혼과 마음의 일.
곰곰이 생각하였다.(28절)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34절)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38절) 복음을 묵상하다가 본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천사의 말 말고, 성모님의 대답(반응)만 따로 떼어서 읽고 또 읽어봤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이런 태도로 이런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꼭 두렵고 떨리는 중대한 선택이 아니더라도, 내키지 않아 한마디 말도 하고 싶지 않다거나 한사코 미루고만 싶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무엇인가. 많은 경우에 난, 내가 하고 싶은지 아닌지, 지금도 이후도 안전하고 평화로울 수 있는지, 나아가 사람들의 반응까지 염려하다가 그 일이 이루어져야하는 진짜 이유는 외면하곤 한다...
아기 어머니는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루카 1,60) 이웃과 친척들이 모두 그런 적이 없다며 안 된다고 할 때, 남편조차 말할 수 없어 함께 하지 못할 때 그녀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했다. 모두가 예전처럼 하자고 할 때 안 된다 말하는 여성의 목소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쓴 순간을 기억하지만 그에 앞서 엘리사벳의 의견 표명이 있었고 그 덕에 사람들이 즈카르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용감한 ‘안 됩니다’. 묵상의 시작은 엘리사벳이 아니었다. 이웃과 친척들이 부모 대신 이름을 지으려 하고, 아기의 어머니가 지으려는 이름을 막아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내키지 않는 마음을 따라가 봤더니 이윽고 엘리사벳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모님의..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 #dailyreading 오해를 받을 것이고 쉬이 끝날 리가 없으며 외롭고 험난한 길이 될 줄 알면서도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일이라면, 나에게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나 하나쯤이야 하며 내 앞으로 난 길만을 걷는 게 아니라, 나여야 한다고 굳이 남의 길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인데도 아무도 가지 않으려하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 길을, 길인지 조차 알기 어렵고 혹은 목적지마저 가려져 있는 그 먼 길을, 한 발 한 발 길을 내면서 나아가는 것.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 묵상을 하다가도 가끔 이 구절에서 한없이 멈춰 있게 된다. 나는 내 기도에 내 진심을 얼마나 담고 사는가. 원하지 않는 길임을 알지만 저만치 앞서 그분이 걸어가실 때, 쓰라린 상처를 입고서도 가야하는 길을 사랑의 길이라고 하실 때, 수천 번 울부짖고 싶고 억울함을 토로하고 싶지만 침묵으로 초대하실 때, 꼭 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를 굳이 부르실 때,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시는 분 때문에 나보다 공동체를 나보다 교회를 염려해야 할 때, 후일의 평화보다 당장의 위로를 갈구하는 내게 당신의 십자가를 보여주실 때, 내버려두길 원하고 숨어버리길 원하는 나를 막지 않으시고 말없이 바라보실 때 ...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