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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루카의 우물/루카 1장 (15)
깊이에의 강요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루카 1,39) 두려움도 있었을텐데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서둘러 엘리사벳을 찾아 발걸음을 떼었을 성모님을 생각해 본다. 사실 난, 누군가를 살뜰하게 살피고 수시로 안부를 묻는 등의 일들은 내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하면 좋겠지만 내가 잘하는 일은 아니다 싶기도 했고 그런? 친밀함?은 내려놓아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덧붙여서, 예전엔 동변상련의 아픔을 나누고 위로했으리라는 생각이 컸는데 이제는 마리아가 품고 있는 말씀이신 예수님을 전하려는 ‘기쁨’을 묵상하게 된다. 저 그림을 그리신 수녀님도 그랬을까. 고단함보다는 오히려 가볍고 살짝 설레는 발걸음 아닌가. 굳이 갈 필요까지 있나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굳이 들이..
마리아는 천사의 뒷모습을 어떤 심정으로 보았을까... 오늘은 이 마지막 문장에 자꾸 눈길이 갔다. 오늘은 내 심정이 성모님보다 천사 같았다고나 할까. 나도 천사처럼 조용히 할 일을 다 하고 나면, 하느님의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다 지켜보지 못한다 해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군더더기 없이 하느님의 말씀을, 두려워하는 이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에게 하느님의 섭리를 자잘한 내 말과 내 생각을 고운 채에 걸러내고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골라내어 건낸 후, 전한 말씀이 이루어낼 그 모든 일들을 품은 채 미완성이 아니라 확신 속에서 묵묵히 돌아서서 떠날 줄 아는 삶. 그렇게 다가서고 그렇게 돌아설 것.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루카 1,34-35) #dailyreading 나는 하지 못해도(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그분은 하신다(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묵상과 함께 떠올린 말씀. “안젤로야, 너를 너무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교황 요한23세께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일기장에 자주 적으셨다는 이 말을 오늘은 내 마음에 새겨본다. “성심아, 너를 너무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곰곰이 생각하였다.(28절)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34절)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38절) 복음을 묵상하다가 본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천사의 말 말고, 성모님의 대답(반응)만 따로 떼어서 읽고 또 읽어봤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이런 태도로 이런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꼭 두렵고 떨리는 중대한 선택이 아니더라도 내키지 않아 한마디 말도 하고 싶지 않다거나 한사코 미루고만 싶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무엇인가.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내가 하고 싶은지 아닌지’, ‘지금도 이후도 안전하고 평화로울 수 있는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지’ 염려하다가 그 일이 이루어져야하는 진짜 이유는 ..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루카 1,46-47) 워크숍 중에 이 꽃을 보고 오늘 말씀을 떠올렸었다. '영혼'이 찬송하고 '마음'이 기뻐 뛰는 삶. 평생을 한곳에 머물며 소리 없이 피고 지지만 찬송하고 기뻐 뛸 수도 있겠다 싶었다. 노래를 불러야만 찬송인 것이 아니고, 소리 치며 두 발로 달려야만 기뻐 뛰는 것이 아니니 하고 싶은 일도 가고 싶은 곳도 물론 있지만 세상과 교회, 공동체의 필요에 응답하며 지금 여기에 머무는 내 삶도 분명 그렇다 싶었다. 찬송과 기쁨은 영혼과 마음의 일.
곰곰이 생각하였다.(28절)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34절)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38절) 복음을 묵상하다가 본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천사의 말 말고, 성모님의 대답(반응)만 따로 떼어서 읽고 또 읽어봤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이런 태도로 이런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꼭 두렵고 떨리는 중대한 선택이 아니더라도, 내키지 않아 한마디 말도 하고 싶지 않다거나 한사코 미루고만 싶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무엇인가. 많은 경우에 난, 내가 하고 싶은지 아닌지, 지금도 이후도 안전하고 평화로울 수 있는지, 나아가 사람들의 반응까지 염려하다가 그 일이 이루어져야하는 진짜 이유는 외면하곤 한다...
아기 어머니는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루카 1,60) 이웃과 친척들이 모두 그런 적이 없다며 안 된다고 할 때, 남편조차 말할 수 없어 함께 하지 못할 때 그녀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했다. 모두가 예전처럼 하자고 할 때 안 된다 말하는 여성의 목소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쓴 순간을 기억하지만 그에 앞서 엘리사벳의 의견 표명이 있었고 그 덕에 사람들이 즈카르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용감한 ‘안 됩니다’. 묵상의 시작은 엘리사벳이 아니었다. 이웃과 친척들이 부모 대신 이름을 지으려 하고, 아기의 어머니가 지으려는 이름을 막아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내키지 않는 마음을 따라가 봤더니 이윽고 엘리사벳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모님의..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 #dailyreading 오해를 받을 것이고 쉬이 끝날 리가 없으며 외롭고 험난한 길이 될 줄 알면서도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일이라면, 나에게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나 하나쯤이야 하며 내 앞으로 난 길만을 걷는 게 아니라, 나여야 한다고 굳이 남의 길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인데도 아무도 가지 않으려하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 길을, 길인지 조차 알기 어렵고 혹은 목적지마저 가려져 있는 그 먼 길을, 한 발 한 발 길을 내면서 나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