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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요한의 우물/요한 12장 (8)
깊이에의 강요
예수님을 뵙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씀에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고 하시며(이제 요한복음에 나오는 ‘영광’은 십자가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요?) 이야기를 시작하십니다. 예수님은 그동안 몇 번이나 당신의 때를 언급하셨고 마침내 그 때가 왔음을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12,23)는 말씀으로 알려주셨습니다. 그런데, 그전까지는 늘 미래형을 사용하셨는데 여기서는 완료형을 사용하셨습니다. 앞으로 올 사건이 아니라 그 시간이 이미 온 것처럼 말씀하신 것은 십자가에 들어 올려지는 사건이 분명히 이뤄질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십자가 사건을 더 분명하게 알려주시기 위해 들려주신 이야기는 바로 이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 그러자 온 집 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하였다. (요한 12,3) 가끔, 나만 엎드린 것 같을 때가 있다. 다들 앉아서 밥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공간에서 나만 바닥에 엎드려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을 해도 서럽고 쓸쓸하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그것이 향유 한 리트라 치의 봉헌이었음을, 단순히 바닥에 엎드린 것이 아니라 그분 발에 향유를 붓고 닦기 위한 자세였음을, 나만 엎드린 것이 아님을(예수님께서도 곧 나를 위해 바닥에 엎드리실 것이요(내 발을 씻기시기 위해서 요한 13장), 내가 기꺼이 엎드려 그 일을 했을 때 온 집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하리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12,46) #dailyreading 머무르지 않게 하신다는 말은 내 머무는 곳을 어둠에서 빛으로 짠하고 바꾸시는 게 아니라 어둠에서 일어나 빛으로 나아가도록 나를 다독이고 이끄신다는 말.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12,46) 빛으로 오신 분은 나의 내면까지 밝히고 따뜻하게 채우는 빛. 24시간 억지로 불을 켜서 오히려 공허하게 만드는 빛이나 주위와 상관 없이 지나치게 밝아 오히려 나를 어둡게 하는 빛 말고. 세상의 수많은 빛 중에서 진짜 빛. 진짜 그분.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 (요한 12,7)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닦는 여인. 이 일이 있은 후 예수님은 최후 만찬 때 제자들의 발을 씻으셨다.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들었던 마리아(루카 10,29). 십자가 곁에는 서 있었던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요한 19,25). 그분 발치까지 이토록 가까이 다가간 이들이 또 있었나. 십자가 아래까지 용기 있게 다가서고, 고개를 숙이고 그분 발치까지 자신을 낮춘 여인들을 생각하며 성주간 월요일을 보냈다.
친구들, 한 주간 동안 잘 지냈나요? 우리는 지금 예수님의 부활을 기다리면서 우리를 위해 고통 받으시고 돌아가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사순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그리고 오늘은 사순 제5주일이에요. 친구들은 예수님을 뵙고 싶었던 적이 있지요? 오늘 복음은 예수님을 뵙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부탁으로 시작됩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의 제자 필립보에게 “예수님을 뵙고 싶습니다.”라고 부탁했고, 필립보와 안드레아가 예수님께 가서 전했어요. 그러자 예수님은 뭐라고 말씀하셨을까요? 좀 기니까, 귀를 기울여서 잘 들어보세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
"어찌하여 저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가?" 이 구절만큼 유다를 잘 설명하는 구절이 또 있을까. 상대의 선의를 깎아내리기. 사랑도 실천도 없는 정의를 내세워 자신을 정당화하기. 분노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남에게서 찾기. 자신의 못남을 감추기 위해 약자를 이용하기. 부끄러울 수록 타인의 흠을 들춰내기... 이 구절만큼 내가 못났을 때를 잘 묵상하게 하는 구절이 또 있을까.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 그러자 온 집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하였다. (3절) 성주간에 들어선 지금 내가 예수의 장례를 준비하는 길 역시 이 길 뿐인지도 모르겠다. 직접 소중한 향유를 준비하여 내 발을 씻으셨던 예수 앞에 엎드려 내 여태의 과오를 뉘우치며 그분의 발을 닦는 것. 나의 침묵과 뉘우침과 봉헌의 향기로 내 주위를 채우는 것. 내 삶으로 향유를 준비하기. 용기 있게 그분께 나아가기. 진심으로 그분 앞에 서기. 엎드림을 주어하지 않기. 남김 없이 드리기. 주위의 조롱에 침묵하기.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 (7절) 성주간이 시작되었다. 유혹은 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