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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마르코의 우물/마르코 4장 (11)
깊이에의 강요
예수님께서 깨어나시어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하시니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졌다. (마르 4,39)돌풍이 일어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되었을 때 제자들은 가장 먼저 무엇을 했을까요? 제자들은 예수님을 깨우며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가장 먼저 하신 일은, 깨어나시어 바람을 멎게 하시고 바다를 고요하게 하신 일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이미 한 배에 오르셔서 자신들과 운명을 함께 하고 있는 분을 오해하고 심지어 몰아세웠지만 그분은 제자들의 부족함에만 반응하지 않으셨습니다. 제자들의 날 서고 거친 말투에, 진심을 곡해한 제멋대로 판단에 먼저 반응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진짜 원하..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등경 위에 놓지 않느냐?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마르 4,21-22) 굳이 가리키거나 애써 소리치지 않아도, 내 안에 빛을 밝히면 주위는 밝아지고 고요한 가운데 진짜가 드러난다. 기도의 원리도 이와 같다. 드러내기 싫은 죄책감과 숨기고 싶은 과오, 부끄러운 실수와 후회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너무 힘든 쓸쓸함이나 꽁꽁 감춰둔 희망, 이래도 될까 싶은 불안이나 너무 무거운 책임과 부담감…도 하느님 앞에서는 고요히 드러난다. 그분이 아신다. 그러니 빛이신 주님을 내 앞에 두는 것만으로도, 내 삶에 들어오시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그분은 나를 밝히신다.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 (마르 4,27) #dailyreading 사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은데 아는 것만 보고 살면서 다 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자꾸 돌아봐야 한다. 그러니 장담이든 확신이든 이는 얼마나 무모한가. 꽃 한 송이 피우는 게 내 공이 아님을, 어쩌다 주어지는 귀한 산책 시간을 통해 배우고 또 배운다. 그래, 저 꽃 한 송이도, 이내 생명도 다 그분이 하신다.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마르 4,22) 어둠 속에 머물면 숨겨둔 것이 영원할 것 같고 감춘 것도 영영 잊힐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어둠 속에 머물려고 할수록 더 큰 어둠을 찾게 된다는 걸. 그러니 더더욱 빛으로 나아가자. 감출 곳이 없어도 두렵지 않는 빛, 빛이신 그분 앞으로. 비록 지금이 밤일지라도...
어떤 것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 해가 솟아오르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서 말라 버린 것이다.(마르 4,5-6) 오늘은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이라는 구절에 머물게 된다. 흙이 깊지 않아 조금만 자라고도 일찍 싹이 흙 위로 드러났을 뿐인데, 마치 열매마저 영글었는 양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뿌리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서 말이다. 글 몇 줄, 책 몇 권으로 모든 걸 꿰뚫을 수 없고, 인생의 단면으로 어찌 전 생애를 평가할 수 있으련마는, 우리는 자칫하면 돌밭에 떨어진 씨앗처럼 마치 열매마저 영글었는 양, 애잔한 삶을 살 수 있다. 얼마 전, 검색한 논문 몇 줄로 세계적인 석학과 빈약한 논쟁을 펼치던 이를 보았다. 내가 ..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 (마르 4,27) 우리 인생에서 온전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살아가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수도 없이 상황을 진단하고 판단하며 제대로 해석하고 있다 생각하지만 그것 역시...
그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 (마르 4,20) 많은 씨가 열매맺기에 실패해도 다른 씨들이 맺은 수십 배의 열매로 세상은 풍성해진다.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최선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
제자들이 예수님을 깨우며,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깨어나시어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하시니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졌다.(마르 4,38-39) 외부 요인이 잠잠해지기 전까지 안심하지 못하는 제자들. 그들은 자신보다 남을 더 다그친다. 몰아치는 비바람, 흔들리는 배보다 평화로운 예수의 모습에서 더 마음이 부대낀다. 이에 비해 스스로 평정을 유지하는 예수. 무심하다 못해 매정하다 싶을 만큼 그는 스스로 평화로울 줄 알았고 그 평화는 고요했지만 거센 돌풍보다 강렬했다. 바깥에서 찾는 한, 우린 끊임 없이 흔들린다. 나를 흔드는 것도, 내가 화풀이를 하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