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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루카의 우물/루카 6장 (16)
깊이에의 강요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그에게 잘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어라.그러면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그분께서는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시기 때문이다.(루카 6,35)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건 그분의 사랑을 받는다는 뜻보다 크다.우리가 그분을 닮은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이다.그분처럼 산다는 것.마치 그분처럼.원수마저 사랑하고잘해 주며바라지 말고 꾸어주는,마치 그분처럼.
모든 사람이 너희를 좋게 말하면, 너희는 불행하다! (루카 6,26) 과연 모두가 좋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면전에서는, 거짓말로라도 그 사람을 좋게 말하도록 만드는 사람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은 불행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별 진전 없이 묵상시간만 흐르고 있었는데문득 나는 좋다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인가,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건가질문이 올라왔다. 진심으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정말 좋은 사람은 상대의 무성의한 말도, 지쳐서 나오는 거친 말도, 몇 겹 씩 쌓여서 모호한 말도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텐데... 싶었다.(요 근래 새 소임지에서 새로 만나는 사람들 중에 조금 무례하다 싶은 말투가 목에 자꾸 걸려서 이런 묵상을 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그렇게 하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루카 6,10) 손을 뻗자(말씀대로 하자)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오늘은 이 장면을, 이 순서를 묵상했다. 성해진 후에야만 손을 뻗을 수 있다고, 아직 낫지 않았으니 당장은 따르기 어렵다고, 쟤가 먼저 변하지 않으니 나도 못하겠다고, 네가 뉘우쳐야 화해할 수 있다고… 순서를 허무시는 예수님 앞에서 나도 고집을 내려놓는다.
“다윗과 그 일행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한 일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아무도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집어서 먹고 자기 일행에게도 주지 않았느냐?”(루카 6,3-4) 배가 고플 때 ‘먹는 것’이 늘 정답이진 않다. 많은 경우에는 먹으면 해결이 될 일이지만, 먹고 싶고 먹어야 하는 데도 먹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 나아가 배고픈 사람에게 해가 되는 일이 아닌 이상 못 먹게 한다면, 목적을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 하게 하는 이유 못지 않게 '못하게 하는 이유'도 중요하니까. 더욱이 먹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가 '나 아니면 그 누구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면 잘 들여다 보는 것으로 끝나지 말아야 하지 않을 것이고. 오늘은 성 그레고리..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루카 6,38) 아버지께서 내게 자비로우시지만 내가 아버지께 자비로울 수는 없는 것처럼, 내가 주는 사람과 내게 주는 사람이 다를 수 있다. 준 사람에게서 되돌려 받는 것이 아니라(간혹 그러기도 하지만) 그분에게서 받는다, 넘치도록 후하게. 그러니 우리는 다만 심판하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고, 단죄하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고, 용서하려 노력할 뿐이고, 주려고 노력할 뿐이다. 심판받지 않기 위해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단죄받지 않으려고 단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용서받으려고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받으려고 주는 것이 아니라… 올해는 유난히도 메마른 겨울이었다. 타들어가는 논과 밭을 위해서 비를 기다렸고..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루카6,45) 복음을 묵상하다 보면 예수님은 정말 인간을 잘 이해하고 계시는구나 싶습니다. 이번 주 복음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이 정곡을 찌르는 말씀은, 너무나 정확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다치게 하지는 않습니다. 단죄가 아니라 구원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말씀만으로도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 구원 의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저 사람이 속은 안 그런데 표현만 저렇게 함부로 해.”라고 두둔하거나 “내가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라고 변명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속마음은 너무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데 표현만 공격적..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루카6,45) 내’맘’대로 실컷 내놓고 나서 속마음은 아니라고, 그럴 생각은 없었다고 말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마음을 드러내는 데는 한계도 있지만 많은 경우엔 고스란히 드러난다. 드러난 것, 그것은 내것이다. 내 안에 있던, 어쩌면 지금도 내 안에 있는 것. 그러니 없는 척 할 일이 아니라 내 안에서 정리하고 치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