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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요한의 우물/요한 5장 (4)
깊이에의 강요
요한은 타오르며 빛을 내는 등불이었다. (요한 5,35) 등불은 '타오르며' 빛을 낸다. 빛을 내려면 타올라야 하고, 타오르려면 불길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등불이 되는 일은 결국 남김 없이 나를 내어 놓아야 하는 일이다. 뜨거운 불을 견디고 타들어가고 녹아 내려, 재가 되어 흩어지는 것까지를 다 겪는 일이다. 혼자서 빛나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빛을 비추고자 하는 일이기에. 오늘은 요한의 삶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야겠다. 빛나려는 마음보다 빛을 내는 마음으로, 빛나려는 마음보다 타오르려는 마음으로.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요한 5,8)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나을 수 없다, 듣지를 않으니 말해도 소용 없다, 마음이 없는데 은총이 필요하겠느냐 끝도 없이 핑계를 대고 있는 내게 변명도, 남얘기도 그만하고 일어나라 하신다. 안주하고 싶은 그 자리에서, 멈추고 쉬고 싶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라. 변명하고 핑계를 대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포기하지 않도록 들것 자체를 들고 걸어가라. 서운한 말씀이라 나를 뒤돌아보기보다 속상함에 빠지고 싶지만, 혼자 내버려둘 리가 없는 예수님은 내가 내 다리에 힘을 주길 바라시지만 당신의 손을 내미는 것도 잊지 않으실 것이다. 내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예수님의 손. 그 손을 잡고 무릎에 힘을 주고 일. 어. 나. 자.
너희를 고소하는 이는 너희가 희망을 걸어 온 모세이다.(요한 5,45) 나를 행동하게 했던 에너지가 나를 태울 수도 있다.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사랑받기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고야 마는 안쓰러운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욕구의 정화.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요한 5,8) 낫고 싶냐는 질문에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나보다 먼저 가서...하며 남 얘기만 하던 병자에게 하신 이 말씀이 오늘은 “남얘기 그만하고 네 삶을 통해 일어나라.” 그리고 “네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거라.”하시는 듯 읽힌다. 아니나 다를까, 그림을 검색했더니 이 그림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다. 내 삶을 통째로 깔고 앉아서 밍그적거리며 나아보려는 노력보다, 낫지 못할 (혹은 않을) 이유만 열거하며 살지는 않았는지 또 한번 되돌아 본다. 그런 후 다시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건강해지고 싶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