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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요한의 우물/요한 14장 (9)
깊이에의 강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요한 14,6) 언젠가 이 말씀을 묵상하다가,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 말씀이 어떻게 들릴까 생각한(사실 종종 생각한다) 적이 있다. 누군가가 ‘그렇다면 나는 길도 진리도 생명도 될 수 없다는 말인가요? 나 스스로는 그 어떤 경지에도 도달할 수 없다는 말인가요?’하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있다, 없다는 짧고도 명확한 답은 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내 안에서 어딘가에 도달하려 애쓸 때마다 내가 도달한 곳은 ‘나 자신’이었다. 매번 나를 내려놓지 않고서는 나를 벗어나지도, 다른 곳에 다다를 수도 없었다. 나를 찾으려 애쓸수록 내가 얻는 것은 그저 나 하나일 뿐(이마저도 내가 되고자 하..
이번 주 복음은 예수님께서 성령을 약속하시는 장면입니다. 여러분은 오랫동안 멀리 떠날 일이 생긴다면(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가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알려주시겠습니까? 꼭 알아야 할, 꼭 기억해야할 것을 알려 주지 않을까요? 하늘로 떠나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은 바로 ‘성령’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16절) 즉, 보호자께서 영원히 너희, 제자들과 함께 있다는 걸 기억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보호자는 바로 성령입니다. 보호자란 단어는 ‘옆에 있도록 불린 자’라는 뜻으로 그리스어 ‘파라클레토스’를 번역한 것입니다. 성령 하느님은 연약한 우리들을 위해서 옆에 있도록 불린 자입니다. ..
오늘 복음에는 제자 2명의 질문와 부탁이 나옵니다. 주님이 어디로 가시는지 알고 싶다는 토마스의 질문과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는 필립보의 부탁인데요, 이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대답하셨을까요?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5절)라는 토마스의 질문에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6절)라고 하셨습니다. 즉, 그 길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예수님을 통해서’라는 것이지요. 이제 필립보를 볼까요?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8절)라는 부탁에는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
‘석 달 열흘’이라는 이야기를 아시는지요. 시집살이를 호되게 하던 며느리가 있었답니다. 매일을 눈물로 지내던 며느리는 서러움을 참다못해 몰래 약방을 찾아갔습니다. 나쁜 줄은 알았지만, 시어머니의 기력을 서서히 쇠하게 하는 약을 짓기 위해서였습니다. 지혜로운 약방 어르신은 뜻밖의 처방을 내렸는데요, 온갖 정성으로 하루 세끼 꼬박꼬박 음식을 지어, 딱 석 달 열흘 동안만 시어머니를 봉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잘해드리는 것이 내키진 않았지만 어떻게든 해방되고 싶었던 며느리는 당장 그날부터 지극정성으로 밥을 지어 올렸습니다. 괴팍했던 시어머니는 지극정성에 감동하여 어리석었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며느리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고 반대로 며느리는 자신을 사랑해주기 시작한 어머니께 자꾸만 죄송스러워졌습니다. 미움으로 눈이..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요한 14,27)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평화를 갈구하는지.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만이 아니라 내 삶의 작은 분란마저도 없어지기를, 그렇게 내 삶이 고요하고 평화롭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래서 평화를 주신다는 이 복음의 예수님 말씀은 읽을 때마다 나를 간절하게 만든다. 그런데! 남기고 간다, 준다 하시면서 반복해서 말씀하셨지만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명령으로 이어진다.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평화를 남기셨으니, 평화를 준다고 하셨으니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요한 14,9) 그분을 알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보다 보는 것. 그분을 '보는 것'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요한 14,1) 말이 힘을 가지기 위해서 말하는 자가 갖추어야 하는 신뢰를 생각한다. 말은 말하는 사람의 인격이고, 인간적 됨됨이가 그 사람의 말을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