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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요한 14,23-29 근심을 없애고 얻는 평화가 아니라... (다해 부활 제6주일 레지오 훈화) 본문

요한의 우물/요한 14장

요한 14,23-29 근심을 없애고 얻는 평화가 아니라... (다해 부활 제6주일 레지오 훈화)

하나 뿐인 마음 2022. 5. 22. 08:35

‘석 달 열흘’이라는 이야기를 아시는지요. 시집살이를 호되게 하던 며느리가 있었답니다. 매일을 눈물로 지내던 며느리는 서러움을 참다못해 몰래 약방을 찾아갔습니다. 나쁜 줄은 알았지만, 시어머니의 기력을 서서히 쇠하게 하는 약을 짓기 위해서였습니다. 지혜로운 약방 어르신은 뜻밖의 처방을 내렸는데요, 온갖 정성으로 하루 세끼 꼬박꼬박 음식을 지어, 딱 석 달 열흘 동안만 시어머니를 봉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잘해드리는 것이 내키진 않았지만 어떻게든 해방되고 싶었던 며느리는 당장 그날부터 지극정성으로 밥을 지어 올렸습니다. 괴팍했던 시어머니는 지극정성에 감동하여 어리석었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며느리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고 반대로 며느리는 자신을 사랑해주기 시작한 어머니께 자꾸만 죄송스러워졌습니다. 미움으로 눈이 멀었던 며느리는 석 달 열흘이 끝나갈 무렵에야 ‘복수는 더 큰 미움이 아니라 더 큰 사랑’임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아버지께로 떠나가시면서 평화를 준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지요. 세상의 눈으로 보면, 며느리가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호되게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어머니가 없어야 합니다. 물론 시어머니가 시집살이를 시키지 않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좋은 방법이 아니라)이긴 하지요. 그러나 우리가 인간이라 그게 쉽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평화는 세상의 평화와 다릅니다. 근심을 없애서 평화를 얻는 것이 아니지요. 어둠을 없애서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어둠을 빛으로 밝히는 것, 악을 더 큰 악으로 덮는 것이 아니라 선으로 악을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평화 안에 머무는 방법을 언제나 알려주시기에, 그 방법대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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