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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요한 14,15-21 사랑하자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가해 부활 제6주일 레지오 훈화) 본문
이번 주 복음은 예수님께서 성령을 약속하시는 장면입니다. 여러분은 오랫동안 멀리 떠날 일이 생긴다면(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가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알려주시겠습니까? 꼭 알아야 할, 꼭 기억해야할 것을 알려 주지 않을까요? 하늘로 떠나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은 바로 ‘성령’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16절) 즉, 보호자께서 영원히 너희, 제자들과 함께 있다는 걸 기억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보호자는 바로 성령입니다. 보호자란 단어는 ‘옆에 있도록 불린 자’라는 뜻으로 그리스어 ‘파라클레토스’를 번역한 것입니다. 성령 하느님은 연약한 우리들을 위해서 옆에 있도록 불린 자입니다. “연약한 우리들을 위해서 옆에 있도록 불린 자”. 라틴어 번역은 ‘아드보카투스’인데 역시 ‘아드’는 ‘옆에’란 뜻이고 ‘보카투스’는 ‘불린 자’라는 뜻으로 법정에 서게 된 누군가를 변호해 주는 사람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파라클레토스는 변호사의 의미 말고도 ‘위로자comforter’, ‘중재자intercessor’, ‘협조자helper’의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보호자요, 위로자요, 중재자요, 협조자이신 파라클레토스가 우리와 함께, 우리 안에 계신다고 반복하여 말씀해 주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파라클레토스가 나와 함께, 내 안에 계심을 지금 이 순간 알고 느끼고 있는지요.
사실 이번 주 복음은 첫 문장부터 마음에 걸려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 이 말씀은 마지막 21절에 반복됩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 말씀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진정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입니까,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입니까? 나와 함께, 내 안에 계시는 파라클레토스께서는 우리의 사랑을 받고 느끼고 계십니까?
앞뒤로 같은 문장이 반복되는 이 문장 구조는 마치 보자기로 감싸듯이 ‘사랑하면 계명을 지킨다.’는 말씀이 성령의 약속을 감싸고 있습니다. 보자기를 풀고 선물을 확인하듯 성령의 약속 즉 ‘성령이 우리 안에, 우리와 함께 계심’을 알려면 우선 ‘예수님을 사랑하는 행위(계명을 지킴)’를 풀어야 한다는 것처럼 읽힙니다. 문장 구조가 마치 우리의 사랑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된다고 알려주는 듯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사랑을 할수록 사랑을 알게 되고 찾을 줄도 알고 발견할 눈도 생긴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러니 사랑하자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기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도하는 사람,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돕는 사람, 정의를 부르짖기보다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가 원하는 일 즉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면서 또 한 주간을 살아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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