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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루카의 우물/루카 10장 (12)
깊이에의 강요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루카 10,2) 제자들이 얼마나 비장하게 떠나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 묵상 때는 새삼, 파견하는 제자들을 앞에 두고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이 말씀이었다니... 싶었다.수확하러 떠나는 일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거나 사명을 부여하는 말씀이 아니라,일꾼이 적으니 일꾼들을 보내달라고 주인님께 청하라는 말씀을 가장 먼저 하셨다니,이건 일꾼들이 한풀 꺾일 법도 한 말씀 아닌가. 하나의 일꾼이 점점 많은 것을 수확하기보다 많은 일꾼들이 수확에 동참하는 것이 하늘나라이고,수확을 많이 하면 할수록 나의 밭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그 밭의 주인은 따로 있으며(우리 아버지이시지만),나의 능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
(착한 사마리아인)비유는 강도로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 시작점으로 선택하시는 때는 이미 공격을 당한 이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사건에 대하여 비탄에 젖는 데에 멈추어 있거나 강도들에게 눈을 돌리게 하지 않으십니다. - 교황 프란치스코, - 며칠 전 찍었던 매발톱꽃 사진을 보고 어느 신부님이 ‘어쩌자고 삶의 피멍이 저리 들었나’ 했고, 나는 ‘상처 입었다 말하기보다 살다보니 상처와 더불어 사는 법을 알게 되었나 보다’ 했다. 그리고 이 대화를 이틀 내내 곱씹었고, 어제 저녁 교황님 회칙 을 다시 읽다가 이 구절에 멈췄다. 예수님께서 시작점으로 선택하시는 때는 '이미 공격을 당한 이후'라는 것, 즉 상처를 입은 사람이 생겼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느냐이다. 복음에서 강도 피해를 당한 사람의 치유는 강..
주님께서는 다른 제자 일흔두 명을 지명하시어,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 (루카 10,1) 오늘은 복음을 읽자마자 이 첫구절에서 멈췄다. "지명하시어"...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 ... 지명 받은 이들이라고 해서 저절로 그 삶이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부쩍 하게 된다. 우리는 부르심을 받고 이 삶을 시작했지만 그 사실만으로 걸어갈 수 있는 삶은 아니다. 살면 살수록 그렇다. 아무리 선명한 거울이라도 틈틈이 닦아 놓지 않으면 어느 순간 더 이상 나를 비추지 않는 것처럼, 너무나 읽고 싶었던 책을 구했다 해도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읽어내지 않으면 그 책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 거울을 가진 ..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루카 10,41-42) 이 복음을 읽을 때마다 마리아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예수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 나누기를 하던 수녀님이 생각난다. 나보다 활동적인 수녀님이라 당연히 밖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고만 생각하고 그 에너지를 하느님 앞에 고스란히 내려 놓고 본성까지 견디고 참아내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는 생각은 못해 본 나는 얼마나 오만했나. 사실 읽고 싶은 책 생각에, 고단하다는 핑계로, 내일을 위해 쉬어야 한다는 이유로, 내 소일거리가 주는 기쁨 때문에 기도를 끝내는 시간을 자주 앞당기고 서둘러 마무리 ..
그러나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루카 10,20) 땅에서 누리게 되는 것에 마음을 전부 앗기지는 말 것. 하늘에서 얻을 것에 더 마음을 둘 것. 우리의 기쁨이 영원할 곳은 여기가 아니라 그곳. 이곳에서 누리되 그곳까지 이어갈 수 있는 기쁨일 것.
친구들, 지난 한 주간 동안 잘 지냈나요? 오늘은 주일학교가 방학하는 날이죠? 방학을 맞아 성모당에서 물총 쏘면서 물놀이 하기로 했었는데 비가 왔어요. 대신 영화 보면서 과자 파티를 했을 텐데, 기분이 어땠어요? (재밌었다. 맛있었다. 또 하자...) 수녀님이 친구들 표정을 보니까, 아마 무지무지 기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나 본데요, 그건 예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우리 친구들이 성당에 다니면서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일들 중의 하나예요. 주님 안에서 기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수녀님은 친구들이 성당에 올 때마다, 예수님을 생각할 때마다 기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기도해요. 그럼 복음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누가 나오지요? 마르타와 마리아. 마르타와 마리아는 자매였어요. 예수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
병자들을 고쳐 주며,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하고 말하여라.(루카 10,9) 다 나았습니다, 제가 드디어 고쳤습니다 라고 말하지 않는 것.더불어 너무 쉽게 하느님이 하셨다고도 말하지 않는 것.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하고 말하는 것.
착한 사마리아 사람 복음을 묵상하다가 내 삶이 여관 주인을 닮았다 싶었다. 여행 중인 이들이 미처 다하지 못하는 자비의 나머지를 책임지고 실천하는 삶이 수도자의 삶이 아닐까. 복음에서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드러나지도 않는 역할이지만, 제자리를 지키며 오는 이를 맞이하고 돌보아주고 치유한 후 떠나보내는 삶이다. 자신이 가진 것만으로는 부족한 삶이지만 남의 도움으로 치유가 필요한 이들을 돌보아 줌으로써 여행하는 이들도, 아픈 이들도 충족시키고자 노력하는 삶. 수도자로 살아가기에 합당하냐 물어오면 선뜻 그렇다 대답할 수 없지만, 부족한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들과 도움이 필요한 이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부족한 사람이기에 겸손으로만 이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겠지. 수도자들의 어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