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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10,1 열심히만 걷다보면... #dailyreading 본문

루카의 우물/루카 10장

루카 10,1 열심히만 걷다보면... #dailyreading

하나 뿐인 마음 2023. 1. 26. 16:52

주님께서는 다른 제자 일흔두 명을 지명하시어,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 (루카 10,1)

오늘은 복음을 읽자마자 이 첫구절에서 멈췄다. "지명하시어"...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 ... 지명 받은 이들이라고 해서 저절로 그 삶이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부쩍 하게 된다. 우리는 부르심을 받고 이 삶을 시작했지만 그 사실만으로 걸어갈 수 있는 삶은 아니다. 살면 살수록 그렇다. 아무리 선명한 거울이라도 틈틈이 닦아 놓지 않으면 어느 순간 더 이상 나를 비추지 않는 것처럼, 너무나 읽고 싶었던 책을 구했다 해도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읽어내지 않으면 그 책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 거울을 가진 것만으로는 나를 들여다 볼 수 없고 , 그 책을 책꽂이에 꽂아둔 것만으로는 내 사고를 확장시킬 수 없다. 내 삶에서 거울을 닦는다는 것은 무엇이고, 책을 읽어내는 것은 무엇일까.

열심히만 걷다보면 자꾸만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기 십상이다. 나도 그랬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시작한 일도 열심히만 하다 보면 일에 욕심을 내게 되고 서서히 하느님은 밀려나고 지워진다. 사람을 돕는 나, 희생하는 나, 봉사하는 나, 지구를 지키는 나가 너무 좋은 나머지 '하느님을 섬기는 나'는 설자리를 좀 잃어도 괜찮다 싶으면 더 이상 그 길은 내가 가야할 길이 아니다. 그런데 그걸 알아채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분께서 나를 지명하시어 보내신 곳, 내가 가야 하는 곳은 다름 아닌 그분이 몸소 가시려는 고을이요, 그분이 비록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분이 향할 방향으로 그분보다 조금 앞서 가는 것일 뿐.

그러니 내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매일매일 들여다 보자. 거울을 닦듯 내 마음과 태도를 닦고, 책을 읽듯 말씀을 듣고 내 삶을 묵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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