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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10,38-42 좋은 몫은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dailyreading 본문

루카의 우물/루카 10장

루카 10,38-42 좋은 몫은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dailyreading

하나 뿐인 마음 2021. 10. 5. 08:34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루카 10,41-42)

이 복음을 읽을 때마다 마리아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예수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 나누기를 하던 수녀님이 생각난다. 나보다 활동적인 수녀님이라 당연히 밖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고만 생각하고 그 에너지를 하느님 앞에 고스란히 내려 놓고 본성까지 견디고 참아내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는 생각은 못해 본 나는 얼마나 오만했나. 사실 읽고 싶은 책 생각에, 고단하다는 핑계로, 내일을 위해 쉬어야 한다는 이유로, 내 소일거리가 주는 기쁨 때문에 기도를 끝내는 시간을 자주 앞당기고 서둘러 마무리 성호경을 그었던 건 바로 나였다.

그리고 돌아본다. 너무나 간단히, 마리아는 일을 하지 않고 편히 쉬며 기도(나?)하는 사람으로, 마르타는 쉬지도 못하고 예수님을 위해 고단함과 피곤함을 무릅쓰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진 않았나. 기도가 필요하고 좋은 줄 알지만 당장 이 일을 해야하니 어쩔 수 없지 않나 하면서 기도를 미루곤 하는 나 자신을 은근히 옹호하며 마리아와 예수님께 서운해하진 않았나. 피곤한 일상 속에서도 기도를 놓치지 않는 동료들을 마르타의 고단함을 돕지 않은? 답답한 마리아와 겹쳐 보진 않았나. 하느님을 먼저 찾은 이들을 두고 나를 먼저 찾지 않았다고 서운해하진 않았나. 하느님 앞에 앉아 있는 것만 생각하고 그 순간 나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지 못하지는 않았나. 타인의 헌신과 봉사를 마르타의 욕심이라 치부하며 가볍게 여기지는 않았나…

좋은 몫은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나를 찾아오신 예수님을 맞아들이고, 그분 목소리를 알아듣고, 하고 싶은 일들과 해야만 할 것 같은 일도 내려 놓고, 그분 발치에 가만히 앉아, (나의) 말없이 바라보며 귀기울여야 한다. 이 정도로는 충분하니 그만 일어나 할 일을 하자고 유혹하는 모든 것에 내 마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 시간을 견디며 봉헌해야 한다. 그러니 오늘 하루는 필요한 것 한 가지를 찾는 시간을 갖자. 내가 정하지 말고 예수님이 알려주시는 필요한 것 한 가지! 그 좋은 몫을 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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