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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10,29-37 돕는 이를 도왔던 여관 주인 본문

(착한 사마리아인)비유는 강도로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 시작점으로 선택하시는 때는 이미 공격을 당한 이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사건에 대하여 비탄에 젖는 데에 멈추어 있거나
강도들에게 눈을 돌리게 하지 않으십니다.
- 교황 프란치스코, <모든 형제들> -
며칠 전 찍었던 매발톱꽃 사진을 보고 어느 신부님이 ‘어쩌자고 삶의 피멍이 저리 들었나’ 했고, 나는 ‘상처 입었다 말하기보다 살다보니 상처와 더불어 사는 법을 알게 되었나 보다’ 했다. 그리고 이 대화를 이틀 내내 곱씹었고, 어제 저녁 교황님 회칙 <모든 형제들>을 다시 읽다가 이 구절에 멈췄다. 예수님께서 시작점으로 선택하시는 때는 '이미 공격을 당한 이후'라는 것, 즉 상처를 입은 사람이 생겼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느냐이다. 복음에서 강도 피해를 당한 사람의 치유는 강도를 찾아가 벌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았다. (물론 강도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착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다시 펼치고 세 사람을 묵상했다. 상대의 조건도 나의 상황도 따지지 않고 선한 마음으로 사람을 도운 사마리아인의 존재. 그 도움을 받아들일 줄 알았던 상처 입은 사람. 그리고 돕는 이를 도왔던 여관 주인.
여관 주인은 자신의 삶 안에 머물렀지만 사람을 돕는 이(사마리아인)를 기꺼이 도움으로써 자신의 도리를 다했다. 돕는 이를 도움으로써 상처 입은 사람도 돕게 된 여관 주인의 삶. 나는 오랫 동안 '연대 행동'으로 그들 곁에 함께 하지 못하는 내 삶에 만족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했고 현장에 가지 못하는 내 삶을 오래도록 아쉬워했다. 모자라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하는 기도는 가장 약한, 가장 쉬운 연대가 아닐까 싶어 망설이고 방황했다. 십 년도 넘은 지금에 와서야 뒤돌아 보니 내 삶의 이유는 분명했다. 착한 사마리아인이 편히 찾을 수 있는 사람,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내 삶의 이유라는 것. 마치 여관 주인처럼 말이다.
긴 시간 동안 나는 가장 연약한 연대를 어떻게든 이어가기 위해 그들을 위해 기도했고, 큰 것을 할 수 없다면 작은 것을 더 오래 더 많이 해야한다는 생각에 지금까지도 계속 기도하고 있었고, 그들 덕에 내 기도는 그나마 더 순수할 수 있었다. 불평불만만 잔뜩 부여잡고 성당에 앉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내 기도에 억지로 그들을 위한 지향을 끼워 넣어서 내 기도는 덜 이기적일 수 있었고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 삶에 대한 성찰과 애착, 가치 발견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나는 가장 연약한 무기인 줄 알았던 기도가 최후의 보루였음을, 어리석었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착한 사마리아인 비유 안에는 분명 여관 주인이 있다. 그리고 여관 주인의 삶은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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