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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하루하루 부르심따라 (168)
깊이에의 강요
오늘은 중환자실에 누워 계신 90세 할아버지께 대세를 드렸다. 워낙 오래 아프시긴 했지만 이도 머리카락도 없으신데다 해맑게 웃으시며 아멘!을 천천히 또박또박(남아 있는 모든 힘을 다해) 발음하셔서,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다는 세례의 의미를 오히려 어르신이 내게 몸소 보여주시는 것 같았다.대세 드린 후 “토마스 어르신, 이제 하느님 자녀로 방금 태어나셨어요. 지금 천사처럼 맑고 깨끗하십니다.”했더니 “저는 하느님을 우러러 봅니다.”하셨다. 교리를들은 적도 없으신 분인데 어찌 이런 말씀을 하실 수 있을까.예외로 허락 받고 들어간 터라 아쉽지만 지체 없이 돌아서야 했다. “저희는 이제 나가야 해요. 하지만 이제 토마스 어르신은 예수님과 함께 계십니다.”하니 어린 아기처럼 “네~”하고 웃으셨다.“저는 성..
원목실로 걸려온 전화. 울먹이는 목소리로, 결혼기념일 전날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져서 앰뷸런스에 실려왔다고 했었다. 남편은 이제 마흔. 중환자실 앞에서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울고 있는 자매님의 손을 한참 붙잡고 있었다. 과거를 돌아보며 자책만 하는 손에 묵주를 쥐어줬다. 기도는 내가 할테니 죄책감이 들 때마다 떨쳐내며 묵주를 꼭 쥐어라 했다.요셉은 결국 그 먼 길을 혼자, 먼저 떠났다. 집 가까운 장례식장으로 옮기는가 했더니 빈소는 차리지 않고 장례미사만 하기로 했다고 한다. 원목수녀들 가을나들이가 있었지만 취소하고 장례미사에 갔다. 떠나가는 것도 보내는 것만큼 힘들었을텐데, 요셉 형제님, 부디 고이 잘 떠나가길...원목을 시작하며 주저하게 되는 말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꼭 회복하실 거..
기도를 부탁한 청년이 있어 새벽미사 나가다가 성모상 앞에서 잠시 기도를 했다. 돌아서니 하늘을 볼 마음도 생겼다. 기도는, 기도를 받는 이에게도 하는 이에게도 평화를 준다.
한참 지난 이야기니 이제야 일기처럼 남겨둘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니 이젠 웃음도 나는 일이 되었지만. 1. 난생 처음 해보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생기긴 하겠지만 기억하고 싶을 만큼, '난생 처음'인 일을 올해 저.질.렀.다.다름 아닌, 낯선 사람들과의 독서 모임이다.전혀 알지 못하지만 여성신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관심 정도가 아니라 선구주자들...)이었고, 아직 번역되지 않은 엘리사벳 존슨 수녀님의 책(번역해주면 나만? 영어는 패스하고 한글 텍스트만 읽는다 ㅎㅎ)이어서 오래 망설일 수가 없었다.10년 만 젊었어도 혼자 읽겠다고 고집을 피웠겠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기에 더 버틸 수가 없어 신청을 했다.하지만 그래놓고도 한참을 망설이다가 연락을 해서 결국 첫모임을 시작한 후에 합..
그 어느 때보다 십자가의 길을 열심히 걸었던 사순절이었다.내가 매일 만나는 환자들을, 애타는 마음으로 간호하고 기도하던 보호자들을, 뉴스 속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하며 퇴근 후 성당에 들러 매일같이 한 처 한 처 발걸음을 옮겼다.걸을만 한 날에는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걸었고,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 날엔 성당 뒤편에 가만히 앉아서 마음으로만 그 길을 따라 걸었다.14처 무덤 앞에서 오래도록 서 있었다.14처 앞에 서면 내 삶이, 나 자신이 무덤 같았다. 어둡고 버려지고 공허하던 빈 공간이예수님을, 그것도 우리를 위해 죽으신 예수님을 자신 안에 받아들여서비로소 진짜 무덤이 되었고,사흘 밤낮을 예수님을 온전히 품은 후비로소 부활의 증거, 빈무덤이 되었다.무덤, 무덤 같았던 나는 여전히 예전과 같은 모습이지만예수님..
주님의 말씀이다.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에게 돌아오너라. (요엘 2,12-13) 해마다 재를 받으며 내 생각과 말과 행위가 이 재처럼 곱게 갈려 부서지길 빈다.올해는 마치 재를 받기 위해서인 것처럼, 재의수요일에 맞춰 병가를 마치고 돌아왔다.몸도 회복되어 가고 있긴 하지만내 몸의 회복속도가 아니라 전례 시기에 맞춰 돌아오고 싶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재를 받기 위해, 이 말씀을 새기기 위해 다시 돌아왔음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이제서야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묵주기도를 많이 올린다는 선배수녀님의 문자를 받았다. 함께 두 번이나 산 덕에 수녀님이 어떻게 기도 시간을 마련하고 또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는지 아는 나이기에, 수녀님 기도는 너무나 든든하다고 답을 했다. 수녀님 문자 덕에 타인을 위한 나의 기도를 돌아본다. 내 터무니 없이 부족했던 기도는 생각도 않고 나를 위한 그들의 기도에는 진심이 오롯하게 배어 있기를 바랐구나 싶었다.혼자 병실에 앉아 돌아보니 가장 절실한 것도 기도였고 가장 후회되는 것도 기도였고 다시 한 번 결심하게 되는 것도 기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