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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하루하루 부르심따라 (160)
깊이에의 강요
또 짐을 정리했다. 살아온 흔적도 정리하고 떠난 이후에도 순조롭게 흘러가도록 구석구석을 살폈다.다시 온 곳이기에 여느 본당보다 더 정든 곳이지만 후회 없이 살았기에 기쁘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왔다.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쉽지 않다고 말할 만큼 열심히 살았고 마음이 참 가벼웠다. 이 성당에 다시 와서 기도나 묵상할 때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시작이요 마침이신 하느님'이다.이곳에 와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그리고 그 동창들의 자녀들도 보았고, 부모님이 하느님께 돌아가시는 것도 봤다.가장 열심히 살았으리라 기억하는 교리교사 시절,함께 신앙학교를 준비하고 피정도 하던 학사님을 주임신부님으로 만났다. 함께 성경 공부를 하던 선배와 후배들도 만났다, 각..
첫 출근. 내일 미사 드릴 강당에 벌써 세번째 다녀왔다. 마련된 제의실에서 척척 미사를 차리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래, 미사 많고 큰 성당에만 소임을 했으니 일 많다고 투덜거린 적이 많았는데, 사실은 잘 갖추어진 성당에서 살았던 것이리라.뭐든 지나보면 또 다른 의미가 보인다.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 하는 일이 두 개나 있었다. 배너 설치. 급식 먹기. 배너 4개 조립하고 옮기는 일은 좀 지나면 척척 되겠지. 급식도 다음엔 부끄러워 않고 밥을 좀 더 담을 수 있겠지. 혼자서 하는 일이 어색해 쭈뼛쭈뼛 하다가, 올라오는 길에 장례식장 안내판을 보고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화살기도를 바쳤다. 새삼,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 기도였구나 싶어 눈물도 좀 나고, 힘도 좀 나고 그랬..
“고맙습니다.” 미사 반주를 위해 오르간에 앉아 있는데 지나가시던 선배수녀님께서 고개까지 숙이시며 인사를 하셨다. 수녀님의 온유한 웃음은 언제나 좋았지만, 그 웃음 가득 담은 인사는 내 기도마저 풍성하게 해줬다. 그러고보니 피정만 들어오면 오르간으로 일기를 시작하는구나. 작년 연피정에서는 매일 미사 반주를 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부담이 없진 않았다. 더 젊은 수녀일 때는 피정 때 반주나 선창이 부담을 넘어서 ’부당‘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분원에서 그때그때 생기는 업무 외의 일들도 내겐 가볍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러려니 싶기도 하고, 아쉬울 때 보탬이 되는 ’무더울 때 바람’ 정도의 희생 기회가 내게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독서를 맡은 동생 수녀님한테 알렐루야는 자유롭게 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굳이 구분짓고 나눌 필요는 없겠지만 이 옷을 입고 이쯤 살다보니 내가 생각했던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이 어쩌면 진짜 좋아하는 것이나 정말 잘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음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첫 깨달음은 초등학교 5학년 글짓대 대회였다. 전교생이 학년별로 글짓기 대회를 했는데 친한 친구와 나는 편지쓰기 대회에 함께 나가고 싶었다. 당시엔 펜팔 문화가 있기도 했고, 평소 예쁜 편지지를 잔뜩 모아두었다가 방학이 되면 그리운(애써 그리워하며?)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일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성당 친구나 동네 친구가 아닌 이상 한 달이 넘는 방학 동안 친구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편지라도 써야지만 뭔가 친구의 도리를 다하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심지어..
헤로데는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마태 2,16) #dailyreading 자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고한 목숨들을 수없이 죽여버리는 잔악무도한 권력자의 횡포… 안그래도 답답한 세상인데 뉴스를 본 후라 복음을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 착잡했다. 무고한 이들이 죽음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세상에는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 그때 우리는 가까스로 살아 남은 아기를 탓할 것이 아니라, 권력자가 주춤할 수 있도록 내 자세를 다잡아야 한다. 오늘은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이다. 이들을 기억하며 식사 후에 서둘러 올라와 내 빨래가 없는 공동 빨래를 개키고 다림질을 했다. 내 빨래가 없으니 나는 오늘 빨래를 널지 않아도, 개키지 않아도 되겠지 하는 마음..
사실, 오르간이 좀 버거운 날에는 반주 없이 좀 노래하거나 미사곡을 말로 해도 큰일나는 건 아니지 않나 혼자 중얼거리기도 한다. 내가 모든 미사에 들어갈 순 없으니 다른 반주자가 못 오는데 내가 나가는 미사가 아닐 때나 피정이나 휴가로 며칠씩 자리를 비울 때 한두 번 정도는 반주가 없어도 되지 않나 했다. 피정 들어와 첫 주일미사에, 연로하신 수녀님들이 대부분인데 오르간 음에 맞춰 노래하는 것이 서로를 너무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반주자 공백을 메웠고 피정 동안 음이 좀 맞지 않아도 주일과 대축일 미사를 창미사로 봉헌했다. 그리고 오늘 이 부분을 읽었다. "어느 날, 신암동에 있는 육군 제1병원 안달원 베드로 군종신부가 병원 성당의 주일미사 오르간 반주를 해줄 수녀를 요청하러 공평..
오늘의 아침 산책. 멀리서 보니 보라색 꽃들이 흐드러져 있어 얼른 가보았더니 아스팔트 위에 핀(듯 보이는) 나팔꽃이 있었다. 설마 뿌리를 아스팔트 위에 내렸나 싶었는데, 가까이 보니 몸만 슬쩍 얹었을 뿐 뿌리는 저쪽 땅 속 깊이 튼튼하게 박혀 있었다. 아스팔트 위에 핀 저 나팔꽃이 온 맘으로 피고 질 수 있는 건 땅 속에 단단히 뿌리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간신히 피었다가 서둘러 말라버리지 않을 수 있는 건 뿌리를 제대로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들의 삶도 그렇겠지. 지금 머무는 곳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 깊이깊이 뿌리내려야 온 맘으로 피고 지겠지. 영양분도 물도 지금 머무는 곳보다 내 뿌리이신 하느님으로부터 건져 올려야겠지. 그래야 피는 일도 지는 일도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 뜻이 되겠지. 아스팔트도 돌..
본래도 환희의 신비를 묵상하며 묵주기도를 바치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은 연피정 중이니 하루에 모든 신비를 다 바치게 되지만 어제 오늘은 책의 내용도 그렇고 우리 수도 공동체를 위해(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녀가족) 특별히 기도하고 있다. 오늘 밤산책에서는 어둑어둑한 피정집 주위를 맴돌며 특별히 환희의 신비를 더 집중해서 바쳤다. 1단 예수님을 잉태하심. 인간의 눈으로는 결코 순리처럼 여겨지지 않는 잉태의 신비. 선악시비를 뛰어 넘는 당신의 섭리를 믿음의 귀로 알아 듣고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마음 깊이 새길 줄 아는, 성령께서 하시는 일을 알아보는 수도자가 되게 하소서. 2단 엘리사벳을 찾아보심. 시련의 때, 곤란의 때, 이해하기 어려운 뜻 앞에서, 더 깊은 믿음이 필요할 때 … 문을 잠그고 스스로를 가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