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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루카의 우물/루카 24장 (8)
깊이에의 강요
예수님께서는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하였다. 그러자 그들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루카 24,28-29) #dailyreading 이 장면이 바로 영성체구나 싶었다. 그러니 영성체란, 더 멀리 가셔야 하는 분을 우리가 붙드는 일, 함께 묵자고(“Stay with us.”) 청하는 일, 결국 그분께서 우리와 함께 묵으시고자 우리 안으로 들어오시는 일.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구운 물고기 한 토막을 드리자,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받아 그들 앞에서 잡수셨다.(루카 24,41-43) #dailyreading 두려워 했고 믿지 못하고 놀라워하는 제자들 앞에서(위해서) 구운 물고기 한 토막을 잡수신 예수님. 오늘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시는 예수님을 묵상한다. 사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셔서 하신 모든 것이 당신께는 불필요한(하지만 인간을 사랑하고 구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태어나신 것도, 가르치신 것도, 죽으시고 부활하신 것도 모두 그랬다. 나는 종종 ‘꼭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무의미해 보인다는 이유로,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처사라는 이유..
이번 주 복음묵상을 하면서 가장 와 닿은 장면은 예수님의 승천하시는 모습입니다. 생전(?)의 마지막 모습인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의 스승님을 지켜본 제자는 거의 없었지만, 승천 장면은 모두가 다시 모여들어 지켜보게 됩니다. 그 모습을 성경은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베타니아 근처까지 데리고 나가신 다음, 손을 드시어 그들에게 강복하셨다. 이렇게 강복하시며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보여주시는 모습은 "강복하시는" 모습입니다. 가장 힘이 필요했던 때에 모두 떠나버렸던 일에 대해 서운한 마음 한 번쯤 비춰도 될 법 한데, 강복하시고 승천하셨습니다. 이번 주는 하늘로 들어 올려지시며 세상에 축복을 빌어주시는 예수님을 묵상하면서, 나는 살아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복음이다. 엠마오 장면은 언제나처럼 예수님의 행동 하나하나를 마음 속으로 그려본다.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15절); 예수님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내 생각에 빠져 조급하게 나의 길을 갈 때, 오히려 우리에게 가까이 오셔서 우리와 함께 걸으시는 분. 물으시자(17절); 예수님께 물어볼 생각조차 못하는 우리에게 오히려 물어보시는 분. 어리석은 우리의 두서 없는 대답도 들어주시는 분. 이르셨다(25절); 어리석고, 알아보지 못하고, 믿는데 굼뜨기까지 한 제자들을 꾸짖기보다 차근차근 가슴이 뜨거워져 타오를 때까지 설명해 주셨다(27절)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29절); 더 멀리 가셔야하지만(28절),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 붙드는 한 마디에 당신의..
친구들, 지난 한 주간 동안 잘 지냈나요? 부활절 보물찾기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부활 제3주일이에요. 요즘은 온 세상이 푸릇푸릇 싹이 돋고 꽃도 피고 여기저기 녹음이 우거져서 ‘생명’의 힘을 눈으로 볼 수 있지요. 성당이나 집에서 기도하는 것도 좋지만 주위를 둘러보면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생명의 힘으로 우리를, 또 세상을 살리고 계심을 보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우리가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것을 알고 또 믿고 있지만, 처음에, 그러니까 예수님과 함께 지냈고 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것을 보았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금방 믿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인사하시는 예수님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오히려 유령인 줄 알고 무서워하고 두려워했어요. 자신을..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루카 24,29) #dailyreading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복음. 그리고 나의 만트라. Stay with me. 좌절과 실망으로 내 삶을 돌이키고 싶을 때 내게 다가와 함께 걸어주시는 예수님. 그분은 내가 앞으로 나아갈 때만이 아니라 절망해서 뒤로 돌아서 걸어갈 때에도 함께 걸어주신다. 내가 그 분을 찾지 못할 정도로 절망에 빠져있을 때 그분은 내게 오셔서 stay with me 하시고, 내가 그분을 희미하게나마 알아뵙고 나면 이제는 내가 그분께 stay with me... Stay with me. 이 기도는 나의 기도이고 또한 그분의 기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