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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루카의 우물/루카 21장 (9)
깊이에의 강요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예물로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 (루카 21,4) 부자들의 봉헌엔 여태 아무 말 없었던 분이 왜 빈곤한 과부의 봉헌을 보시고 굳이 입을 여셨을까 생각한다. 속좁은 나였다면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은 부자들의 봉헌에 대해 할 말이 더 많았을 텐데, ‘모두’들 ‘조금씩’ 떼내어 준 일에 대해 더 자존심이 상했을 텐데, 예수님은 왜 그러셨을까. 예수님은 어떤 마음이셨을까. 서로를 위해서, 해야하는 말과 삼가해야 하는 말이 있다. 내 분통이 터진다고 가리지 않고 모조리 까발리듯 말해버리면, 내 자존심이 다쳤으니 이야기를 부풀리거나 남에게 피해가 가더라도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공동체는 얼마 못 ..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루카 21,27-28) 세상의 종말을 떠올릴 때 누구는 '멸망'에 떨고 누구는 '속량'에 설렌다. 종말의 표징들이 일어날 때 '멸망'을 떠올리느냐 '속량'을 떠올리느냐는 지금까지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순간의 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법이라...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루카 21,18-19) 되갚아주고 싶은 말 한 마디 참아서 생명으로 한 걸음 건너간다. 이걸 알면서도 도저히 못하겠다 싶어, 오늘은 이 묵상을 쓰고 싶지 않아 몇 시간을 버텼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예물로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루카 21,3-4) 내가 가진 렙톤 두 닢이 어쩌면 자존심과 기대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착잡한 하루다. 낮은자는 될 수 있으나 내쳐진 자가 되고 싶지는 않은 나. 상대에 대한 기대감을 끝끝내 놓지 못하는 나. 주말 내내 이 렙톤 두 닢을 헌금함에 던져 넣지 못하고 성전 언저리만 맴돌았다. 지치고 무겁고 피곤하다. 놓았다면, 바쳤다면, 비웠다면... 좀 나았을까. 가벼워졌을까. 아직도 멀었다.
친구들, 지난 한 주간 동안 잘 지냈나요? 지난 주 목요일에는 수능이 있었지요.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수험생들이 무사히 수능을 치고 수고의 열매를 맺은 날이기도 해요. 특히 우리 고3 언니, 형들은 시간을 쪼개어 공부하면서도 미사에도 꼬박꼬박 나와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지요. 힘들고 어려운 순간도 많았겠지만 또 성실하게 노력한 만큼의 보람도 맛보았을 언니, 형들을 위해 고맙다고 응원의 박수 한 번 쳐줄까요? 오늘 복음은 사람들과 예수님께서 성전을 바라보며 주고받은 대화예요. 아름답게 꾸며진 성전도 결국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거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사람들은 그 일이 언제 일어나는지, 그 일이 일어나려고 할 때 어떤 표징이 나타나는지 물었어요. 예수님께서는 ‘속지 말라’고 하시며 자신이 그리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루카 21,36)우리는 이번 주 복음에서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고 오시기 전에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그리고, 닥쳐오는 것들이 두려워 다른 사람들이 까무러칠 때 너희는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고 하십니다. 우리에게는 멸망이 아니라 속량이 가까이 왔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종말을 떠올릴 때 누구는 ‘멸망’에 무서워 떨고 누구는 ‘속량’에 설레어 합니다. 우리는 어느 쪽인가요? 쉽지 않은 질문이지요. 종말의 표징들이 일어날 때 ‘멸망’을 떠올리느냐 ‘속량’을 떠올리느냐는 지금까지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복음의 가난한 과부를 그린 그림의 대부분은 이렇게 아이를 안고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과부는 단순히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여인 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뒷받침을 해주는 사람이 없는 여자, 사회적 법적 보호자가 없는 여자를 말한다. 다시 말해, 빈곤한 과부는 단순히 가난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지고 감당해야할 몫은 더 많은 사람이다. 벌어야 할 생활비도 많은데 아이들을 돌보는 체력과 시간은 더 많이 필요한 사람, 남보다 많이 일했는데도 집으로 돌아오면 치워야 할 집안일들이 여전히 쌓여 있는 사람, 내 몸뚱아리 아픈 것보다 돌봐야 할 아이들 아플까봐 더 많이 걱정해야 하는 사람, 늘 늦게 잠들고도 늘 새벽에 몸을 일으켜야 하는 사람, 준비도 혼자 하고 마무리도 혼자 해야 하는 사람, 마음이 무너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