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18-20) 예수님께서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으셨지만,그 권한을 우리에게 남김없이 주심으로써가 아니라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심으로써 우리의 온전한 힘이 되신다. 요즘 계속 마음이 복닥거렸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봐도 늪에 빠진 것처럼 가라앉기만 하고말씀도 붙들어봤지만 그리 큰 힘이 되지 못했다.괜스레 원망하는 마음이 올라와 (사실 까닭이 없지도 않지만)고요히 기도하는 것이 어려웠다. 오늘 아침, 비도 오고 성당에는 행사 준비로 분주..
불행하여라, 너희 바리사이들아!너희가 회당에서는 윗자리를 좋아하고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루카 11,43)바리사이들은 행복이라고 생각했기에 윗자리를, 공공연하게 인사받기를 좋아했을 것이다. 부정적 결과를 낳는데도 점점 집착하고 사로잡혔을 것이다, 중독처럼. 많은 경우, 꿈꾸는 행복이 실은 불행일 수 있다. 내가 꿈꾸는(꿈꾼다고 적고 보니... 정말 꿈일 뿐이가 싶어 슬프네.) 삶은 뭘까.삶에 대한, 사람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가 싶어서 슬프기도 하다.멀쩡한 걸, 당연한 걸 바라는 게 이렇게 외로울 일인가.나도 멀쩡하길, 당연하길 집착하다시피 바라고 이루려한다, 중독처럼.
제임스 베리 글. 안나 쿠냐 그림. 김지은 옮김. 나는별. 아피야의 매일의 경험이 하얀 원피스에 자국을 남긴다. 하루하루 만나는 새로운 것이 그대로 그려지는 신기한 원피스.꽃들과 나비, 새와 물고기, 동물들과 바위들이 고스란히 선명하게 원피스에 남겨졌다가 다음날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또 다른 것들을 남기기 위해.그 모든 것들은 정말 사라졌던 걸까. 어느 날, 더 이상 그려졌다가 사라져버리지 않았다.원피스에 달린 나뭇잎들이 아피야를 따라왔고아피야가 선 그곳, 머무는 자리에 후드득 떨어졌다.나는 이 장면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마지막 장, 아피야의 침대에서 밤마다 나무가 자란다.
복음 중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오늘 복음은 특히 더 그렇다. 대화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이야기인데, 서글펐다.첫번째 이야기는, 자신의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임금이 초대받은 이들을 불렀지만 그들은 가려고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길을 갔다.요즘 세상은, 남의 일에 관심을 두지 말고 자신만 생각하라고 외친다.엮이면 피곤하고 시간과 마음을 뺏기니 '해로운' 일이라고도 한다.오늘 복음에도 그런 사람들이 나온다.타인의 호의를 가볍게 여겨 아랑곳하지 않고,내가 제일 중요하니 그런 것쯤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장사하러 갔다. 어떤 이들은 오히려 공격하고 해를 입히려고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였다. 선을 악으로 갚았다. 첫 번째 이야기의 결말은 임금이 군대를..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문예출판사. 196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열하나의 단편.를 시작으로 로 이어지며 깔깔 웃으며 읽기 시작했다가를 읽으면서는 울고 싶어 졌었다.명치께를 뭔가 묵직한 것이 한없이 내려 누르는 것 같아자꾸만 창밖을 보고 숨을 크게 쉬어야 했다.그래, 우리가 이렇게 쓸쓸하게 산다. 충분히 누렸다고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고넘치도록 가져야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지.남녀의 이야기만도 아니고반세기 전의 이야기만도 아니다.나는 매 단편을 '나의 이야기'로 읽었고. 19호실로 가는 계단을 오르던 수전이 너무 나 같아서...혼자 있을 때는, 옆에 아무도 없이 정말로 혼자가 될 필요가 있었다.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책을 읽으며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다렸다.찬쉐가 되면 얼른 읽으려고 침대 ..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루카 10,41-42) 어떤 날은 이 복음의 결론을 내렸다 싶다가도 또 어떤 날은 도통 모르겠다. 오늘은 모르겠다 쪽이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예수님은 하지 않은 마리아도, 너무 많이 한 마르타도 아신다는 것. 이 그림을 고는 이유는,예수님께서 마르타의 팔꿈치도 받쳐 주시고, 마리아의 어깨에도 손을 얹으셨기 때문이다. 둘을 이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그림이내겐 삼위일체의 신비처럼 보이기도 했다. 마르타는 마리아에게도 손을 주고 있는데 즐거워 보이기도 했다.어쨌든 난 마르타가 좀 더 행복하길 바란다. 일이 줄어들어서 행복하든 예수님 ..
조해진 지음. 현대문학. 혼자 살아남은 사람이 대개 그러하듯 류성철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어둠을 깁는 날갯짓에만 몰두하며 살았는지도 모르겠다.나의 외할머니처럼."그는 영원 속을 헤매는 눈먼 새처럼 살았을 거예요."제이비 류가 마치 내 마음을 읽은 듯 그렇게 말했다. 한손에 들어오는 이 작은 소설 안에 얼마나 깊은 강이 흐르는지...일본에서 건너온 우리 엄마 장귀미자씨와흥남에서 가족들을 남겨둔 채 혈혈단신으로 내려온 우리 아버지 김성남 씨가 홀로, 또 함께 겪어낸전쟁와 외로움의 역사를 함께 생각했다.저녁 어스름에 각자가 바라보던 하늘, 그 노을진 하늘도. 보통 아침 7시와 8시 사이에 하루를 시작하는 센세의 습관을 생각하면 센세는 내 일과가 끝날 시간에 맞춰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다른 날보다 일찍 잠..
윌리엄 골딩 원저. 아메 데용 글, 그림. 이수은 역. 민음사.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자막이 없어서 미루고 미루다가,한 번씩 들르고 싶은 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조용히 데려왔다. 실체를 알 길 없는 두려움 속에서 서로 싸우다가 누군가는 깨닫게 된다, 허상보다 못한 실상의 실체.작은 어른들의 디스토피아. 언젠가 영화로 다시 보고 싶다."“어른들은 다 알아. 어둠을 겁내지도 않아. 어른들은 모여서 차를 마시고 또…”“우리가 뭐야? 사람이야? 아니면 짐승이야? 어른들이 우릴 뭐라고 생각할까?”“어쩌면… 어쩌면 야수가 살지도 몰라.”“사이먼, 네가? 너도 그 말을 믿는다고?”“어쩌면 그건 바로 우리일 수 있어.”""가면은 그 자체로 고유한 실체였고, 그 뒤에 숨은 잭은… 수오지심과 자아의식에서 놓여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