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복음 중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오늘 복음은 특히 더 그렇다. 대화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이야기인데, 서글펐다.첫번째 이야기는, 자신의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임금이 초대받은 이들을 불렀지만 그들은 가려고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길을 갔다.요즘 세상은, 남의 일에 관심을 두지 말고 자신만 생각하라고 외친다.엮이면 피곤하고 시간과 마음을 뺏기니 '해로운' 일이라고도 한다.오늘 복음에도 그런 사람들이 나온다.타인의 호의를 가볍게 여겨 아랑곳하지 않고,내가 제일 중요하니 그런 것쯤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장사하러 갔다. 어떤 이들은 오히려 공격하고 해를 입히려고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였다. 선을 악으로 갚았다. 첫 번째 이야기의 결말은 임금이 군대를..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문예출판사. 196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열하나의 단편.를 시작으로 로 이어지며 깔깔 웃으며 읽기 시작했다가를 읽으면서는 울고 싶어 졌었다.명치께를 뭔가 묵직한 것이 한없이 내려 누르는 것 같아자꾸만 창밖을 보고 숨을 크게 쉬어야 했다.그래, 우리가 이렇게 쓸쓸하게 산다. 충분히 누렸다고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고넘치도록 가져야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지.남녀의 이야기만도 아니고반세기 전의 이야기만도 아니다.나는 매 단편을 '나의 이야기'로 읽었고. 19호실로 가는 계단을 오르던 수전이 너무 나 같아서...혼자 있을 때는, 옆에 아무도 없이 정말로 혼자가 될 필요가 있었다.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책을 읽으며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다렸다.찬쉐가 되면 얼른 읽으려고 침대 ..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루카 10,41-42) 어떤 날은 이 복음의 결론을 내렸다 싶다가도 또 어떤 날은 도통 모르겠다. 오늘은 모르겠다 쪽이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예수님은 하지 않은 마리아도, 너무 많이 한 마르타도 아신다는 것. 이 그림을 고는 이유는,예수님께서 마르타의 팔꿈치도 받쳐 주시고, 마리아의 어깨에도 손을 얹으셨기 때문이다. 둘을 이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그림이내겐 삼위일체의 신비처럼 보이기도 했다. 마르타는 마리아에게도 손을 주고 있는데 즐거워 보이기도 했다.어쨌든 난 마르타가 좀 더 행복하길 바란다. 일이 줄어들어서 행복하든 예수님 ..
조해진 지음. 현대문학. 혼자 살아남은 사람이 대개 그러하듯 류성철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어둠을 깁는 날갯짓에만 몰두하며 살았는지도 모르겠다.나의 외할머니처럼."그는 영원 속을 헤매는 눈먼 새처럼 살았을 거예요."제이비 류가 마치 내 마음을 읽은 듯 그렇게 말했다. 한손에 들어오는 이 작은 소설 안에 얼마나 깊은 강이 흐르는지...일본에서 건너온 우리 엄마 장귀미자씨와흥남에서 가족들을 남겨둔 채 혈혈단신으로 내려온 우리 아버지 김성남 씨가 홀로, 또 함께 겪어낸전쟁와 외로움의 역사를 함께 생각했다.저녁 어스름에 각자가 바라보던 하늘, 그 노을진 하늘도. 보통 아침 7시와 8시 사이에 하루를 시작하는 센세의 습관을 생각하면 센세는 내 일과가 끝날 시간에 맞춰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다른 날보다 일찍 잠..
윌리엄 골딩 원저. 아메 데용 글, 그림. 이수은 역. 민음사.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자막이 없어서 미루고 미루다가,한 번씩 들르고 싶은 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조용히 데려왔다. 실체를 알 길 없는 두려움 속에서 서로 싸우다가 누군가는 깨닫게 된다, 허상보다 못한 실상의 실체.작은 어른들의 디스토피아. 언젠가 영화로 다시 보고 싶다."“어른들은 다 알아. 어둠을 겁내지도 않아. 어른들은 모여서 차를 마시고 또…”“우리가 뭐야? 사람이야? 아니면 짐승이야? 어른들이 우릴 뭐라고 생각할까?”“어쩌면… 어쩌면 야수가 살지도 몰라.”“사이먼, 네가? 너도 그 말을 믿는다고?”“어쩌면 그건 바로 우리일 수 있어.”""가면은 그 자체로 고유한 실체였고, 그 뒤에 숨은 잭은… 수오지심과 자아의식에서 놓여났다."
정보라 지음. 현대문학.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연약하고 부드러워도 되는 세계를 위해산책할 때 좋은 친구가 되어 주는 책들이 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책들과 정보라 작가의 책들이다. 정보라 작가의 책은 「저주 토끼」로 오싹하게 시작했는데 근래 읽은 책들은 자꾸 싸우는 이야기이다.그녀의 이름은 책 표지에서만이 아니라 뉴스에서도 자주 발견한다.각종 문학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 명단에서만 발견하는 게 아니라그녀의 이름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대표해서도 나오고, 다른 이들을 위해서는 더 자주 나온다.수많은 시위 현장에 그가 있다. 이름 없이 존재만으로 발견되기도 한다.그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는데, 멋있는 그는 아직고 싸우고 있다. 그래, 정보라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도 자꾸 싸운다.정복하려는 무지막지..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 이상하리만치 멈추지 않고 당하기만 하는 밭 임자 이야기.요근래 마음이 계속 달그락댔다.사실 이런 날이 계속되면 묵상을 한다고 아무리 예수님 앞에 고요히 앉아 있어도마무리 기도 직전까지 투정을 부리게 되는데 오늘도 시작은 그랬다.그렇게 끝까지 참고 당하라고요? 끝까지?소리가 되어 나오지만 않았을 뿐 내 머리 속에는 이 문장 속 단어 하나하나가 다 부서져서 둥둥 떠다녔다. "그러니 포도밭 주인이 어떻게 하겠느냐?"(40절)는 질문에차마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처럼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 버리고,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하며 으르렁댈 순 없었다.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인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나는 가끔 소작인처럼 굴기도 했다는 걸 ..
일흔두 제자가 기뻐하며 돌아와 말하였다. “주님,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귀들까지 저희에게 복종합니다.” (루카 10,17) ‘주님 이름’ 때문에 나에게 복종했음을 아는 것.내 능력만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치고 사는 것이 쉽지 않다.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 이야기를 이솝우화로 읽으면 그런 삶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지만 정작 자신이 그렇게 사는 줄은 잘 모르는 게 인간이다. 세상만사가 내 덕이 아니라 누군가의 덕분인데도… 오늘도 여느 토요일처럼 근처 본당에 미사를 갔다.반대편 골목 멀리서 자매님 두 분이 성당 입구를 향해 오고 계셨다.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걸었고 나보다 훨씬 더 가까운 거리였으니 당연히 성당으로 올라갔으리라 생각했는데계단 앞에서 방향을 틀려고 고개를 드니 소리도 없이 두 분이 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