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마이라 칼만 지음. 한정원 옮김. 윌북아트. 미술관 한 바퀴를 돌듯 사랑, 증오, 짝사랑, 연민, 후회, 슬픔, 고독, 미련, 자기위안, 자조, 담담함 등으로 버무려진 작가의 가족 이야기과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감상하며 가볍게 (그러나 조금 쓸쓸하게) 산책을 했다. 이야기에는 시간이 흘렀고 사이사이 그림에는 순간이 멈춰 있었다. 책을 덮으니 이야기가 기억나기도 하고 그림이 선명하게 남기도 한다. 우리 기억들도 어떤 것은 찰나의 장면이 남고 어떤 것은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듯이 말이다. 가족 이야기라는데, 내겐 조금 쓸쓸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제목이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이구나 했는데, 다 읽고 나니 원제가 Still Life with Remorse였다는 걸 알았다. 후회가 자책이 남아 있는 ..
양솽쯔 지음. 김이삭 옮김. 미티스블루. 일본의 여성 소설가 아오야마 치즈코가 새 소설을 구상하며 대만에 머무는 동안, 숙소나 여행, 행사 전반을 도우며 통역을 하는 여성 통역사 샤오첸과의 사이에서 생긴 이야기이다. 현란한? 대만 음식들이 줄줄이 나오는 통에(대만 음식을 잘 모르기도 하고 맛집 여행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집중이 좀 안되긴 했지만, 식민과 피식민, 고용주와 고용인, 적출과 서출, 남자와 여자의 미묘한 입장 차이 안에서 서로를 도우면서도 스스로 굳건히 서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아슬아슬하게 흐르는 로맨스까지(내내 사랑이던데?). 언젠가 늦게까지 일해야 했던 날, 잠시 나와 카페에 책 읽으러 갔는데 옆 테이블에서 어떤 남자분이 이 책..
신무연 지음. 다산초당. 문명을 이끈 5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너무 재밌게 읽었다. 시대별로 어떤 도구들이 발명, 발견되고 또 어떻게 발전하였는지 그 방향을 보여준다. 발전을 촉발한 요인과 더불어 그것이 불러온 결과까지 조목조목 재밌게 들려주는데, 침대 머리맡에서 조금씩 읽으며 잘랬다가 몇 장만 더 읽을까... 매일 밤 재밌는 고민을 했다. 도구의 역사만으로도 충분히 재밌었겠지만 이 책은 도구들이 누구에 의해 사용되고 누가 이익을 보고 권력을 가지게 되는지 그 방향도 들려준다. 재밌고 흥미진진했던 만큼, 인간의 탐욕이 어떻게 뻗어나갔는지도 알게 되니(고개를 수도 없이 끄덕이면서 읽었다.) 인간이란 참 무상하기도 하고 인간의 선함을 매번 꺾어버린 탐욕이 세계사에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불러왔나 싶어..
박상영 지음. 래빗홀. 사실, 작가의 이전 소설들과 그에 대해 알려진 바가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향을 계속 짐작하게 했다.그래도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고 여성 서사라는 점이 책장을 저절로 넘겨준다.케이블 방송 이후인지 ott 등장 이후인지,시각적으로도 매력있고 이야기의 흐름도 매끈한 특정 장르의 드라마가 나타났는데,이 소설이 소설계의 그 특정 장르 같았다.낯설지만 또 알 것 같기도 한데 신기하기도 해서 어느새 다 읽었다는 말.
예수님께서는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시고 그 복음을 전하셨다.열두 제자도 그분과 함께 다녔다.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된 몇몇 여자도 그들과 함께 있었는데,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막달레나라고 하는 마리아,헤로데의 집사 쿠자스의 아내 요안나, 수산나였다.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1-3) 여인들 이야기는 성경에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짧은 구절이라 해도 조금 다른 모습,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묘사된다. 오늘 이 복음 장면에서도 여인들은 예수님만을 섬긴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람들을 위해서도 일했다. 목소리를 높여 주장하거나 만류하지 않았고, 가진 것이 없으니 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고, 예수님 곁..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하와이대저택 옮김. 논픽션. 경주에 갔다가 평소 가보고 싶었던 책방에 들러 「절창」을 사면서 홀린 듯 가져온 책이다.그때 무례한 일을 많이 당했었나...발췌한 문장도 제법 있고 좋은 내용도 많은 책.하지만, 사람이 이렇게까지 의심하고 긴장하면서 살아야하나 싶기도 하고(엄연한 자기 계발서임)'하게나'체(體)는 읽는 데에 살짝 부담스러웠고, (나에겐)그렇게까지 큰 울림이 있는 책이 아니었다.홀린 듯 산 것처럼, 홀린 듯 읽었다.(오늘의 교훈: 적어도 책방에서 책을 살 때는 목차와 내용을 살펴본 후 사도록 하자, 나여!)"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은 당신의 영혼을 스스로 감옥에 가두는 일이라네. 상대가 용서받을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당신이 자유로울 자격이 있기에 용서하게나.""무언가를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네 권을 다 읽었지만 다 따로 독후감을 쓸 수는 없어서(읽은 지도 오래되어서 기억도 가물가물함)일단 읽은 흔적만이라도 남긴다. 그의 책에 나오는 반듯한 사람들이 좋다.살짝 세속적 재능도 가미되기도 하지만 결국 충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사건을 '바르게' 해결한다. 시리즈 읽는 동안 「매스커레이드 라이프」도 나왔고, 작가님의 선종 소식도 들었다.생명(라이프)을 내놨는데 정작 본인은 떠났다는 것도미스터리 작가답구나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나종호 지음. 아몬드. 선생님 프로필 사진으로 걸린 책을 좀 더 읽고 싶었지만(솔직히 이 책은 제목이 너무 마음이 들지 않았어...)윌라에는 이 책밖에 없어서 일단 이것부터 읽었는데,의사로서 사람을 만나는 일을, 직업 정신을 잘 갖추었으면서도 마음과 마음의 만남으로 생각하셨구나 싶었다.요샌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졌다가 후덜덜한 실체를 뒤늦게 알게 되는 일이 많아서 잘 넘어가지? 않으려고 하는데가끔 올리시는 트윗도 호감인데다가 책도 좋았다. 특히 3장 을 공들여 읽었다.중독, 자살, 조울증 등에 대한 이야기도 감명 깊었다.내용은 다들 읽어보시길... 이분에 대한 호감은,언젠가 이혜영 배우의 폐암 투병 소식에 악플이 달리는 것을 보고서 다음과 같은 트윗을 올린 걸 본 후에 급상승했다."암의 가장 큰원인은 생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