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 이수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선생님도 아니고 교육 전문가도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아이들을 자주 만나는 소임을 하게 되었고, 수년 전부터 마음속으로 찝찝한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수녀이다 보니 거의 대부분은 무례하게 하지 않으시지만 자녀들에 대한 양육자들의 태도가 자꾸 속으로 질문을 삼키게 했다. 짓궂은 정도를 넘어 아이를 괴롭히는데도 "우리 아이는 잘할 수 있어요.!"라고 한다던가, 아파서 첫영성체에 못 온 아이의 보충은 이날 하는 게 괜찮겠냐는 문자에 다짜고짜 "아이가 지금 어떤지도 모르면서 아픈지 물어봐주고 걱정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항의성 문자를 받기도 했다. 물론 나는 아이와 그런 이야기를 이미 다 주고받은 상태였고, 아이는 6학년이고 그 어머니는 비..
매슈 버제스 지음. 카티아 친 그림. 김지은 옮김. 신나는원숭이. 사는 내내 이런 날을 잊을 수 있을까?잊을 수 없지. 이런 날을 어떻게 잊어. 온 몸과 마음의 감각이 팡팡 터지던 날.누군가가 나를 지극히 사랑해주고,나 역시 누군가를 한없이 사랑하고,우리를 팡팡 튀어오르게 하는 것들이내 눈과 귀를 온통 가득 채우던 날을.그날 밤 포근한 침대에 나란히 누웠을 때의 충만을. 물에 홈빡 젖어도 행복하고,수박을 먹으며 옷에 흘려도 마냥 기쁘고,언니여서 좋고 동생이어서 좋다.많이 가져서도 아니고, 좋은 것이어서도 아니고, 내것이어서도 아닌,두팔 벌려 받아 안을 줄 아는 마음만큼! 혼자만의 기쁨이 아니라서 더욱 좋았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너희가 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속은 죽은 이들의 뼈와온갖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 회칠한 무덤 같기 때문이다.“ (마태 23,27)whitedwashed. 아무리 겉을 하얗게 씻어낸들 속에 감추어진 뼈들과온갖 더러운 것들은 씻어지지 않고 그대로 '내 안에' 쌓인다.나는 이 부분을 묵상할 때마다 "매에 맞으면 자국이 남지만 혀에 맞으면 뼈가 부러진다."(집회 28,17)는 말씀이 늘 떠오른다.whitedwash 자체가 회칠 정도가 아니라 범죄 등의 은폐라는 의미로도 쓰이니 딱 맞는 말이 아니겠나. 내 혀에 맞아 부러진 수많은 뼈들과 내가 은근슬쩍 감추었던 모든 것들이 그대로 쌓인, 회칠한 무덤이 되지 않도록 겉으로만 멀쩡한 수도자로, 인간으로 보이지..
토마스 키팅 지음. 차덕희 옮김. 가톨릭출판사. 성령에 관해 정리를 좀 해두고도 싶었고, 그분과 좀더 진실하고 내밀한 친교를 쌓고 싶기도 했다. 무엇보다 키팅 신부님은 내가 centering prayer를 수련하는 것을 사랑하도록 이끌어 주신 분이시니 무한 신뢰가 가능한 분 아닌가. 이런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묵상해가며 도달한 곳에는 그분의 사랑과 내 편에서의 이끌림이 있었다. 자꾸만 떠오르던 질문 하나, 나는 지금 이끌리고 있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며칠을 보냈다. 질문을 거듭할수록 내가 이끌리던 때, 오래 전 끝간데 없이 넓은 품 안에서 온전히 휩싸이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분이 내 안에서 움직이시는데 또한 나를 온전히 감싸고 계심을 뚜렷하게 알아차리고 나 자신을 내려..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 (마태 15,24) 이 말씀은 점점 더 진실이 되었다. '하느님께서 다스리신다'. '하느님과 싸우다'는 뜻을 지닌 이스라엘. 하느님에게 선택된 백성의 이름 이스라엘은 북왕국의 이름이었다가 멸망 후 남왕국의 이름이 되었고,사람의 이름이었다가 백성의 이름이었다가 땅의 이름이기도 했다.바빌론 유배생활 동안에는 레위족 사제들과 구별해 평민들만 이스라엘 백성이라 불리기도 했으니결국 이스라엘은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백성의 이름이다.야곱이 하느님의 천사와 겨루어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과 축복을 받았듯이(창세 32,2-33),바오로 사도가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이스라엘이라 불렀듯이(갈라 6,16) , 이 여인은 이제 하느님의 사랑..
거의 20년 만의 8월 연피정이었다. 피정 전부터 전국이 불볕더위였고 40도를 넘었다는 소식에 이 피정을 들어가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각오’가 필요했던 피정.정말 너무나 뜨거워서 며칠 동안은 낮산책은 꿈도 못 꾸고 에어컨이 나오는(피정집은 이 더위에도 시간제로 에어컨을 틀고 있었다.) 곳을 향해 움직여야만 했다. 한 이틀은 잠을 좀 설쳤지만 그러다가 기적처럼 바람이 불고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간혹 30도 아래로 온도가 내려갔고, 걸은 만하고 피정도 할 만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피정 강의가 너무 좋았다. 우리가 너무 뜨거워져서 바깥 온도가 오히려 낮아졌나 싶을 정도로…오늘은 피정 마지막 날이라 점심을 먹고 좀 더 오래 걷고 싶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 풍경은 흐렸기에 어제보다 좀 더 ..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바로 그 시간에 그 여자의 딸이 나았다. (마태 15,28)부스러기라도 바라는 우리의 심정도 예수님은 보고 아신다.그리고 그것을 ‘믿음’이라고, 그 믿음이 ‘크다’고 말씀해 주신다.여인은 낫는 과정이나 장면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딸의 치유는 이루어졌다, 예수님의 ‘바로 그 시간’에.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문학동네. 버려지는 것에, 사라지는 것에, 외면 당하는 것에 저항하며 끝까지 사랑하다 그 자체가 되어버린 사람, 한탸의 이야기.더 낮은 곳에서 그들을 받아 안았고 더 높은 곳으로 그들을 올려 보냈네. 나는 이렇게까지 책을 사랑할 수 있을까.내가 생을 걸고 무언가를 이렇게 지켜낼 수 있을까."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나는 이제 어느 것이 내 생각이고 어느 것이 책에서 읽은 건지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히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