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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트레시 맥밀런 코텀 지음. 김희정 옮김. 위고. 새해 첫 책. 누군가는 사지 않을 여유가 없을 수 있단 말에 정초부터 나는 또 깨어졌다.p.24 "나는 평생 내 발을 고치며 살았다. 한번도 정상적으로 걸어본 적은 없지만 비뚤게 걷지도 않는다." p.34 ~ p.35 "내 발을 고친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얻는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더라도 상관없이 계속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나 자신을 고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엄청난 아픔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세상이 나를 보는 시각은 고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p.183 "왜 우리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는지 물었던 것 같다. 위대한 비비언은 진주 귀걸이를 차면서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러고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주님께서 모든 민족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 날이고, 동방박사들이 별의 인도를 따라 아기 예수를 찾고 경배 드린 것을 경축하는 날입니다. 아울러 이방 민족을 대표하는 동방박사들의 방문으로 그리스도께서 온 세상의 빛으로 계시됐음을 나타냅니다. 제대 앞 구유가 동방 박사들로 가득 채워져서 이천년 전의 마굿간 모습으로 완성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 장면을 이렇게 들려줍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마태 2,10-11) 공현 대축일이 되면 제의방 수녀가 잊지 말고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따..
287항 샤를 두 푸코 복자는 하느님께 자신을 전적으로 봉헌하겠다는 지향에 따라 아프리카 사막 깊은 곳에 버려진 가난한 이들과 자신을 동일시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샤를 드 푸코 복자는 모든 인간을 형제로 느끼고 싶은 자신의 열망을 표명하며 벗에게 이렇게 부탁하였습니다. "내가 참으로 이 나라에서 모든 영혼의 형제가 될 수 있도록 하느님께 기도해 주게나." 궁극적으로 그는 "모든 이의 형제"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를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과 동일시함으로써 비로소 모든 이의 형제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이러한 이상을 불러일으켜 주시기를 빕니다. 아멘. 지난 한 해 동안 을 통독하며 ... 좋았다.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해서 좀 부끄럽긴 하지만 참 좋았다. 그리고 ..
헤로데는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마태 2,16) #dailyreading 자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고한 목숨들을 수없이 죽여버리는 잔악무도한 권력자의 횡포… 안그래도 답답한 세상인데 뉴스를 본 후라 복음을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 착잡했다. 무고한 이들이 죽음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세상에는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 그때 우리는 가까스로 살아 남은 아기를 탓할 것이 아니라, 권력자가 주춤할 수 있도록 내 자세를 다잡아야 한다. 오늘은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이다. 이들을 기억하며 식사 후에 서둘러 올라와 내 빨래가 없는 공동 빨래를 개키고 다림질을 했다. 내 빨래가 없으니 나는 오늘 빨래를 널지 않아도, 개키지 않아도 되겠지 하는 마음..
우리가 바쳐야할 시간경 중에서 나는 끝기도를 가장 좋아한다. 우리 수도회의 찬미가 멜로디도, 시편들도(특히 91편), '주의 손에 내 영혼을 맡기나이다'라고 노래하는 응송도, '말씀하신 대로 이제는 주의 종을 평안히 떠나가게 하소서'로 시작하는 시므온의 노래도, 성모찬송도 모두 좋다. 이번 주 복음에는 “이제는 놓아 주소서” "이제 놓아 주시는도다" "이제 떠납니다" 등으로 번역되는 Nunc dimittis(시므온의 노래)가 나온다. 이제 보았으니 더 이상 여한이 없다는 시므온의 고백. 그는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다. 주님의 그리스도를 보길 희망한 것도 맞지만 시므온은 '보여주시는 때'를 기다렸던 사람이다. 보여주실 때까지 떠나지 않고 머물 줄 아는 것. 그래서인지 우리 수도 서원의 ..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한길사. 제목 때문인지 마지막 4부를 읽는 동안 ‘잃음’을 자꾸 떠올렸다. 세월이 흐르면 잃을 수밖에 없는 것들, 떠나기 위해서는 잃어야만 하는 것들, 내려 놓는 것도 아니고 나눠주는 것도 아닌 잃음. 모셔놓는 것도 아닌, 더 이상 내것이 아니도록, 나를 떠올리게 하는 기억조차 없도록, 다시 찾을 도리가 영영 없도록 잃는 것. 이 나폴리 4부작을 읽기 전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었다. 두 여성의 대하소설을 연달아 읽고, 세상을 대하는 또 다른 시선을 배운다. 이 두 작가가 전해주는 영웅 없이 주인공들로 가득한 세상, 가감 없이 솔직한 인간들의 민낯을 받아들이는 용기, 앞면만 보이는 바른 세상 말고 앞뒤 모두 둘러본 후 만나는 진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