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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불행하여라, 너희 율법 교사들아!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루카 11,52) 내 삶이 나만의 삶으로 끝나지 않는다.내가 잘못 들어서면 뒷사람들도 잘못 들어서거나 헤맬 수밖에 없고,앞서 걸어간 사람들 덕에 지금 내가 이 길을 걷고 있다. 그러니 나홀로 걸어도 우리의 길이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루카 10,2) 제자들이 얼마나 비장하게 떠나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 묵상 때는 새삼, 파견하는 제자들을 앞에 두고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이 말씀이었다니... 싶었다.수확하러 떠나는 일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거나 사명을 부여하는 말씀이 아니라,일꾼이 적으니 일꾼들을 보내달라고 주인님께 청하라는 말씀을 가장 먼저 하셨다니,이건 일꾼들이 한풀 꺾일 법도 한 말씀 아닌가. 하나의 일꾼이 점점 많은 것을 수확하기보다 많은 일꾼들이 수확에 동참하는 것이 하늘나라이고,수확을 많이 하면 할수록 나의 밭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그 밭의 주인은 따로 있으며(우리 아버지이시지만),나의 능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
우리는 해마다 10월 마지막 주일의 바로 전 주일을 전교주일로 지냅니다. 미사도 연중 주일 미사가 아니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지요. 온 세상에 가서, 특히 하느님을 알지 못하거나 아직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서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선교사)을 위해서 기도하고, 우리 각자도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보여주고 그들이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삶을 살기로 더욱 노력해 보는 날입니다.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16절) 마태오 복음에서 제자들이 산으로 찾아간 것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당신을 가장 먼저 찾아온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에게 이렇게 제자들에게 전하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28,7) 2명의 ‘여인’..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 (루카 11,13) #dailyreading If you then, who are wicked, know how to give good gifts to your children, how much more will the Father in heaven give the Holy Spirit to those who ask him? 자녀들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아는 아버지 자녀들에게 성령을 더 잘 주시는 아버지… 아침 묵상 한 시간 내내 이 문장을 붙들고 있었는데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결국 오전 미사에 좀 일찍 가서 성경을 펴 두고 다시 묵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좋은 것을 ..
김미옥 지음. 이유출판.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 때마다 나는 과거를 불러 화해했다.쓰고 맵고 아린 시간에 열을 가하자 순한 맛이 되었다.나를 술래잡기하듯 아픈 기억을 찾아내 친구로 만들었다.내 과거를 푹 고아 우려낸 글, '곰국'은 이렇게 나왔다. 내겐 갓 튀겨낸 튀김 같았다고 하면 작가님께 좀 실례일까.그래도 이야기 하나하나가 때맞춰 튀겨서 내 온 맛있는 튀김요리 같았다.그 뜨거운 기름에 들어가 열을 견디고 세상 최고 고소한 맛을 내는,입을 데더라고 지금 당장 서둘러 맛보고 싶은 튀김.수녀원에서 처음 들어 본 '신발 밑창도 튀기면 맛있다'는 속담? 명언?이 생각날 정도로 맛있는 글이었다.다만, 펄펄 끓는 기름을 견딘 시간을 호로록 먹어버린 우리는 알지 못하지. 서글픈 기억이 다시는 내 인생을 흔들지 않..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푸른숲.나는 나 자신이기를 좋아합니다. 자폐증은 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전부가 아닙니다.cpe 교육을 받는 중에 읽어서 그런지오가는 동안 이 책을 읽으며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너무 많이 했다. 어제 면담에서도 한 말인데,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들은 여러 부분의 하나일 뿐이고그 중 하나를 골라 말했을 뿐 나의 전부는 아니다.감정과 생각이 많다는 것이곧 그것에 잠식당한다거나 감정이나 복잡한 생각들에 취약하다는 말도 아니다.그래, 책을 읽으면서도 이 생각을 많이 했다.작은 실마리에서 중요한 문제들을 눈치챌 수도 있지만그렇다고 해도 모든 것을 확대해석하는 태도는 불편하기만 하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그 '비정상적인' 기준을 접할 때마다가슴이 너무 답답하다.큰 세상을 ..
김도현 지음. 생활성서. '정말 이렇게 쉽고 간단하다고?'하면서 읽었다 ㅎㅎㅎ.아는 만큼 들리는 법이라는 말이 이처럼 잘 적용되는 사례도 없다 싶을 정도로 난 재밌게 읽었다.아는 바가 별로 없으니, 그 '조금'을 잘 알아들었다고나 할까. (거짓말 살짝 보태어)하나도 어렵지 않게, 나같은 사람이 알아듣기 쉽게 잘 설명해놓은 책이었다.하지만 내가 아무리 잘 알아듣겠다 해도 누군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테고, 누군가는 떠받들며 읽겠지. 이런 종류의 책이 보이면 읽어서 공부해 놓으려고 하는 편인데,사실 샤르댕 신부님 책은 내게 오묘하다 싶었다.김도현 신부님 책은 우리말이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뭘 모르는지 조차 애매하던 나에게 '이것부터 알아야 합니다.'라고 친절하게 레벨1로 설명을 해주는 느낌이랄까. 마지막..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어릴 적에 한 달에 한 번 아버지와 함께 둘이서만 외출을 했습니다. 아마도 글을 읽기 시작할 즈음, 어쩌면 글이라기보다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알아보기 시작할 무렵부터였을 것입니다. 용돈도 없고 문구도, 책도, 장난감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아버지께서는 우체국에 저를 데리고 가시기 위해 우체국 옆 토마스 성당 1층에 있던 성바오로 서원에 들러 책을 한 권씩 사주기로 약속하셨던 겁니다. 그 특별하고도 귀한 선물을 받기 위해 매달 아버지를 따라나섰습니다.어린이였던 저는 『티코와 황금날개』(레오 리오니)를 펼칠 때마다 황금 깃털을 내어주며 살아가는 삶을 꿈꾸었고, 꽃봉오리 속에서 태어난 『엄지공주』(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만화책은 책이 닳도록 읽었습니다. 어려운 일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