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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루카의 우물/루카 6장 (14)
깊이에의 강요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그렇게 하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루카 6,10) 손을 뻗자(말씀대로 하자)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오늘은 이 장면을, 이 순서를 묵상했다. 성해진 후에야만 손을 뻗을 수 있다고, 아직 낫지 않았으니 당장은 따르기 어렵다고, 쟤가 먼저 변하지 않으니 나도 못하겠다고, 네가 뉘우쳐야 화해할 수 있다고… 순서를 허무시는 예수님 앞에서 나도 고집을 내려놓는다.
“다윗과 그 일행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한 일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아무도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집어서 먹고 자기 일행에게도 주지 않았느냐?”(루카 6,3-4) 배가 고플 때 ‘먹는 것’이 늘 정답이진 않다. 많은 경우에는 먹으면 해결이 될 일이지만, 먹고 싶고 먹어야 하는 데도 먹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 나아가 배고픈 사람에게 해가 되는 일이 아닌 이상 못 먹게 한다면, 목적을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 하게 하는 이유 못지 않게 '못하게 하는 이유'도 중요하니까. 더욱이 먹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가 '나 아니면 그 누구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면 잘 들여다 보는 것으로 끝나지 말아야 하지 않을 것이고. 오늘은 성 그레고리..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루카 6,38) 아버지께서 내게 자비로우시지만 내가 아버지께 자비로울 수는 없는 것처럼, 내가 주는 사람과 내게 주는 사람이 다를 수 있다. 준 사람에게서 되돌려 받는 것이 아니라(간혹 그러기도 하지만) 그분에게서 받는다, 넘치도록 후하게. 그러니 우리는 다만 심판하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고, 단죄하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고, 용서하려 노력할 뿐이고, 주려고 노력할 뿐이다. 심판받지 않기 위해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단죄받지 않으려고 단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용서받으려고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받으려고 주는 것이 아니라… 올해는 유난히도 메마른 겨울이었다. 타들어가는 논과 밭을 위해서 비를 기다렸고..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루카6,45) 복음을 묵상하다 보면 예수님은 정말 인간을 잘 이해하고 계시는구나 싶습니다. 이번 주 복음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이 정곡을 찌르는 말씀은, 너무나 정확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다치게 하지는 않습니다. 단죄가 아니라 구원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말씀만으로도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 구원 의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저 사람이 속은 안 그런데 표현만 저렇게 함부로 해.”라고 두둔하거나 “내가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라고 변명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속마음은 너무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데 표현만 공격적..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루카6,45) 내’맘’대로 실컷 내놓고 나서 속마음은 아니라고, 그럴 생각은 없었다고 말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마음을 드러내는 데는 한계도 있지만 많은 경우엔 고스란히 드러난다. 드러난 것, 그것은 내것이다. 내 안에 있던, 어쩌면 지금도 내 안에 있는 것. 그러니 없는 척 할 일이 아니라 내 안에서 정리하고 치울 일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루카 6,38) 내 기준이 사랑이었으면(물론 참사랑), 비록 오해를 받거나 사랑으로 되받지 못한다 해도 그순간의 ‘나’만큼은 사랑을 실천한 사람이 된다. 세상사 대체로는 뿌린 대로 거두기 마련이지만, 살다보면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강이 어디 있겠나. 세상 사는 동안 사람에게서는 고스란히 돌려 받지 못하더라도, 내가 마지막 통과할 그 문 앞에서 나는 사랑을 얻을 것이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루카 6,36) #dailyreading 이 복음은 말 하나하나마다 너무 높고 다가서기 어렵지만 반드시 가져야할 태도라거나 도달해야할 경지라고 여기면 너무 요원한 일이기에, 예수님이 보여주신 모습이고 그 모습 닮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좀 낫지.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루카 6,37.38) 쉽게 하는 심판도, 그럴만 하다 생각한 단죄도, 죄인에 대한 용서까지도 모두 우리가 하는 되질이다. 내가 되질한 그 되로 되받는 것도 두려운 일이지만, 먼저 그런 되질은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심판에 무디고 단죄에 더디고... 관대하고 무던한 사람. 온유하고 자비로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