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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여름 신앙학교 기도문 본문
○ (학생) 나, 너, 우리의 하느님!
언제나 저희들의 기도를 귀 기울여 들으시고
당신 가까이 불러 주시어
당신의 것으로 삼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사랑하는 가족과 익숙한 성당을 잠시 떠나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서로를 더 가까이 만나고
우리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만나 뵙고자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들을 해방시켜 주신 것처럼
신앙학교를 떠나며 드리는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시어
더 자유롭고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을 섬기고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해 주소서.
● (교사) 아이들이 신앙학교를 통해
하느님을 찾고, 만날 수 있도록
저희들을 주님의 도구로 써 주시고
당신이 저희를 사랑하신 것처럼
저희도 아이들을 사랑하게 하시고
구름기둥 불기둥처럼
아이들을 지키고 이끌어가게 하소서.
◎ (함께)
은총의 손길을 결코 거두지 않으시는 하느님,
저희 00성당 주일학교 공동체를 이렇게 사랑으로 엮어주셨으니
저희의 모든 시간에 함께 하여 주시어
매순간이 서로에게 선물이 되고 기도가 되게 하여 주시고
신앙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함께 바치는 형식으로 기도문을 만들어 본 이유가 있다. 수녀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아마 그때는 그것도 기도하는 것이라고 여겼거나 내 열심에만 빠져서 어쩌면 지금 내 역할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서...) 그 중 하나가 아이들에게 기도를 하라고 하고서는 막상 교사는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다. 기도하지 않고 딴짓하는 아이들이 있나 지켜보거나, 그 다음 해야할 일을 살피거나 하면서 기도의 시간에 기도를 하지 않게 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본당에서 소임을 하다보면 종종 이렇게 안타까울 때가 있다. 청년들도 다 큰 어른들이고, 본당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이래라 저래라 말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 더욱 기도에 집중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알아차리길 바랄 뿐이지만(언젠가는 레지오 훈화 때 한 번 슬쩍 다뤄야겠다) 그것 역시 큰 효과는 없다. 미사 강론이 시작되면 주보를 펴거나 휴대폰을 살피는 일, 레지오 훈화가 시작되면 일지나 회비를 정리하는 것, 미사 전 기도를 시작만 해놓고 그날 전례를 살피는 해설자, 회의 시작 기도를 바치는 순간부터 회의 내용을 검토하는 진행자... 계획하고 정리하고 살피는 일도 모두 중요하지만 기도의 시간에 홀로 기도하지 못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매 순간에 충실하자. 그 때에 할 일을, 그 때에 하자. 지금 그 장소에 몸과 마음 모두 머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