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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르 3,7-12 손을 내미시기보다 먼저 (어쩌면 몸을 돌려) 거룻배에 오르신 예수님 본문

마르코의 우물/마르코 3장

마르 3,7-12 손을 내미시기보다 먼저 (어쩌면 몸을 돌려) 거룻배에 오르신 예수님

하나 뿐인 마음 2022. 1. 20. 09:08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마르 3,8-9) #dailyreading

오늘따라 다른 구절 다 제쳐두고 ‘거룻배’에 자꾸 눈길이 갔다. 몰려온 군중 앞에서, 당장 손길이 필요한 이들 앞에서 손을 내미시기보다 먼저 (어쩌면 몸을 돌려) 거룻배에 오르신 예수님. 다가온 군중들과 오히려 조금 거리를 두신 예수님. 당신을 밀쳐 대지 않도록 땅에서 떠나 물 위로, 배 위로 … 그리고 나는 오늘따라 왜 자꾸만 이 장면에 머무는가, 머물고 싶은가 생각했다.

피하고 싶고 가능하면 마주치지 않고 싶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웃을 자신이 없어 당분간만이라도 마주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서는 단지 피하고만 싶은 것인가 또 며칠을 고민했다. 예수님은 왜 이 장면에서 나를 붙드시는가.

의도치 않게 서운하게 했음을 상대도 모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내 아픔도 어쩔 수 없었다. 난 회복이 필요했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홀로 털고 일어나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오늘, 사람들에게서 조금 멀어져 거룻배에 오르시는 예수님을 생각하며 그간의 후회를 내려 놓았다.

할 일을 계속하되 자신을 지킬 줄도 알아야 한다. 사람이 밀쳐 대어 큰 일이라도 나면 하시려던 일마저 할 수 없기에 오늘 예수님은, 조금 멀어지셨다. 그래, 건강해야 기도할 힘을 더 낼 수 있고 마음을 잘 정리해 둬야 덜 흔들린다. 미워서 돌아서는 게 아니라면(내 약함으로 그런 일이 생긴다 해도) 잠시 숨을 고르고 주위를 정리하는 일은 모두가 함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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