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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달력 한 장 (145)
깊이에의 강요
테레사 아로요 코르코바도 지음. 이슬아 옮김. 여유당.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멀어져 가는 내 지난날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어느 한 지점을 통과해야만 하고 그때마다 ‘지난날’과 멀어져야 한다. 그립더라도 두렵더라도 외로운 채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 하고. 책과 함께 롤라의 바닷가를 서성이며 내가 통과했던 그 지점들을 떠올렸다. 마음에 남는 건,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묻는 롤라에게 나침반이 방향을 알려 주기 때문이라며 나침반을 준 어른, 배가 뜨는 방법을 묻는 롤라에게 좋은 목재가 중요하다고 알려주면서 작은 배를 띄워보게 한 어른, 등대의 역할을 설명해 주면서 어둠 속에서 길을 비춰 줄 손전등을 준 어른, 조개를 많이 잡았냐는 질문에 한가득 잡은 예쁜 조개껍..
윌바칼손 지음. 사라 룬드베리 그림. 이유진 옮김. 위고. 내가 누군가를 놓치지 않고 궁금해하면, 내 눈앞에 있지 않아도 눈길을 줄 줄 알면, 그 누군가는 더 용기를 내어 자신을 말한다. 나 역시도 누군가가 나를 헤아려줄 때 내 안에 가득한 나를, 들려주고 보여주면서 완성되어 간다. 그림도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이 너무 좋았던 책.
실바나 단젤로 글. 안토니오 마리노니 그림. 이현경 옮김. 별천지. 읽는 내내 '이 동화책 뭐지?' 다 읽어갈 즈음 '뭘 훔쳤지?' 책을 덮으며 '독자의 마음을 가져갔구만.' 무엇에서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가 없는데 자꾸만 따라가게 되는 오묘한 동화책.
오츠카 아츠코 사진, 글. 송영빈 옮김. 글로세움. 엠마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말이야.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단다. 실패를 했던 일이나 괴로웠던 일들도 지금은 좋은 추억처럼 느껴져. 사이가 나빴던 사람도 지금은 모두 용서할 수 있으니까. 왜 그 사람이 그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그 이유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은 엘마 할머니의 마지막 시간을 고양이 스타키티의 눈으로 지켜본 사진 작가 오츠카 아츠코의 글이다. 아직까지는 모두를 용서할 수 있는 순간을 짐작할 수는 없지만, 그런 순간이 분명 있음을 안다. 그리고 그때를 더 평화롭게 맞이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도 조금은 안다. 이별을 덜 아프게 맞이하도록 준비한 엘마 할머니와 걱정 없이 ..
막스 뒤코스 글, 그림. 류재화 옮김. 국민서관. 그림 속 모르간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사춘기를 시작한 누나의 무관심에 혼자 화를 내다가 벽에 붙인 그림을 뜯어낸다니…, 화를 내고 그림을 떼던 아이가 갑자기 엄청 남을 도와주는 아이가 되다니…), 현실의 나를 잠시 잊어도 좋을 상황이 오면 ‘조금 더 괜찮은 나’가 되려고 마음껏 노력해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린 저마다 부끄럽고 아쉬운 기억들을 가졌지만, 죄가 아닌 다음에야 언제 그랬냐는듯 ‘더 멋진 나’로 살아가려고 하지 않나 싶고. 그리고 ‘더 멋진 나’처럼 살아본 기억은 실제로 ‘더 멋진 나’가 되게 해줄테니 말이다. 티모테처럼 벽지 너머의 세상까지 가보진 못하더라도, 무언가를 무릅쓰고라도 나를 넘어서려는 노력은 우리를 더 크..
데이비드 맥컬레이 글, 그림. 김서정 옮김. 북뱅크. 오늘부터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다정한 책은 가 되었다. ‘할 수 없이’ 새 둘레를 치웠던 안젤로의 “할 수 없군.”으로 시작된 세상 가장 다정한 동행. 좋아했던 일, 평생 건물을 살려내는 일을 했던 안젤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픈 새를 살려낸다. 새를 위해 ‘할 수 없이’ 했던 다정한 일들은 또 얼마나 다정한 그림으로 표현되었던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한참을 보게 되었다, 마지막 그림까지… 그리고 엄마를 생각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우리는 개를 기르지 않았다. 아버지가 투병을 시작한 후 아픈 얼룩이를 보살펴 줄 사람이 없어 결국 아는 시골집에 얼룩이를 보내야 했던 엄마는, 개를 기르는 대신 죽어가거나 버려진 개가 보이면 데려와 마지막까지 보..
리베카 솔닛 지음. 홍한별 옮김. 반비. 어릴 적 내가 신데렐라를 읽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나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이 없는 걸로 봐서는 아마 별 생각이 없었거나 “애걔…”하면서 금방 뒤로 밀쳐둔 책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커서는 그저 신데렐라를 함부로 대한 엄마나 자매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우리 모두는 각각의 책임과 변화와 노력과 행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신데렐라가 도마뱀의 희망을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장면과 마법의 시간 이후 망설임 없이 예전의 삶을 이어가길 원하며 자신의 아기들에게 되돌아 간 한 마리의 도마뱀. 내가 아는 모든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동화이고, 내가 아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동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