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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조던 스콧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책읽는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동안 얼마나 나를 기준으로 내세우고, 나와 같기를 강요하며, 나와 다르면 틀렸다고 말해왔을까.'나'가 아니라 '우리'였다 해도 할 말이 없다. 흐르고 부딪치고 느려졌다 다시 달려가며 끊임 없이 나아가고 있는 존재 앞에서 멈춘 채 눈 앞엣것만 보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역시 수많은 시간 동안 굽이굽이 돌고 부딪치며 흐르고 흘렀을텐데 말이다. "아이들은 내 입에서 혀 대신 소나무 가지가튀어나오는 걸 보지 못해요. 아이들은 내 목구멍 안쪽에서까마귀가 까악까악우는 걸 듣지 못해요. 아이들은 내가 입을 열 때스며 나오는 달빛을 보지 않아요." "물거품을 일으키고굽이치고 소용돌이치고부딪치는 강물..."
휘리 그림책. 오후의소묘. 조금 울었다. 인형을 꼬옥 붙든 채 눈을 감은 아이. 휘몰아치듯 아이를 감싸는 것들이 아무리 아름답고 눈부시다 해도 아이는 홀로이다. 인형과 함께이나 홀로인 아이. 그래서 울었다. 자그마한 아이가 문을 뒤로 한 채 나아가야 할 세상을 마주했을 때 조금 더 울어주고 싶었다, 아이를 위해. 세상에 홀로 남았을 때의 나를 떠올리며, 홀로 병고 중에 십자가를 향해 걷고 있는 내 형제 수녀를 떠올리며. 나와 한날 한시에 수도생활을 시작한 나의 형제는 멀고 가난한 나라에 선교를 갔는데 며칠 전 확진 소식을 들었다. 벌써 폐렴까지 왔는데 신장도 좋지 않다고 했다. 기도 중에 형제를 향해 중얼거렸었다, 형제여, 예수님 발치까지 갔구나... 더 멀리 가지 말고 이제 그만 되돌아오라고 말하고 싶..
더글라스 케네디 글.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밝은세상. 원제는 Aurore’s amazing adventures. 자폐를 가진 작가의 아이가 오로르가 되었다. 오로르가 탄생한 동기, 작가가 오로르를 보는 시선, 오로르가 세상을 보는 시선도 모두 좋았다.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과연 오로르가 마음을 읽을 줄 알았기에 이 모든 일이 해결되었을까? 오로르가 상대의 눈을 보고 마음을 읽어내긴 했지만, 언제나 좋았던 건 아니었다. 아무도 모르길 바라는 아픈 마음도 있고, 아직은 혼자만 알고 싶은 생각도 있고, 자신조차 모르는 진심도 있다. 다만, 오로르가 마음을 읽을 때가 아니라 오로르가 마음을 ‘알아줄 때’, 변화는 시작되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오로르 같은 아이가 있을 수도 없고 내가 오로르..
찰리 맥커시 글, 그림. 이진경 옮김. 상상의힘 용기와 우정에 관한 아름답고 놀라운 책.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누구 하나를 내세우지도 않고 특별함을 부여하지도 않는 제목. 우리는 모두 우리 삶의 주인공이니 이 제목이야말로 정말 어울리는 제목 아니니?하고 묻는 것만 같았다. 조금씩 아픔을 가진 네 친구들의 여행. 이 여행을 지켜보며 내 옆에는 누가 함께 하고 있나, 나는 그들과 어떤 모습으로 이 길을 가고 있나 가만히 돌아보았다. 외로웠던 소년은 “지금의 나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케이크에 집착했던 두더지는 “케이크보다 더 좋은 게” 있다는 것, 그건 “껴안는 것”이며 “그게 더 오래 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질투로 자신의 능력을 포기하고 숨겼던 말은 “괜찮아. 우린 널 사랑해. 네가 날..
제라르 베르톨로니, 클레르 드라랑드 글. 니콜라 우베쉬 그림. 유하경 옮김. 사계절.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지만, 쓰레기의 정의, 역사, 법, 다른 나라 현황, 지구의 현재, 수거에서 재활용까지 등 차근차근 기초적인 설명이 쉽게 되어 있다. 어린이용 환경서. 껌이 사라지려면 5년이 걸린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사라 스튜어트 글. 이복희 옮김. 시공주니어. 씨앗을 심는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더디지만 한 철만으로 끝나지 않을 희망을 품는 것. 나만 보는 꽃이 아니라 내가 떠난 후에도 누군가는 보게 될 꽃을 기꺼이 심는 것.
이상교 시. 한병호 그림. 신동일 음악. 미세기. 이사를 떠난 후 남겨진 집에 대한 이야기. 다락과 툇마루, 문지방과 댓돌이 울고 미닫이문은 속울음을 운다. 마지막까지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본 대문... 사람은 아니, 나는 어찌 이리 나를 품어준 것들을 까마득하게 잊고 사는 걸 밥먹듯 하는 건지. 알맹이에 마음을 두는 버릇은 여전히 고치지 못했고, 남겨두고 떠난 적은 쉬이 잊고 남겨진 것만 품고 사는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