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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달력 한 장 (145)
깊이에의 강요
유타 바이우 그림책. 김영진 옮김. 미디어창비.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편지를 받아들고 임금님의 '심부름'을 떠난 예페. 하루하루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다가 어느 날 임금님의 '부름'을 받는다. 예페는 '두루마리 편지를 받아 들고 바로 출발했어'. 가야할 곳은 이웃 나라. 언덕을 몇 개 넘고 구불구불한 강을 거슬러 쭉 올라가다 보면 숲길이 나오고 그 길로 계속 가면 이웃 나라 성에 도착한다고... 예페는 정확한 지도도 없이, 주저함도 없이 그 길을 간다. 다람쥐 가족을 만나 다친 아빠 다람쥐를 치료해 주고, 공을 잃고 우는 꼬마의 공을 찾기 위해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고, 구불구불한 강도 건너고, 낮에도 밤에도 부지런히 걸었다.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아기 돼지들의 친구가 되어 주고, 염소 할아버지..
마이클 베다드 글. 바바라 쿠니 그림. 김명수 옮김. 비룡소. 에밀리 디킨슨과 이웃에 사는 소녀와의 만남 이야기. 작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자아내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상상 속의 동화.
백지영 글, 그림. 미세기. 어린 아이들을 위한 재밌는 재활용 교과서. 오싹오싹 재활용 대작전ㅎㅎㅎ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이 귀신이 되어 나타났는데 막상 질문을 하면 엄청 친절하게 분리수거 방법을 알려준다. 그렇게 제대로 분리수거를 해야만 ‘새로새로 나라’로 갈 수 있다고 ㅎㅎㅎ 저학년 아이들 환경 교리용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이혜란. 곰곰. 허락된 시간을 채우며 한 자리에서, 비바람을 피하지 않고 한 자리에서, 서두르지 않고 처음부터, 건너뛰지 않고 기다리며, 그곳이 아니라 매순간 충만한 나에게 도달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청원자였던가, 막 첫서원을 하고 나서였던가,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나를 보고는 근심걱정 없이 살아서 얼마나 좋으냐고 질문을 했었다. 나는 힘드시지요 하고 되물었던가. 속에서 들끓는 질문들은 잘 감췄던가. 한 자리에서 평생을 살면서도, 비바람에도 맞서고 눈비도 견디고 뙤약볕도 피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곁을 내어주고 그늘도 드리워주고 햇빛도 막아주는 나무 같은 삶을 살 수 있다.
아스트리드린드그렌 지음. 김영진 옮김. 시공주니어. 어린이 조카에게 줄 책으로 산 몇 권 중 하나. 책방 사장님의 추천을 받았는데 처음엔 솔직히 당황했었다^^ 마음 속에서 그리움이 확 터질 정도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흑백 드라마였던 를 보기는 했지만 다른 프로그램처럼 방영 시간을 기다려 티비 앞으로 달려가 보진 않았고 티비를 보다가 나오면 보게 되는 정도, 딱 그 정도의 관심이었다. 하지만 문득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삐삐에 대해 내가 너무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껏 사랑 받고 읽히는 책이라면 그만한 이유는 있을테지 싶었다. 결국 조카에게 주기 전에 내가 먼저 를 읽었는데,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자꾸만 올라왔다. 불편한데 불편하다고 말하지 못..
맥 바넷 글. 카슨 엘리스 그림. 김지은 옮김. “사랑이 뭔데요?” 짧은 질문에서 시작된 긴 여정. 사랑이 뭔가 궁금해지고 묻고 싶어지는 그 순간이 이미,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순간이 아닐까. 제목으로 사랑을 세 번 반복해야 할 때가 있듯, 사랑을 알아차리기 위해 떠났다 돌아와야 할 때도 있겠지.
안녕달. 창비. 따뜻한 마음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분명 있다. 그래서 더욱, 따뜻함은 여전하지만 거리를 좁히지 않고도 서로를 보호할 수 있는 빨간 장갑이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단풍 낙엽이 소복한 곳에 한 계절 앞서 기다리고 있던 빨간 장갑처럼… 헤어짐 없는 만남은 없지. 하지만 찾는 마음이 식지 않고 기다리는 마음도 지치지 않는다면, 찾았다!
유리 그림책. 이야기꽃. 누구에게나 고이 접어 둔 꿈이 있을 것이다. 잊지도 못하고 들추지도 못하지만, 고이 접어 마음 한 구석에 잘 끼워 둔 꿈. 그 꿈으로 조금씩 다가가 보는 책이었다. 오랜 만에, 기억해내며 상상해가며 그림을 보고 또 보았네. 사운드 포스트에 관한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아래위로 버티며 밀어내는 기둥의 힘으로 잠자던 바이올린이 깨어난다. 이제 소리의 무대 같은 이 공간에 현의 진동이 울려 퍼지고 아름다운 소리가 관객의 함성처럼 가득 채워지리라. 어디에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