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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달력 한 장 (145)
깊이에의 강요
안나 회글룬드. 최선경 옮김. 곰곰.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였는지조차 모르겠지만 '결말'을 아는, 알 것 같은 이야기였다. 그렇더래도 끝까지 가봐야 하는 법. ...눈 맑은 수도자로 살고 싶다.
아녜스 도메르그 지음. 리디 사부랭 그림. 장승리 옮김. 난다. 지구는 아주 연약해요. 그래서 난 그 곁에서 잠이 들어요, 내 꿈들을 주려고요. 연약한 지구를 사랑하는 길은 내가 더 강해지는 것도, 지구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도 아닌 그 곁에서 잠들고 내 꿈을 기꺼이 내어 주는 일. 뭔가를 해 주는 게 아니라 함께 있는.
오나리 유코 글, 그림. 김미대 옮김. 북극곰. 물으면 물을수록 행복해지는 질문이 있을까. 그건 어쩌면 질문 때문이 아니라 대답 때문이겠지. 질문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대답이고 '나'의 질문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너'의 대답이라면, 너의 질문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건 나의 대답일테고. 그럼 있잖아... "있잖아 만약에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내가 시커먼 곰으로 변한 거야.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할 거야? 그야... 깜짝 놀라겠지. 그리고 애원하지 않을까? 그런 다음 아침밥으로 뭘 먹고 싶은지 물어볼 것 같아. 당연히 꿀이 좋겠지?" "그럼 공원을 함께 걷다가 당신이 뒤돌아보니까 내가 커다란 나무로 변한 거야. 말하는 여자 나무가 된 거지. 음... 그렇다면 이 집을 팔고 그 나무 옆에 텐트를 치고 살 ..
에렌 베커. 웅진주니어. 오랜 만에 그림책. 너무 좋았다. 아이의 손끝에서 뻗어나간 상상이 작고 소박해서, 자신의 행복만 좇지 않아서, 상상으로만 그치지 않아서, 상상이 현실을 잊게 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행복하게, 어울리며 살도록 해서… 갖가지 등이 달린 깊은 숲도, 멋지고 화려한 성도 아이에겐 지나가는 배경인 것마저 좋았다. 나의 배경보다 지금 내가 그리는 나의 삶!
블라디미르 스쿠티나 글. 마리 호세 사크레 그림. 유혜자 옮김. 분도출판사. 시간을 따라가면 시간을 찾을 수 있을까?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위해 나의 시간을 낼 때 비로소 시간(의 의미)을 찾을 수 있을지도. 이 그림책은 단순한 글과 소박한 그림에 시간을 내는 사람에게 그 길을 알려 준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지음. 최재은 그림. 최재숙 옮김. 보림. "숟가락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다는 거야. 숟가락은 작은 삽처럼 생겼고, 손에 쥐는 것이고, 입에 넣을 수 있고, 숟가락은 납작하지 않고, 숟가락은 오목하고, 그리고 숟가락으로 뭐든지 뜨지. 하지만 숟가락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다는 거야." 당연한 말인데도 첫페이지를 읽는데 힘이 쭉 빠졌다. 긴장이 풀렸다고 할까. 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너는 바로 너라는 거야. 예전에 너는 아기였고, 무럭무럭 자라서 지금은 어린이고, 앞으로 더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건 틀림없어. 하지만 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너는 바로 너라는 거야. 어쩌면... 안도감을 느꼈다고 할까.
이현 장편동화. 오윤화 그림. 창비. "오늘을 열심히 살아. 그러면 내일이 올 거야. 엄마들의 그 말을 굳게 믿고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너무도 큰 슬픔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했을까. 와니니는 따져 묻고 싶었다." 5권은 와니니 이야기였다. 도통 답이 보이지 않는 질문들. 그렇기에 더 넓게 품고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오래 기다리면서 조금씩 알게 되는 해답들. 어떤 일들은 '왜'를 따져볼 줄 알아야 한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어떤 이들은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도록 방치 혹은 종용하는지, 어떤 이들은 왜 일어난 일들을 무마하고 약한 자에게 탓을 돌리는지... 하지만 어떤 일들은, 초원의 바람처럼, 그 누구도 비껴가지 않기에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지혜도 필..
이현 장편동화. 오윤화 그림. 창비. 와니니 시리즈를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파투가 친구를 찾아나서는 것도, 가둥가와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도, 도사리는 위험도, 선의를 베풀던 조이도, 돌아서는 것도 나아가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한다. p.52 "해가 뜨고 해가 지듯 누군가는 초원으로 돌아가고 또 누군가는 초원으로 찾아와. 그러니까 오늘은 정말 귀한 날이지!" p.55 "누군가는 악어를 위해 초원으로 돌아가야 해. 하지만 대부분은 무사히 강을 건너. 입이 크다고 욕심도 큰 건 아니야. 악어는 초원이 허락한 만큼만 사냥을 해." p.90 "그래도 결국 몇몇은 악어의 먹이가 되고 만다. 덕분에 악어는 또 한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