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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15,1-32 또는 15,1-10 우리 삶이 도통 열리지 않으려 할 때... (다해 연중 제24주일 레지오 훈화) 본문

루카의 우물/루카 15장

루카 15,1-32 또는 15,1-10 우리 삶이 도통 열리지 않으려 할 때... (다해 연중 제24주일 레지오 훈화)

하나 뿐인 마음 2022. 9. 11. 06:33

쨈 뚜껑이 굳어서 잘 열리지 않을 때 어떤 방법을 쓰시나요? 저는 아침식사 때 내린 커피가 남으면 보온병에 담아 두는데 가끔 뜨거운 커피를 부은 다음 바로 닫아버리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팽창했던 공기가 압축되어 내부 압력이 낮아져서 나중에는 아무리 힘을 줘도 뚜껑을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힘이 조금 더 세면 뚜껑을 누르는 압력 또한 커서 마찰력이 증가해서 뚜껑이 잘 열리기도 합니다만 수녀원에서는 센 힘이라고 해봐야 도토리 키 재기입니다. 저는 그럴 때 고무장갑을 끼고 뚜껑을 엽니다. 수술용 비닐장갑도 괜찮습니다. 이도 저도 없을 땐 고무 밴드 두어 개를 뚜껑에 빙빙 둘러놓고 열면,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열리게 됩니다. 더 센 힘으로 마찰력을 크게 한 것이 아니라, 고무라는 물질에 의해 마찰력을 높였기 때문입니다. 원인이 조금 다른데 있다고나 할까요. 내가 가진 힘이 아니라, 외부의 도움으로 뚜껑을 열었다고나 할까요.


오늘 복음으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잃은 양을 찾은 사람이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이웃들을 불러 함께 기뻐해 달라고 합니다. 은전 한 닢을 잃은 부인도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이웃들을 불러 함께 기뻐합니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하늘에서 기뻐하고(7절), 하느님의 천사들도 기뻐합니다(10절). 언젠가 마음이 뒤틀려 있어 '잃어버린 것을 찾은 사람은 본인인데 남더러 기뻐해 달라고 강요?하는 이유가 뭘까'하는 이상한 심보가 발동한 적도 있습니다만 오늘은 참 다르게 다가옵니다. 마음을 함께 나누면 찾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이웃과 친구들마저 기뻐할 수 있구나 싶습니다. 진정한 친구, 이웃이라면 진정한 하늘의 마음으로 하느님의 천사들 마음이라면 내 일이 아니더라도 기뻐할 수 있구나... 살면 살수록 기쁜 일보다 걱정거리가 많아지고 세상은 온통 어수선합니다. 뉴스를 봐도 신문을 봐도 답답한 것들만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에게 정말 기뻐할 일이, 희망이 없을까요? 저는 진심으로, 타인의 기쁨에 함께 기뻐하며 희망을 품고 타인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며 다시 희망을 품고 싶습니다.

잘 열리지 않는 뚜껑을 열 수 있었던 힘이 그보다 더 큰 힘이 아니라 마찰력이었던 것처럼 우리 삶이 도통 열리지 않으려 할 때 필요한 건 내 삶 안에서 일어나는 나의 기쁨만이 아니라 어쩌면 내 이웃의 기쁨일지도 모릅니다. 함께 할 줄 아는 마음만 있으면 말이지요. 잃어버렸을 때 함께 아파했다면, 찾으러 나서는 길에 함께 했다면 찾았을 때의 기쁨이 주인의 것보다 덜할 리가 없을 테고요. 내 삶에 기쁨이 없다고 주저앉아 투덜거리지 말고 고개를 들어 이웃을 한 번이라도 더 봐야겠습니다. 기뻐해 달라는 주인의 마음, 부인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기쁨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쁨을 나에게도 선물하는 것이지요. 더불어 우리는 회개함으로써 하늘에서, 천사들도 기뻐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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