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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2,1-12 동방박사임을 드러내는 것(나해 주님 공현 대축일 레지오 훈화) 본문

마태오의 우물/마태오 2장

마태 2,1-12 동방박사임을 드러내는 것(나해 주님 공현 대축일 레지오 훈화)

하나 뿐인 마음 2024. 1. 2. 21:11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주님께서 모든 민족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 날이고, 동방박사들이 별의 인도를 따라 아기 예수를 찾고 경배 드린 것을 경축하는 날입니다. 아울러 이방 민족을 대표하는 동방박사들의 방문으로 그리스도께서 온 세상의 빛으로 계시됐음을 나타냅니다. 제대 앞 구유가 동방 박사들로 가득 채워져서 이천년 전의 마굿간 모습으로 완성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 장면을 이렇게 들려줍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마태 2,10-11)


공현 대축일이 되면 제의방 수녀가 잊지 말고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따로 잘 챙겨둔 동방박사를 구유에 배치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누가 목동인지, 누가 동방박사인지 물으시는 분들에게 대답을 해줘야 합니다. 누가 목동이고 누가 동방 박사일까요? 우리는 동방 박사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동방 박사를 알아보게 하는 것은 그들이 손에 쥔 보물 상자입니다. 규칙서나 까마귀가 있으면 베네딕도 성인, 열쇠를 들고 있으면 베드로 사도인 것처럼 손에 보물 상자 즉, 황금이나 유향 혹은 몰약을 들고 있으면 동방 박사입니다. 즉 별을 연구하는 박사지만, 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아니라 그들 손에 들려 있는 보물 상자가 동방 박사임을 알아보도록 합니다. 동방 박사임을 드러내는 것이 그들이 가진 지식이나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아니라, 그 긴 여행을 위해 정성껏 준비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소중히 품고 놓지 않았던, 여행 동안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 드리고 싶었던 선물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참 중요한 것을 알려줍니다. 처음부터 준비한, 고된 여행 내내 소중히 간직했던, 마지막까지 잊지 않았고 절대 잃어버릴 수 없었던 보물 상자, 나 자신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예수님께 드릴 선물.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올해 12월 다시 성탄절 구유 앞에 섰을 때 내가 그분께 바칠 선물, 마지막 순간에 내 손에 들려 있는 선물은 무엇일까요. 처음부터 준비한, 내 생애 내내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긴 여행 동안 나를 위해 사용할 준비물이 아니라 오롯하게 그분께 드릴, 종내 그분께 바칠 나의 선물, 그분께 드릴 예물이 무엇인지 내 마음 안을, 내 인생을, 내 손 안을 잘 들여다보시며 대축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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