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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2,13-18 요셉은... 이해 받았을까 #dailyreading 본문
헤로데는 박사들에게 속은 것을 알고 크게 화를 내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보내어, 박사들에게서 정확히 알아낸 시간을 기준으로,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마태 2,16)
루카스 수녀가 그린 그림 때문일까, John Rutter의 새 캐롤 Joseph's carol 때문일까, 올해 성탄은 요셉 성인을 자꾸 묵상하게 된다. 오늘 복음도 요셉의 꿈에 나타난 천사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13절)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는 천사의 말에 요셉은 일어나 밤에 아기와 어머니를 깨워 먼 길을 떠났다. 얼마나 고단했을지, 얼마나 두려웠을지, 책임의 무게는 또 얼마나 무거웠을지... 나는 어쩌면 고단함과 두려움에 지쳐 갔을 요셉에게 나 자신을 투영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묵상을 할수록 아내와 아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온 힘으로 말 고삐를 붙잡았을 요셉의 손, 길을 앞서기 위해 등불이든 지팡이든 부여잡았을 요셉의 손, 침묵 속에서 온 정신을 쏟아 끊임 없이 주위를 살폈을 요셉의 눈과 귀가 떠올랐다. 요셉은 마리아와 아기와 함께 헤로데가 죽을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한 채 이집트에서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문,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은 모조리 죽이라는 헤로데의 명령. 성경은 헤로데가 '죽이라고 말했다'고 전하지 않고 사람들을 보내어 '죽여 버렸다(16절)'고 전한다. 그날 요셉의 심정은 어땠을까. 가까스로 살린 자신의 아기, 임마누엘과 모조리 죽어간 그 일대의 무죄한 아기들 사이에서 요셉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안도감도 들었겠지만, 혹여나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을까. 하지만 요셉이 천사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에는 다른 아기들은 모두 죽을 것이라는 말은 없었다. 헤로데가 자신의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 한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니, 이렇게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요셉은... 이해 받았을까.
요셉을 따라 가다보니 요즘 내 마음이 시달리던 문제가 보였다. 연관된 것끼리 선을 그어 잇는 문제를 푸는데, 하나를 잘못 이어서 다른 것까지 헷갈리는 것 같다. 우린 어쩌면 무죄한 아이들의 죽음은 헤로데의 명령인데도 가까스로 살아난 아기, 온 힘을 다해 피신 시킨 부모, 위험을 알린 천사를 탓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미안하다고 해야할 일에 민망함이 앞서 화를 내거나, 고맙다고 해야할 일에 어색함이 앞서 침묵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우리의 시간이 그리 긴 것도 아니니 마냥 미룰 일이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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