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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요한 21,10 본문
"Bring some of fish just caught" (Jn 21,10)
이미 숯불 위에 물고기와 빵이 있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방금 잡은 고기를 들고 오라고 말씀하신다. 방금 잡은 고기.
당신께서 인간을 통해 하신 그 일로 그 인간을 새롭게 먹이시려는 예수님은
"이미" 드렸음을 핑계로 준비 없이 식탁으로 나아가는 "나"를 반성케 한다.
방금 잡은 물고기를 들고 예수님께 가지 않으면 신선한 은총 역시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요 며칠 십여 년 전에 섰던 리포트를 워드 파일로 저장해 두려고 작업을 하면서 읽고 있는데,
리포트를 읽다보니 '내가 이런 마음도 먹었었구나.' 싶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죄인의 기도'라는 제목마저도 얼마나 거창한지.
마음먹은 바대로 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하고,
나란 존재는 어찌 이리도 미지근한 상태가 되어버렸나 싶어 마음이 씁쓸하기도 하고.
예수님은 여태껏 나에게 '방금 잡은 고기'를 원하셨고 그 고기로 날 먹이길 원하셨지만,
난 매번 '그거나 이건 별 차이 없으니 그냥 대충 주세요.'하며 내가 들고가야할 봉헌물을 생략했었나 보다.
아주 가끔 거의 회개할 뻔 마음을 고쳐먹고 주님 앞에 서기도 했지만,
뉘우침의 흔적은 봄눈 녹듯 온데간데없고 언제 그랬냐는듯 꽃향기만 쫓고 있다.
지난 세월, 깨달은 바 없진 않았으나 오늘 이 순간도 난 새롭게 깨달아야 하고
종신서원으로 나를 온전히, 이 생애에서는 마지막으로, 영원히 바치긴 했으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나는 매순간 "나"를 다시 바쳐야 한다.
방금 잡은 고기를 들고 부활하신 주님께 가자.
방금 잡은 물고기 역시 예수님의 업적임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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