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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요한 21,1-19 방금 잡은 고기(레지오 훈화) 본문

요한의 우물/요한 21장

요한 21,1-19 방금 잡은 고기(레지오 훈화)

하나 뿐인 마음 2018. 4. 6. 09:33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실의에 빠져 다시 옛날로 돌아간(물고기를 잡으로 간) 제자들을 먼저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부활을 믿지 못하고 눈 앞에 계신 예수님을 알아보지도 못한 제자들을 타박하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밤새 아무것도 잡지 못한 제자들이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은 물고기를 잡도록 도와주시지요. 거기서 끝나지 않고뭍에서 제자들이 당신께 오기를 기다리셨습니다(예수님을 찾지도 못하는 제자들을 먼저 찾아오시고, 제자들이 다시 당신을 찾을 수 있도록 하신다).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10절) 예수님이 계셨던 물가 숯불 위에는 이미 물고기와 빵이 익고 있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방금 잡은 고기를 들고 오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신께서 인간을 통해 하신 그 일로 그 인간을 새롭게 먹이시려는 예수님은 "이미" 드렸음을 핑계로 준비 없이 식탁으로 나아가는 우리를 반성케 합니다. 방금 잡은 물고기를 들고 예수님께 가지 않으면 신선한 은총 역시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모르지요.

우리는 살아오면서 그동안 많은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지금 이 순간도 우리에게 '방금 잡은 고기'를 원하시고 그 고기로 날 먹이길 원하시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그거나 이거나 별 차이 없으니 그냥 대충 주세요.'하며 우리가 들고 가야 할 봉헌 제물을 생략했었던 건 아닌지 돌아봤으면 합니다. 우리는 모두 열심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아낌 없던 베풀 줄 알았던 선행, 밤새워 올렸던 순수하고 뜨겁던 기도, 갈고 닦아 처음으로 바쳤던 다짐이 분명 필요했지만 ‘그때의 나’가 ‘지금의 나’는 아닙니다. 열심했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었고 그로 인해 지금 이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지금 내 손에 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나는 빈 손입니다. (물론 빈손인 우리도 반기실 예수님이시지만...) 뉘우치는 마음이라도, 다시 새롭게 다짐해보는 결심이라도 들고 가자는 말입니다.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하십니다. 저를 예로 들어보면, 살아온 지난 세월 동안 깨달은 바 없진 않았으나 오늘 이 순간도 난 새롭게 깨달아야 하고 종신서원으로 나를 온전히, 이 생애에서는 마지막으로, 영원히 바치긴 했으나 어제도 우리도 내일도 나는 매순간 "나"를 다시 바쳐야 합니다.

그러니 방금 잡은 고기를 들고 부활하신 주님께 가는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 더불어 방금 잡은 물고기 역시 예수님의 업적임을, 그 물고기마저도 우리를 먹이신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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