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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9,17 새 포도주는 숙성되지 않은 포도주 #dailyreading 본문

마태오의 우물/마태오 9장

마태 9,17 새 포도주는 숙성되지 않은 포도주 #dailyreading

하나 뿐인 마음 2023. 7. 8. 08:37

또한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 (마태 9,17) 


  새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일 리는 없고 젊거나 신상, 낯설거나 낡지 않은 것이 '새 포도주'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깨닫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새 포도주가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쳐 맛과 향이 조화를 이루게 되면 '좋은' 포도주가 되는 것인데, 그 과정을 생략하고 '좋은 포도주'로 건너뛰며 살아온 건 아닌가 싶었다. 어쩌면 시간을 견디고 변화를 겪지 않은 새 포도주는 숙성되지 않은 포도주일 뿐. 나 역시 새 포도주일 뿐이었는데 좋은 포도주라고 착각하며 시간을 앞당기려 하거나 나를 몰라준다고 여겼었구나. 하지만 새 포도주가 좋은 포도주가 되도록 늘 새 부대의 모습으로 믿고 견뎌 주신 분 덕에 지금에 이르렀다. 

 

 시토회 성체조배실 사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울컥 했었다. 내가 새 것일 때 너무 쉽게 헌 부대를 탓한 건 아니었나 싶어서. 새것은 늘 좋은 것으로만 생각한 건 아니었나 싶고. 날것인 나를 숙성시키기 위해 그동안 터질듯한 팽창을 견뎌준 많은 이들을 잊고 살았구나 싶고. 저런 기도의 시간은 하느님과 내가 새 포도주를 견디는 새 부대가 되는 일이구나 싶었다. 오늘도 고요히 그분 앞에 머물며 무르익어가는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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